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의 숨은 경쟁상대는 나이키가 될 수 있다. 운동과 건강에 대한 열풍이 불면 가장 먼저 술부터 줄이게 되고, 운동화부터 사게 된다.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술자리 횟수도 줄어들고, 마시는 술의 양도 줄어들 수 있다. 결국 참이슬의 경쟁상대가 다른 소주나 맥주가 아닌, 나이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이키의 진짜 경쟁상대는 아이다스가 아니라 닌텐도나 엔씨소프트가 될 수 있다. 게임을 하느라 집밖에 운동하러 나가는 경우가 현격히 줄어든다면 운동화를 신을 기회도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운동화 소비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스포츠 브랜드 회사가 게임 회사와 소비자를 두고 싸우는 셈이다.

반대로 엔씨소프트는 다른 게임사가 아닌 미드(미국드라마)를 경쟁상대로 꼽기도 한다. 빠른 전개와 흥미로운 내용으로 1020 세대의 여가시간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할 시간을 미드에 점점 빼앗기게 되는 만큼, 엔씨소프트로는 미드가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다. 가뜩이나 점점더 많은 미드가 시즌을 거듭하며 수많은 채널을 장악해가고 있기에 엔씨소프트로는 시간점유율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미드는 한국드라마가 아닌 참이슬이 경쟁상대가 되기도 한다. 술자리가 늘어나면 귀가해서 드라마 볼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미드나 국내 드라마가 인기가 있으면 술자리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참이슬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인기드라마가 방영될 때는 길거리가 한산해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술자리보다 더 즐거운 드라마가 있는한 술자리는 줄어들고, 당연히 소주 판매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업종을 넘어서 복잡한 경쟁관계가 서로 연결되기도 한다. 나이키가 엔씨소프트와, 엔씨소프트는 미드와, 미드는 참이슬과, 참이슬은 나이키와 경쟁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사방에 온통 경쟁 상대인 셈이다. 기업은 무한경쟁시대에서 언제 어디서 새로운 경쟁자를 만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분명한 것은 이것은 위기 아니라 기회다. 동종 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이종과의 경쟁을 통해 더욱더 성장해나갈 기회인 것이다.

시장점유율보다 중요한 것이 소비점유율이나 시간점유율이다. 더 이상 동종업계 내에서의 경쟁에만 매몰되어선 안된다. 소비자는 업종 구분에도 관심없고, 시장점유율도 관심없다. 브랜드 충성도도 맹목적이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더 이상 소비자는 필요한 것만 사지않고, 욕망을 자극시키는 것을 산다. 니즈(Needs)가 아닌 원츠(Wants)에 충실한 소비자인 것이다. 이렇듯 소비자는 벌써 한참 앞서서 진화하고 있는데, 아직 기업만 과거의 방식에서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이젠 동종이냐 이종이냐가 아니라, 소비자와 어떻게 싸워서 이길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소비자는 업종을 나눠서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비 여력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서 소비를 해나갈 뿐이다. 방송사에서 시청률 경쟁도 점점 의미가 줄어든다. 10년전 30% 시청률과 지금의 30% 시청률의 속 내용은 다르다. 비율은 같을지라도 절대 시청시간이 줄어든 지금이 실제 시청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현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방송에 대한 절대시청시간이 줄어들고 있기에, 줄어든 시간 내에서의 시청률 싸움만 벌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디어 소비에 대한 시간 총량은 한정되어 있다. 그 시간 내에서 방송도 보고, 신문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게임도 하고, 각종 디지털 기기나 뉴미디어도 보는 것이다. 결국 방송사의 진짜 경쟁상대가 다른 방송사가 아니라 새롭게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해가고 있는 인터넷 포털이나 게임회사인 것이다.

시장점유율은 전체 시장규모가 줄거나 늘거나 관계없이 시장 내에서의 점유 비율만 제시하기에, 자칫 점유율은 매년 조금씩 올라가는 듯 하지만 막상 시장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면 매년 매출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시장규모를 늘리는 것이 시장 점유율 높이는 것만큼이다 중요하다. 시장점유율 1위라고 안심해선 안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적이 누군지를 제대로 모른다면 결코 이길 수는 없다. 그동안 동종업계 내에서만 경쟁상대를 찾고 싸웠다면, 이제는 영역을 더 넓혀서 모든 업종을 막론하고 경쟁상대를 찾아야 한다. 자사에 위협이 될 경쟁상대도 찾고, 자사가 배우고 목표가 될만한 경쟁상대도 찾아야 한다.
이제는 시장점유가 아닌 소비점유나 시간점유를 확대시키기 위해서 더욱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마케팅을 해야할 때다. 필요하면 동종업계의 경쟁자들과 손도 잡고, 이종업계의 숨은 경쟁자가 누군지도 제대로 파악해서 공략해야 한다. 이종업계의 숨은 경쟁자들의 강점을 배우기도 하고, 그것을 자신의 업종에 적용시켜 새로운 진화를 이뤄내기도 해야 한다. 시장 자체가 영역을 넘나들기에, 마케팅에서도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한다.
마케팅은 경쟁사와의 목숨 건 혈투가 아니라 소비자와의 치열한 심리전이다. 오히려 동종업계의 경쟁사는 소비자를 함께 공략하는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이젠 동종업계가 아니라 이종업계에서도 진짜 경쟁상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종업계의 경쟁상대가 반드시 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서 배운 이종업계의 혁신적 전략을 자사에 적용시키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경쟁상대는 선의의 경쟁이 되어 나를 키우는데 기여하는 상대다.

숨은 경쟁상대는 수시로 바뀔 수 있다. 트렌드에 따라서 새로운 경쟁자들이 출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렌드를 읽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트렌드를 잘 이용하면 우리 회사가 바로 수많은 다른 회사들의 숨은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동종과 이종의 영역을 넘어 소비점유율과 시간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살길이다. 더더욱 소비자를 이해해야할 때며, 소비자 통찰에서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찾아낼 때다. 결국 시장은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소비자와의 치열한 심리전에서 이겨야할 미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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