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살아남는 강한 자의 조건은 네트워크?

더 뛰어난 기술이나 더 우수한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이다. 어떤 것이 더 많이 확산될 수 있는지, 어떤 것이 더욱 대중화될 수 있는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예를 들어 VCR 시장에서 기술적으로 우월했던 소니의 베타맥스(β max) 방식이 빅터(JVC)의 VHS방식과의 표준 전쟁에서 밀려난 것은 결국 호환성이라는 네트워크 경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IBM PC와 애플의 맥킨토시 경쟁에서도 기술적 우위가 아닌 네트워크 우위로 시장 주도권이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술적 우위가 아닌 네트워크 우위가 시장을 장악하는 경쟁력임을 드러내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아이들만 하는 게임에서 전연령대가 즐기는 게임으로?

콘솔게임기 시장의 대표 주자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닌텐도의 Wii와 DS 등이다. 콘솔게임은 그 특성상 하드웨어인 게임기와 소프트웨어인 게임CD를 사야 하기 때문에 누가 더 하드웨어를 많이 보급하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 된다. 하드웨어 보급이 높으면 당연히 소프트웨어 보급도 높을 테니 말이다.
닌텐도 Wii나 DS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에 비해 기술적 수준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콘솔게임 시장에서 가장 약진이 두드러진 기업은 닌텐도였다. 게임 시장의 대표지인 일본 시장에서 닌텐도 게임기가 소니보다 세 배 가까운 판매량을 보였던 것이다.
두 회사와 달리 닌텐도 게임기는 여성이나 어린이, 청장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타깃으로 했다. 예를 들어 닌텐도의 게임기는 두뇌트레이닝 게임이나 애완용 동물 기르기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을 강조했고 심지어 닌텐도의 광고에 장년층이 게임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이다. 그동안의 게임 시장은 대개 어린이나 청소년을 타깃으로 했고 특히 남성적인 시장이었다. 그런데 닌텐도는 훨씬 다양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네트워크의 규모를 늘리는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왜 항공사는 전략적인 네트워크 제휴를 하는가?

항공 산업에서 네트워크는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된다. 네트워크 허브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경유지를 최소화하면서 어디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 산업에서 경유지를 최소화해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경쟁력이다. 경유지를 최소화하면 한정된 비행기로 더 높은 효율을 거두고 상대적으로 적은 승무원으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료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고 전체적인 부대비용과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고객이나 기업 모두에게 이득인 것이다.
1927년에 창업해 최초로 세계일주 노선을 만들고 미국 항공 산업을 주도하던 팬암항공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는 네트워크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서이다. 최고이자 최대의 주도기업이었지만 네트워크의 힘을 활용하지 못해, 네트워크의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경쟁사들에게 시장을 빼앗겨버린 것이다.
항공업계에서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한 이후, 고객이 항공사를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는 얼마나 노선이 많고 노선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긴밀한가 하는 것이다. 계속 이용해서 마일리지를 쌓아야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으므로 당장 가야 할 노선은 물론 앞으로 이용할 것까지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네트워크가 거대한 항공사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잘 알고 있는 항공사들은 앞 다퉈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적 제휴를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항공사들이 스카이팀이나 스타얼라이언스같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취항할 수 있는 도시의 숫자와 마일리지의 효용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에 속하지 않는 것은 항공사에게 생존의 위기에 해당될 만큼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네트워크 강화와 승자 독식 현상

네트워크가 잘 구축된 곳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고 더욱 많은 기회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인터넷의 경우 선발주자가 굳건히 자리를 잡아놓으면 후발주자나 다른 경쟁자가 발을 붙이기가 힘든 상황이 많다. 인터넷에는 무수히 많은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의 공간이 있지만 사람들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나 네이버의 카페와 블로그, 다음의 카페와 블로그에 가입하는 이유는 그곳에 보다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가야 더욱 많은 사람과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네트워크 경쟁력이 곧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이자 마케팅 무기가 되는 셈이다.
현재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에서는 네이트온이 독보적인 강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전에는 MSN 메신저가 주도적이었고 그 이전에는 AOL이나 ICQ가 주도적인 강자였다. 이러한 결과는 이동통신 시장의 높은 점유율과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높은 확산, 즉 보다 강력한 네트워크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도구는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중요한 선택의 이유가 된다.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를 사용해야 보다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의 살아남은 자들의 공통점을 들여다보면, 모두 네트워크의 승자였다.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자가 강한자이고, 네트워크가 바로 이들의 무기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 본 칼럼은 제가 쓴 책 <소비자가 진화한다 (김용섭 저, 김영사, 2008. 3)>의 내용을 참조했습니다.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궁금하시다면 책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 ‘칼럼가입’을 눌러 회원이 되시면, 회원전용게시판에서 회원만을 위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으며, 향후 회원들과의 교류의 기회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김용섭의 트렌드 히치하이킹 www.hankyung.com/community/antiys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