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녹색의 진짜 정체는 무엇? 이러다 녹색이 괴물이 될지도!

요즘처럼 ‘녹색’이 만능키워드 처럼 쓰이는 때도 없을 것이다. 완전 녹색의 전성시대이자 녹색홍수다. 개발에도 녹색이 붙고, 소비에도 녹색, 마케팅에도 녹색, 기술에도 녹색, 성장논리이자 정치논리에도 녹색을 붙일 지경이다. 녹색은 무조건 좋은 색깔처럼 여겨지다보니 여기저기 녹색 천지다. 기업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간과하진 않는다. 당연히 녹색을 중심으로하는 컬러마케팅을 확대하고 있고, 마케팅에서 녹색을 강조하는 접근을 확대한다. 제품에 자연소재를 쓴다거나 녹색을 많이 쓴다고 그것이 우리에게 이로울까? 그것이 정말 녹색사회라고 말하는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접근일까? 가령 플라스틱을 대신해서 나무로 노트북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오히려 더 많은 나무가 베어져야하고, 그것이 반환경적이 될 수 있다. 제품에서 플라스틱이 아닌 자연소재를 많이 쓰는 것보다, 플라스틱으로만 쓰더라도 재활용을 고려해서 분해율을 높힌다거나 소재의 수명을 길게해서 더 오랫동안 쓸 수 있도록 하는 것, 공동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간 협약을 통해 표준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친환경 접근이다. 오히려 이런 것이 진짜 녹색이다.

요즘 마케팅에선 Raw가 트렌드다. Raw는 날것, 투박한 것을 의미하는 말로 가공을 줄여 자연에 가까운 제품도 여기에 해당되고, 군더더기 없이 제품의 본질을 추구하며 겉모습에 치중하지 않고 제품의 본질에 충실한 제품도 여기에 해당된다. 유기농이나 친환경 제품 등 그린 이미지가 강한 제품들에서부터 식품첨가물을 쓰지않은 무첨가 제품,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하이브리드카나 자건거 유행 등이 Raw 트렌드의 산물인 셈이다. 이또한 녹색과 연관된다. 소비자의 친환경과 자연주의적 요구에 기업은 Raw나 그린마케팅을 통해서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는 것이다. 광고에서 사람이 직접 쓴 것 같은 글씨가 많이 등장하고, 제품명도 명사형보다 서술형으로 친근함을 유발하는 접근도 보다 날것이자 자연스러움에 가까운 접근이며,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이 나서는 광고나 TV에서 리얼버라이어티라고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보이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Raw 트렌드는 녹색스러움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접근이자 새로운 수요창출의 일환이다. 실제로 자연이나 녹색이 아니라 날것과 투박한 것처럼 보이게하는 것으로 새로운 소비를 이끌어내는 접근이다. 소비에서 진짜 녹색스러움은 기업이 얘기할 화두가 되기 쉽지 않다. 자칫 소비위축이나 매출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자기 손해볼 일은 절대 할 수 없으니.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홍수때 피해 우려가 있다며 멀쩡한 계곡을 포크레인을 동원해 천연석을 이쁘게(?) 인위적으로 쌓아놓은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그 계곡에서 홍수피해가 났던 적도 없었고, 그럴 가능성도 별로 없었는데. 그리고 인공보다 자연 자체가 홍수에 더 강력한 대응력을 가질 수 있는데 말이다. 하여간 지자체에서 예산들여서 멀쩡한 자연을 보다 인공적인 냄새 풀풀 풍기는 자연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왜 그들은 자연 그대로가 아닌 인공적인 자연이 더 아름답다 생각하는걸까. 진짜보다 가짜를 진짜처럼 인식하고 선호하는 셈이다. 이것도 녹색에 대한 오해이자, 녹색 의미의 왜곡이다.
녹색공간을 만든다고 멀쩡한 땅을 깎고 다듬어 잔디나 나무 심어놓은 공원으로 만드는 경우도 흔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개발된 자연이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인위적인 녹색을 위해 진짜 녹색인 자연이 희생되는 것이 아이러니한 현실이 될 수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성장의 비전으로 내세우며 녹색은 기업과 정부의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에서 녹색을 주로 썼던 것과는 많은 차이다. 물론 겉으론 모두 녹색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같은 녹색은 결코 아니다.

녹색성장 덕분에 박물관이나 역사책에나 있을법 한 새마을운동이 다시 세상 속으로 나왔다. 새마을운동에도 녹색이 붙어 녹색새마을운동본부도 만들어지고, 여기저기서 녹색새마을운동 선포식이 잇다른다. 정부에서 내세운 녹색성장 논리가 기존의 새마을운동과 자연스럽게 조우한 셈이다. 새마을운동이 산업화를 앞당기는데 역할을 했듯이, 4대강 살리기를 비롯한 녹색성장 정책들도 새로운 선진화 운동처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새마을운동의 마크도 녹색이고,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는 발상도 비슷해보인다. 녹색성장 5개년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국가 주도의 성장계획이다. 국가가 잘 사는 나라 만들겠다는데 백번 지지해줄 수 있다. 다만 70년대식 발상을 21세기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 다소 우려스럽다. 시대도 바뀌고 국민도 바뀌었다. ‘으쌰으쌰’ 하며 몰아부치는 논리만 가지고선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홍보나 포장이 엉망이면 제값받기 힘들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홍보나 포장을 하려면 시대에 맞게 좀더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 내용이 부실하면 포장이나 홍보라도 그럴싸하게 해야 쉽게 속기라도 할거 아닌가.

녹색을 강조하건 아니건 간에, 정말 핵심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지속가능한 생존이자 소비, 생산 등일 것이다. 기업이 요즘 강조하고 관심가지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이다. 기업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사회와 환경, 사람과의 조화를 추구해야하고 사회적 기여도 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또한 엄밀히 녹색의 범주다. 녹색은 자연과 환경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공존, 사람과 사회의 공존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실제로 녹색사회나 녹색소비 등에 대한 국제적인 정의에선 자연과 친환경을 넘어선 것으로 이해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나 인간과 자연의 공존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쓰는 녹색도 좀더 의미를 진화시켜야 한다. 자연과 환경에 너무 매몰된 협의의 개념으로만 녹색을 쓰지말고, 좀더 광의의 개념으로 녹색을 이해하고 다가서야할 것이다. 웰빙이나 자연을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사회적 약자를 돕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지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을 사랑하는 것이 소비자이자 시민들의 역할이다. 녹색을 포장지로 삼은 것에 쉽게 속을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러니 기업이나 정부에선 좀더 세련되게 유혹하던지,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보다 창의적인 대안이나 문제해결을 이끌어내던지 해야 한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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