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사라져야 교육이 진화한다??

입력 2008-11-17 00:10 수정 2008-11-16 22:08
선생님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선생님이 사라지는 시대다. 아니 선생님이 사라져야 하는 시대다. 너무 극단적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선생(先生)은 먼저 태어나 먼저 경험하고 먼저 학습하고 먼저 이해한 사람이다. 그런데 미래는 먼저 라는 시간적 개념이 무의미 해진다. 먼저 태어났다고, 먼저 경험했다고, 먼저 이해했다고 그 사람이 미래를 선도해나가지는 못한다. 선생님, 즉 교사나 교수는 산업사회를 비롯한 대량생산시대의 산물이다. 지식정보시대이자 상상력 시대인 미래에는 선생보다 안내자가 필요한 것이다. 먼저 배운 사람이 하향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방향만 이끄는 친구 같은 안내자가 더욱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미래식 교육방식의 외형적 변화이면서, 동시에 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다. 찾아놓은 답을 모두에게 똑같이 전파하여 동일수준의 범용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과거의, 그리고 현재의 교육이었다면, 미래의 교육은 서로 제각기 다른 답을 찾아가고, 새롭고 차별화된 답 속에서 미래를 밝혀줄 놀라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덴마크의 경우는 교육현장에서 ‘티처(교사·Teacher)’라는 용어가 금지되었다. 대신 ‘인스트럭터(안내자·Instructor)’ 또는 ‘퍼틸라이저(영양분을 주는 사람·fertilizer)’라는 말을 사용한다. 한 반에 학생 26명이 있으면 26개의 다른 대답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인스트럭터’의 역할이다. 학생들에게 어느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토론을 시킨다. 누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는가, 리더십이 뛰어난가가 드러난다. 덴마크는 1990년대 초 금융 위기를 계기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그때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이 찾은 대안이 바로 이것이었다.

획일식 교육을 버려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교육 시스템은 반복과 암기식 교육으로 모범생만 찍어내는 획일식 교육이라는 의견이 공통적이다. 틀 속에 갇힌 과거식 인재 양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창의성과 상상력이 필요한 미래식 인재 양산에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 때문에 일정 수준 정도의 범재는 잔뜩 양산하지만, 결코 특별한 인재는 키워내지 못한다. 비즈니스에선 결국 최고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볼 때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다. 전세계가 하나의 권역으로 더욱더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선 각 나라별 최고가 아니라 세계의 최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시스템이 우리의 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워내지 못한다면, 결국 그것을 혁신시키도록 요구하거나, 적어도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좀더 창의적인 교육방식을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는 “정답이 없는 시대인 만큼 ‘걸물’, ‘걸작’인 개인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나 일본의 교육 시스템은 지금까지 대량 생산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냈다. 앞으로는 아무리 그런 인간을 육성해도 중국이나 인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것을 실현해내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새로운 경제나 삶의 방식이 탄생하지 않는다. 이민(移民) 사회인 미국이야 국민 절반이 잠을 자고 있어도 괜찮다. 끊임없이 세계의 새로운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는 ‘아이씨(IC=India-China) 밸리’로 불릴 정도로 중국과 인도 사람들이 많이 활동한다. 이런 게 없는 일본은 어떻게 견딜까. 한국도 일본과 같은 이유로 어려워질 것이다. 기존의 교육시스템에 얽매이면 낡은 사회에 적응하는 인간만 만들어낼 뿐이다..... (중략).. 과거의 교육 시스템이 대량생산시대에 맞는 인재들을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누구나 공감하는 창의적 사고방식과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기술을 가진 ‘글로벌 리더’만이 성공하고 풍요한 삶을 향수할 수 있다.” (출처 : 오마에 겐이치 인터뷰, 조선일보, 2007) 


미래인재는 미래식으로 키워야 한다.

