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나 큰 시장이야?

디자인 모방이 만들어내는 산업적, 경제적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짝퉁산업이 음성산업이기에 정확한 규모가 밝혀지지는 않는다. 다만 관련협회나 언론에 의해 짝퉁산업의 규모에 대한 여러 가지 추정 수치가 제시된다. 2008년 3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세계적으로 짝퉁 제품이 판을 치고 있다고 전하면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10%는 모조품이고 2007년의 짝퉁시장 규모도 연간 약 6000억 달러(당시 한화기준으로 약 582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하였었다.
모조품 문제 관련 국제 연구기관 해벅스코프의 추산에 따르면 2006년의 모조품 및 불법복제 시장 규모는 약 5270억 달러(당시 환화기준으로 약 487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관세기구(WCO)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짝퉁산업의 규모는 2004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물품교역량의 7%인 5400억 달러(당시 환화기준으로 약 52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대개 전세계 물품 교역량의 7~1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발표 기관이나 년도 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최소한 5000억 달러 이상의 규모가 최근 5년여 간 지속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세계적 불황에도 유독 성장세를 유지하는 산업 중 하나가 짝퉁 산업인 셈이다. 짝퉁산업의 규모가 우리나라의 국가 연간예산 보다 2배 이상이 많고, 웬만한 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보다도 더 많다. 실제로 석유부국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의 GDP도 짝퉁산업의 규모보다는 작은 현실이니, 짝퉁산업이 얼마나 큰 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짝퉁이라는 것을 키치한 문화로만 바라보고 무시할게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자 경제라는 것에 대한 냉정한 현실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짝퉁산업도 규모가 커지면서 생산과 유통조직도 정비하며 사업적 외형을 더욱더 강고히 갖춰가고 있다. 짝퉁산업이 영세한 자생적 범죄자들의 접근에서 진일보하여 대규모의 사업자들의 산업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짝퉁 시장규모는 2006년 기준으로 연간 2250억 달러 정도지만, 그중에서 적발된 불법 상품의 총액은 0.068%에 불과한 1억5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는 전년대비 46%나 증가한 수치이니 실제 짝퉁시장 규모에 비해 적발되는 규모는 미미한 정도다.

특허청의 ‘위조상품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 위조 상품 단속건수의 1위는 샤넬(17%)이고, 루이비통(12.6%), 디올(7%), 구찌(6.7%) 순이었다.  위조상품의 품목별로 보면 액세서리 등의 장신구가 전체의 57.7%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가방(16.2%), 의류(15.4%) 순이었다. 장신구 중에서는 ‘샤넬’(20.8%)과 ‘아가타’(10%) ‘디올’(9.8%)이, 가방에선 ‘루이비통’(50.8%), 의류에선 ‘아디다스’(8.6%), 신발에선 ‘페라가모’(20.5%), 시계에선 ‘까르띠에’(18.9%)의 위조 상품이 많았다. 위조 상품 적발 건수는 2005년 3038건, 2006년 3369건, 2007년 3503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왜 이런 시장이 만들어지나?

디자인 모방은 열망과 욕구에 대한 반작용이다. 갖고 싶은 브랜드와 디자인을 보다 쉽게 가지고자 하는 수요가 있어서 디자인 모방 시장도 존재한다. 아울러 브랜드와 디자인이 중요해지면서 나온 것이다. 브랜드와 디자인이 아니라, 제품 그 자체의 질에만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가 대다수라면 브랜드와 디자인을 모방하는 시장은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시장을 만들어낸 것은 브랜드와 디자인이 중요해진 상황에 보다 싼값에 소비자의 열망과 욕구를 채워내고자 하는 상황이 결합된 것이다. 여기에 보다 쉽게 돈을 벌겠다는 생산자들의 무임승차 욕구가 덧붙여진 것이다.

결국 디자인 모방시장의 등장과 성장은 탐욕이 만들어낸 수요와 공급의 새로운 균형인 셈이다.
가장 좋은 비즈니스는 리스크는 낮고 수익은 높은 것이다. 그런데 대개 불법적인 음성산업은 리스크가 높아도 수익이 워낙 높아서 매력적이었다면, 짝퉁 산업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데 반해 수익은 아주 높아서 비즈니스로서의 가치는 아주 크다. 결국 짝퉁산업의 번창은 비즈니스 차원에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생산자의 측면에선 검증된 브랜드 가치를 가로챌 수 있고, 유통 업자에게는 막대한 이득이 보장된다. 소비자로서도 가짜를 진짜로 속아서 사지 않는한, 브랜드와 디자인의 아우라는 누리면서 가격은 아주 싸게 살 수 있으니 손해볼 것은 없다. 생산자와 유통업자, 소비자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비즈니스인 셈이다.
가령, 1000달러짜리 루이비통 핸드백이 10~20달러에 가짜로 만들어지고 100달러에 팔린다. 짝퉁의 원가 대비 수익률은 담배의 경우 최고 100배, 신발은 10배, 핸드백은 20여배 수준에 이른다. 원가 대비 수익률이 이보다 더 높은 것은 마약류 밖에 없지 않을까? 불법 음성산업에서 짝퉁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같은 프로세스를 가지고 짝퉁을 만들고 유통하게 되는 것도 탁월한 사업성 때문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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