지족상족 (知足常足 : 만족할 줄 알아서 언제나 만족한다.)

                    - 행복




명심보감 안분편(安分篇)에 보면 지족상족(知足常足)이면 종신불욕(終身不辱)하고 지지상지 (知止常止)면 종신무치(終身無恥)니라는 구절이 있다.




그 뜻은 만족할 줄 알고 늘 만족스러워 하면 한평생 욕되지 아니하고, 그칠 줄을 알고 항상 그치면 종신토록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라는 뜻이다.




요즘 점점 만족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나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새 핸드폰으로 늘 바꾸고 싶고,  더 좋은 자동차가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런 욕망들이 발전된 기술과 문명도 만들고, 개인적으로도 욕구 만족을 위해 열심히 살게 만드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행복한가하는 질문을 가끔 물어보고 싶다. 




 그런데  “가난은 내 직업”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하루치의 막걸리와 담배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말하던 시인이 있었다.  천상병 시인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자신의 그런 일생을 소풍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하늘에 가면 그런 인생이 한 없이 즐거웠노라고 말하겠다고 한다.




 천상병 시인은 1930년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출생했으며 1945년 귀국하여 마산에서 성장하였다. 1952년에 『문예』지로 등단하였고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했다.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거기서 전기고문을 후유증으로 시인은 점차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기 시작한다.




 이후 시인은 여러 일화를 남기는데 1970년에는 무연고자로 오해받아 서울 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일이 있었다. 그 당시 지인들은 갑자기 사라진 시인이 죽었다고 생각하여 그를 위해 유고(遺稿)시집 『새』를 출간하기도 한다. 그 후 1972년 친구의 여동생인  목순옥과 부부의 연을 맺었고 1993년 지병인 간경화증으로 별세하였다. 




행복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느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천상병, 『詩 천상병 전집 』, 평민사, 1996.


  이 시에서는 그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이 쓰여 있다. 여기서는 그가 겪은 모든 비극과 고난과 가난까지를 포함해서 시인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고, 오히려 가지고 있는 것에 무한한 긍정과 만족을 하고, 말년에 천주교에 귀의해서 그런지 몰라도 신의 섭리와 순리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삶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시인은 살아있을 때 의정부 수락산 기슭에 살며 매주 금요일마다 인사동에 있는 전통찻집 ‘귀천’에 들렀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즐겨듣던 시인은 이런 아내를 두고 “나는 부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한국 유일의 시인이다”.라고 하며 생전에 “문디 가시나”라고 불렀던 착한 아내와 더불어 사는 소박한 삶에 늘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한다.




 또한 소설가 천승세 선생님도『천상병 전집』에서 “참말로 아름다웠다. 천상병과 함께 살아왔던 그  세월 -” 이라고 말했듯 이 시대에 누구도 실천하지 못한 안빈낙도의 삶을 그는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삶의 자세는 바로 조그만 일상의 일에 만족할 줄 알았던 마음에서 비롯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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