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브랜드이자 디자인인 아이팟,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팟은 절도와 장물 유통, 교통사고 범죄율과의 적잖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아이팟은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제품인데다, 한손에 들어갈 만큼 작다. 그러다보니 남의 것을 훔쳐서 가지고픈 욕구도 쉽게 생기고, 누군가의 것이 놓여있으면 훔쳐서 주머니 속에 넣고 감쪽같이 사라지기에도 좋다. 만약 아이팟이 크기가 크다면 아이팟으로 인한 절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졌을 것이다. 자기가 쓰려고 훔치는 것도 있지만, 훔친 것을 팔아 돈을 만들고자 할 때도 아이팟은 유용하다. 도둑 입장에서 보면 현금이 아닌 다음에야 작은데 비싸고 수요도 많은 제품을 훔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 제품 중 대표주자가 바로 아이팟인 것이다. 아이팟은 중고품도 잘 팔린다. 명품이 중고거래가 활성화된 것처럼, 아이팟도 그렇다. 그러다보니 훔친 후 파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인터넷에서 쉽게 팔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팟을 비롯한 휴대용 디지털기기에 열중하는 보행자 때문에 횡단보도에서의 교통사고가 더 많이 난다는 주장도 있다. 귀와 눈을 디지털기기에 빼앗긴 사람들로선 도로에서 주의가 산만하게 되고, 이것이 보행자의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보행자 뿐 아니라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다. 아이팟이 연동되는 자동차가 점점 늘어난다. 최근에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대개가 아이팟 연동을 기본 혹은 옵션으로 제공할 정도다. 운전자가 아이팟의 음악을 들으려 아이팟을 제어하는 것도 운전시 부주의로 이어질 수 있어 교통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 결국 아이팟 때문에 교통사고가 늘어난다고 해도 억지는 아닌 셈이고, 이 때문에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한 범죄자가 되는 경우도 늘어나는 것이다. 아이팟도 지적재산권 침해와 무관하지 않다. 아이팟의 디자인을 노골적으로 베끼는 중국산 제품도 있고, 불법으로 MP3 파일을 다운받아서 아이팟으로 듣는 경우에도 음악저작권 침해와의 연관성을 가진다. 아이팟이라는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제품이 파생한 산업적 가치와 함께 사회문화적 현상도 수반되고, 그 속에 범죄율을 상승시키는 의도치 않은 효과도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팟을 범죄와 연관시키거나, 이를 제어하려는 구체적 주장들이 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어번연구소에서 아이팟과 범죄율 증가의 연관관계에 대한 주장이 2008년 3월 5일 AP통신을 타고 소개된바 있다. 아이팟은 수백달러의 가격이지만 크기는 아주 조그맣기에 훔치기 좋은데다, 아이팟에는 도난시 위치 추적이나 도난경보 등의 기능도 없기에 도난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이팟 이용자들이 음악을 듣느라 주변 상황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점이 주변의 절도를 일으킬 잠재적 요인도 될 수 있다고 한다. 1991년 이후 계속 줄어들던 범죄율이 아이팟이 큰 인기를 끌었던 2005년과 2006년 시점 이후로 다시 늘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였는데, 인구 10만명당 강도 사건이 2004년 137건에서 2005년 141건, 2006년 149건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성인층보다는 청소년층의 범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등지의 지하철에서 아이팟 도난 사건이 급증했다는 것도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였었다.
2007년 2월 뉴욕시에는 아이팟을 귀에 꽂고 횡단보도 건너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안된바 있다. 무단횡단하면 벌금 내듯이, 아이팟을 꽂고 횡단보도 건너면 100달러의 벌금을 내게하는 것이었다. 이번 법안을 제안한 것은 칼 크루거 뉴욕 주 상원의원인데, 법안에 따르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아이팟 뿐 아니라 휴대폰, 블랙베리, 비디오 게임을 비롯한 전자기기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전자기기 사용이 만연한 상황에서 전자기기에 몰두해있느라 자동차가 오는 것을 보거나 듣지 못해 교통사고가 난다는 것이 법안 제안의 배경이었다. 실제로 당시 뉴욕시에서는 아이팟을 듣다가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사고가 여러건 발생했었다.  법안의 통과 여부를 떠나 휴대용 전자기기 때문에 주의력이 떨어져 교통사고가 난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으며, 그중에 대표적인 제품인 아이팟이 거론된 것이다. 이처럼 아이팟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반향과 함께, 법안와 교통사고율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 또다른 증거인 셈이다.

매력적인 제품들이 범죄율과의 관계가 있다는 것은 비약적 논리라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제품일수록 갖고픈 열망과 욕구가 크고, 그런 열망과 욕구가 불법도 자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고, 제품이 만들어내는 열망과 욕구는 일상과 문화를 장악해 다른데 쏠릴 눈을 사로잡아 주의력 부족으로 인한 사고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 상단의 칼럼 타이틀 옆에 있는 '칼럼가입'을 눌러 회원이 되시면, 회원전용게시판에서 회원만을 위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으며, 향후 회원들과의 교류의 기회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김용섭의 트렌드 히치하이킹 www.hankyung.com/community/antiys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