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의 속사포가 사는 법

입력 2015-08-07 13:34 수정 2015-08-10 09:54



명심보감 성심편 1장에 보면 경행록 (景行錄)에 운 (云)하였으되 보화(寶貨)는 용지유진(用之有盡)이요 충효(忠孝)는 형지무궁(享之無窮)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보화는 쓰면 다함이 있고 충효는 누림이 다함이 없다는 것이다.

금은 보화란 물질이기에 한계가 있고 충효는 정신적 가치이기 때문에 한계도 없고 충효를 숭상하는 집안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기 때문에 따라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며 부귀와 영화가 끊이지 않고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널리 전하여 오래 번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하여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아직 일본에 노출되지 않은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윤옥,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폭탄 전문가 황덕삼에게 조선주둔관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로와 친일파 강일국을 암살하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다 잘 살아나고 있었는데 그 중 속사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조진웅이 연기한 인물로 그는 생계형 독립군으로 뛰어난 언변과 순발력의 소유자다. 이것부터가 재미있는 설정이었다. 보통의 독립군이라면 뭔가 거창한 이념과 신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장개석 부대에서 총을 훔쳐 팔다가 천진 감옥에 구금된 후 이 암살작전에 합류하게 되는데 염석진 대장과의 첫 만남에서도 암살단에 들어오라는 권유를 받자 “ 나는 하필이면 난 지 모르겠네 ? 처자식이 없다 이건가 ? 배가 불러야 하는 거지 돈 한푼 없이 이러는 거는 좀 ……. ”이제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독립군과는 다르다.

하지만 속사포는 요즘 말로 하면 누구보다 독립군계의 스펙이 화려한 사람이다. 신흥무관학교 출신이고 열정 또한 남달랐다. 그러면서도 상해에 도착해서도 살궁리만 하고, 경성에 와서도 작전 전날 춤을 추자고 제안을 하며 1930년대의 경성의 소비문화를 탐닉한다. 그들도 젊은이였고 그래서 더 그들의 모습속에서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정말 독립하지 못하였다면 지금도 이 땅의 젊은이들은, 아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난다. 염석진의 배신으로 청부업자 하아이 피스톨이 나타나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거기서 또 한 번의 명대사가 나온다. “ 나 끝까지 갑니다” 그리고는 주인공 안윤옥이 쌍둥이 언니 미츠코를 대신하여 결혼식에 들어가 마모루의 아들과 결혼식을 하며 안윤옥이 다시 작전을 피는데 속사포도 결혼식장에 몰래 들어가 수많은 일본 헌병과 군인들을 죽이고 안윤옥과 하와이 피스톨이 임무를 완수할 시간을 벌어준다.

하지만 마지막에 결국은 대장 우리 이긴거지? 드레스 입으니까 이쁘네 ......, 먼저 내려가 이따가 일층에서 보자.... 가, 가 하면서 고꾸라지며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한다. 영화라면 근사하게 살려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는 1948년 반민특위로 이어진다. 염석진은 웃통을 벗고 상처와 늙어서 늘어진 뱃살과 늙은이의 남루한 몸을 보여주며 자신은 독립운동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한다. 결국 증거부족으로 무죄판결을 받고 나오면서 경찰은 염석진을 환송한다. 반민특위는 실제로도 성공하였다고 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현내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 얼굴이 일그러진 영수가 김구선생님의 임무를 완수하겠다면서 수화를 하고 안윤옥이 16년전의 임무 "염석진이 밀정이면 죽여라 , 지금 수행합니다."하면서 그들의 최종 임무를 수행한다. 명심보감의 구절이 생각난다. 현실의 금은보화는 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영화는 보는 동안 감독은 계속 이것은 영화라고 이야기를 해 준다. 속사포는 영화 속 인물이다. 하지만 먹고 사는 것을 고민하면서도 그래도 마음속에는 이상과 열정이 숨어있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다. 그래서 끝까지 간다던 그의 말 그는 결코 생계형 독립군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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