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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왜 디자인과 사랑에 빠졌나?

정치는 늘 새로운 키워드를 찾는다. 그 키워드로 정치 구호나 경제전략의 이슈를 뽑아내며, 그것으로 국민의 새로운 지지와 관심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이후 찾은 것이 디자인이다. 디지털을 구호로 10여년 우려먹었기에, 이젠 새로운 구호가 필요로 했다. 때마침 디자인이 새로운 구호가 되어 새롭게 주목받으며 경제의 원동력에서 정치의 원동력으로도 자리잡게 된다. 이미 서울시를 필두로 전국 주요 자치단체로 확산되었고, 이제 정부까지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기업들은 이미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추고 새로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이 디자인에 사랑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가치가 성장했다는 환경적 요인 보다는, 디자인이 정치권이 좋아하는 가시적인 성과 지향주의에 유리한 도구라는 점일 것이다. 기업이 소비자의 수요에 대응하듯이 행정분야에서도 시민들의 수요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자치단체들의 서비스 공급방식도 그에 맞게 능동적으로 변해야 한다.
요즘 떠오른 가장 대표적인 수요가 바로 디자인이며, 겉으로 잘 드러나는 속성을 가진 디자인이기에 성과지향주의자들에게 선택되기 좋은 것도 디자인이다. 모든 결과물은 시각적으로 구현된다. 즉 디자인은 늘 존재했었고, 늘 우리의 결과물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에는 결과물에서 시각적 구현보다 실용성과 효율성, 경제적 가치에 더 큰 가치를 뒀다면 이제는 시각적 구현이 주는 감성적 즐거움과 이것이 만들어주는 여러 가지 삶의 가치와 무형자산의 이익들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아울러 디자인은 두루뭉술하게 갖다 붙이기 좋은 키워드다. 그러면서 창조산업의 뉘앙스를 풍기게 해주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정치적으로도 활용하기 좋은 키워드가 바로 디자인인 것이다.

정치가 디자인에 관심을 두는 것은 경기부양을 위한 선택이자, 유권자의 표심을 이끌기 위한 전략이다. 행정이 디자인에 관심을 두는 것은 행정이 기업의 경영적 접근을 한다는 의미이며 이또한 행정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자 유권자의 표심을 이끌기 위한 전략이다. 정치이자 행정은 유권자의 표심을 신경 쓴다는 공통분모에서 출발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발상에서 정치나 행정의 존재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 문화, 사회를 넘어 정치에서까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이미 디자인의 관심이 극단에 치달았다는 의미이다. 십년 전 정치권에서의 화두는 디지털이었다. 그 화두가 수년간 지배적이었고, 그 효과도 많이 누렸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디지털로 대표되는 벤처 육성과 인터넷 산업 성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해서 이익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통신부가 만들어진 배경도 결국 디지털의 화두를 보다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활용을 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비약은 아니다. 서울시의 디자인 서울, 정부의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도 결국 더 많은 지지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한 것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디지털이나 디자인 모두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화두이자 차별화된 정치적 키워드이다.

어차피 만들어야할 공공재라면 디자인 관점에서 만들자는 것이다. 없던 것을 일부러 비용 들여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공공재들 중 바꿔야할 시기가 된 것들부터 하나씩 디자인 개선을 이뤄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접근이다. 다만 한번에 모두를 디자인 개선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관점이 녹아들어가기에 때론 바꿔야할 시기도 아닌 것을 바꿔서 이중투자 혹은 낭비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공재를 디자인 관점에서 개선시켜야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공공디자인 개선은 필요한데, 다만 공공디자인을 디자인관점이 아닌 정치적 관점으로 해서 졸속 시행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정부가 공공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것은 아주 실용적인 것이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비용 투자보다, 그것을 통해 거둬드릴 효과가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에서의 디자인 투자는 결코 낭비가 아니다. 디자인 투자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아주 실용적인 선택이다. 정치는 늘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인기를 얻으려 한다. 정치는 표를 따라가는 게임이다. 국민이 디자인에 돈을 쓰는 것에 반대한다면 결코 정부는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표방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가 디자인에 관심가지는 것은 국민이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음을 알아챘기 때문이고, 정치는 새로운 뭔가를 제시해서 기존 정치권과 다른 차별화를 강조하는 것이 기본적 생리인 만큼 과거 정부와 다른 정부, 과거 서울시와 다른 서울시를 표방하기 위해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결국 디자인도 정치적 차별화의 도구이다. 기우일 순 있겠지만, 정치권의 디자인 사랑이 일방적이고 마초적인 사랑으로 단물 뽑아먹고 버리듯 하는 약탈적 연애관이어선 곤란할 것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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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예정이던 <디자인파워 : 소비자의 마음을 유혹하는 창조적 디자인경제학 (김용섭,전은경 공저, 김영사)>가 6월 셋째주에 출간됩니다. 디자인경제와 디자인경영에 대한 새로운 식견과 통찰을 제시해줄 책이니 기대해도 좋을겁니다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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