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 드러나는 경제불황지표, 속설 혹은 가설
불황일 때일수록 사람들이 기분전환을 위해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색상이 더 알록달록하게 다양해진다거나, 불황일수록 기분전환의 마찬가지 이유로 여성들의 옷이 원색에 가까워진다거나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속설이 있다. 심지어 불황일 때 서민들의 어렵고 답답한 고민이 칫솔질을 할 때 더 세게 칫솔질을 하게 되어 칫솔모가 더 자주 닳게 되어 칫솔과 치약의 판매가 더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이들 주장들은 묘하게도 해당 업계에서 나온 얘기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불황 때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관심을 더 끌어보기 위해서 퍼뜨리는 일종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아닌지 의심해보기 쉬운 것이다.

불황일수록 소주 소비가 늘어난다는 속설이 있는데, 소주 소비를 단순한 기분전환이나 시름을 잊기 위한 소비로 단정 지으며 불황과 소주 소비증가를 감성적 논리로 해석하는 오류는 벗어나야 한다. 기분전환을 위한 소비는 실용적 소비차원에서 보자면 굳이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소비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불황이라 돈을 아껴야하는 사람들이라면 소비 자체도 줄이고, 그나마 하는 소비도 최대한 실용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설득적이지 않겠는가. 불황에서 겪는 경제적 고통과 시름을 덜기 위해서 소주도 마시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술을 마시는 것이다. 불황에 힘들다고 소주병만 부여잡고 한탄하며 현실을 잊으려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더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며 불황을 이기려고 노력한다. 오히려 경기가 좋아지면 업소용 주류가, 나빠지면 가정용 주류가 많이 팔린다는 것이 좀더 설득적이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불황일 때는 외도도 줄어들고, 때문에 러브호텔의 은행연채율도 높아지고, 경매 물건으로도 더 많이 나온다는 속설도 제기될 수 있다. 외도를 하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하는데, 주머니 사정이 안좋아지면 외도도 덜 하게 되고, 외도 산업의 수혜자 중 하나인 러브호텔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는 논리다. 이른바 외도 경제학도 나올법하다. 실제로 외도, 즉 불륜관련 산업의 경제적 규모가 어마어마한 수준일 것이기 때문이다. 러브호텔이나 흥신소, 성매매업소 등의 직접적인 산업에서부터, 통신과 선물, 유흥업 관련한 산업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의 호황과 불황을 체크하는 생활 속 지표들은 존재한다.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금리정책 결정에 앞서 생활 속 지표를 살펴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대표적인 지표로는 뉴욕시의 쓰레기 배출량과 세탁소의 손님 숫자 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가정에서의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지고, 세탁소에 옷을 맡기려는 손님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속옷 매출추이도 지표로 활용된다. 비싼 겉옷을 사지 못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값싼 속옷을 통해 패션소비욕구를 채우고 심리적 위안을 삼는다는 논리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도 여성 속옷과 경기의 연관성을 다뤘으며, 앨런 그린스펀도 브래지어 판매량을 참고했다고 한다. 사소한 관찰에서도 경기를 파악하는 근거를 찾아내는 것이다.

불황 때 신사복 구매가 줄어든다는 것도 설득력 있다. 경제적 사정이 안 좋아지면 정장을 새로 사기보다 기존의 것을 계속 입는 경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불황 때는 패션 소비 자체가 줄어들며, 새로운 유행보다는 기존의 유행을 이어가려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 더 설득적인 것이다. 불황일수록 미래보다 당장의 현실이 다급해 보험해지하는 경우도 늘기 때문에 보험해지율도 참고할 지표가 된다. 이밖에 할인점 계산대의 줄 길이, 놀이공원 행락객의 수, 고속도로 통행량 등도 생활 속 지표에 해당된다. 이들 지표들의 공통점은 생활 속에서 눈에 쉽게 띄는 지표들이라는 점이다. 어렵고 복잡한 경제현상을 생활 속 지표를 통해 ‘척보면 압니다’를 하고픈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되는 지표들인 것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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