시작할 때 이미 답을 가지고 있는 교육은 과거지향적이다. 미래지향적인 교육은 정해지지 않은 무한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익히는 것이다. 즉, 암기와 습득, 이해는 과거지향적 교육이라면, 탐구와 검색, 분석과 토론, 상상력은 미래지향적 교육인 셈이다. 과연 여러분의 아이는 과거지향적으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미래지향적으로 키울 것인가?
도서관에서 토익준비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 고시준비 하는 것은 상상력이 배제된 미래 준비 행태이다. 과거지향적인 미래준비인 것이다. 사회적 성공의 주류는 과거지향성에서 탈피해서 미래지향성을 가지는 사람들이다. 특히 앞으로는 그런 현상은 더더욱 심화될 것이다.

똑똑한 아이들이 고시에 매달리고, 의사가 되기만을 바란다면 우리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진다. 고시를 통해 판검사나 변호사가 되거나, 행시를 통해 고급공무원이, 외시를 통해 외교공무원이 되는 것, 의사가 되는 것 등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고 부와 명예를 차지하는 가장 안전한 길이긴 하다. 하지만 과거지향성에 의존하는 직업이다. 뭔가를 창조해내는 직업이라기보다 기존에 존재하던 틀에 의존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직업이다. 분명 필요하고 중요한 직업이긴 하지만 모두가 거기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은 미래의 가치를 찾아내는 상상력에 기반한 역할에 많은 사람들이 집중할 수록 그 사회의 미래적 가치는 높아진다. 인문사회계열이나 이공계열의 위기는 과거지향성에만 의존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다. 실제로 새로운 미래를 발굴하고 개척해나가는 힘들은 인문사회계열이나 이공계열 등에서 나온다.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새로운 기술을, 새로운 산업을 찾아내는 역할이 그들의 에너지에서 나온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보다 안정된 과거에만 쏠리다보니 사회발전은 늘 제자리걸음의 딜레마에 빠진다. 한국이 열심히 달리다가 갑자기 정체된 위기에 빠진 것도 이런 딜레마와 맥이 닿는다.

대학생들의 미래준비에 대한 태도나 접근에서 직업적 가치, 미래적 가치, 비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채 안정된 생활기반에 너무 몰입하는 것은 안타깝다. 미래가 없는 인재들의 과거지향적 선택이 결국 그들의 미래를 점점더 어렵게 만들고, 경쟁력없이 나이먹고 조직에만 의존하다가 조직의 붕괴가 곧 개인의 붕괴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래가 없는 나라는 위험하다. 따라서 우리의 아이들은 그렇게 키워선 안된다.

요즘 한국의 대학교육은 미래에 대한 대비에 너무 소극적이다. 좀더 혁신적으로 변신과 진화를 해야만 한다. 대학에서 공무원양성이나 고시지원, 취업중심대학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당장의 학교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지극히 근시안적이다. 대학이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교육의 혁신도 힘들고, 그것은 미래인재를 키워내기도 어렵다. 대학은 대학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서로 미래준비를 따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학이 자기 밥그릇을 담보로 학생들을 볼모로 삼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학생들은 제대로 안내해주고 이끌어주지 못하면 과거지향성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미래를 제대로 보여줘야하고, 그들에게 미래지향적인 사회진출 준비와 방법, 비전, 그리고 그런 동기부여를 제시해줘야 한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 본 칼럼은 제가 쓴 책 <날카로운 상상력(김용섭 저, 미래지식, 2008. 1)>의 내용을 일부 참조했습니다.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궁금하시다면 책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 상단의 칼럼 타이틀 옆에 있는 '칼럼가입'을 눌러 회원이 되시면, 회원전용게시판에서 회원만을 위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으며, 향후 회원들과의 교류의 기회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김용섭의 트렌드 히치하이킹 www.hankyung.com/community/antiys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김영란법 시행 1주년, 어떻게 생각하세요?

  • 부패방지를 위한 획기적 계기로 현행 유지해야 1523명 66%
  • 민생경제 활성화 위해 현실에 맞게 금액 수정해야 796명 3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