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둘러본 뒤


속옷바람으로 총총 계단 네 개를 내려가


신문을 집어왔네


눅눅한 뉴스를 전하는


오후의 조간신문


멀리 가까이 눅눅한 뉴스들


늘 쾌청 , 인심후한 내 어르신 친구도


증권이 반 토막 나 상심해 계시고


다른 친구들의 이런저런 불행도 해결책은 결국 돈 !


답답해서 유리창을 열러가니


이미 열려 있네


간유리처럼 뿌연 하늘


또 비가 오려나 보네


모두들 눅눅한 소금인형


신문의 오늘 운세난을 보니 문서운이 있다는데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가진 문서라고는 로또뿐


상상만해도 뽀송뽀송해지네


구명조끼를 입은 소금인형처럼


<황인숙, 눅눅한 날의 일기, 2012년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중 >



이 시에서 시인은 늘 오늘은 무엇인가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신문을 보지만 신문속에는 정말 눅눅한 소식들만 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한테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요즘은 다들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비오기 전의 “모두들 눅눅한 소금인형” 들로 시인은 표현하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메시지의 운세란과 로또에 대한 기대감으로도 소금인형에게도 구명조끼 하나가 생긴다.


우리 동네에도 토요일마다 로또를 파는 한 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이상해 보이기도 했다. 그 집에 간다고 될 일도 아닌데 저렇게 줄을 서다니,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시처럼 로또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모두에게 구명조끼하나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문서운이 좋은 날 한 번 사 볼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울러 시인의 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응원이 된다. 힘들지만 열심히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은 늘 있다는 메시지!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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