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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테크놀로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

자연을 살리자는 움직임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도 자연을 살리는데 동참하고 있다. 다만 자연을 살리기보단, 덜 해치는데 기여할 뿐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기계적이고 냉랭할 것 같던 디지털이 자연을 살리고 지구를 지키는데 나선다는 것만으로 디지털이 만드는 드라마틱한 일이 아니던가.

IBM에서 2050년의 우리의 삶에 대한 예측을 한적이 있었는데, IBM의 그린 IT 연구소에선  2050년까지 깨끗한 물과 에너지를 지구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밝은 전망을 제시했었다. 합성 생물학과 시스템 생물학에서 나오는 광합성 원리를 응용해 태양전지를 개발하면 광합성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로 지구를 해치지 않고 필요한 에너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기술이 곧 지구도 살리면서, 동시에 미래의 유망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온갖 화석연료와 각종 에너지 소비에 따른 일산화탄소 배출 등임을 감안하면 태양의 광합성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구현은 지구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기술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런 기술이 나오려면 아직 수십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점이긴 하다.

그린 테크놀로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
디지털은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깨끗해 보이는 디지털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가 소비되고, 엄청난 자연이 훼손되어지고 있다. 종이를 디지털 전자종이로 바꾸면 지구를 살릴듯 해보였지만, 막상 그렇게 바뀌었다해도 그리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이제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절약하는 친환경 기술을 뜻하는 ‘그린 테크놀로지’가 IT업계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고, 주요 IT기업은 친환경 저전력 컴퓨팅과 그린 데이터센터 구현을 앞다퉈 표방하고 있다. 컴퓨터나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나고 하겠지만, 전 세계의 기업체의 전산 기술 설비를 통해 사업을 경영하면서 소비하는 에너지량은 한 해 1000억㎾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1400만대 차가 뿜어내는 탄소의 양과 맞먹는 양이다. 데이터 센터에다가 전세계의 모든 컴퓨터까지 합치면 그 소모 에너지량은 엄청나다. 수천만대 이상의 자동차에 버금갈 공해를 배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IT 수요 급증에 따라 데이터센터는 더욱더 확장되어야 하고, 이에 따른 전력비용과 전력공급 제약은 업계에서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IT업계에 그린 테크놀로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중이다. IT업계의 그린 테크놀로지의 첫번째 필요성은 바로 에너지 비용 절감이라는 지극히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가령, IBM의 주장에 따르면, 전력관리 소프트웨어를 서버에 설치해 서버 기능이 필요치 않을때 대기모드로 자동전환하여 전략소모를 줄이게 되면, 미국 내에서면 연간 54억㎾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인텔·HP·IBM·구글·마이크로소프트·선마이크로시스템스·델 등 40여개 거대 IT기업들은 고효율 저전력 그린IT 시대를 열기 위해 기후보존컴퓨팅계획을 발표하며 연대를 했다. 그리고 그린 IT는 개별 회사 혼자만의 접근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공동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지구를 살리는 디지털의 시도를 표방하지만, 사실 개별 기업의 비용 절감과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이유야 어떻든 덕분에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고, 우리는 자연을 좀 덜 해치면서 디지털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린 디지털은 새로운 기회
가전업계에도 친환경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CES 2008에서 그린IT 제품이 크게 부각되었는데, 후지쯔의 옥수수 녹말을 원료로 만든 재생플라스틱을 외장재로 쓴 옥수수 노트북과 기존의 리퓸이온 배터리보다 20~30% 전기용량이 많은 은아연 배터리를 선보인 Z파워가 주목을 받았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기존 LCD·PDP 등에 비해 전력 효율이 뛰어난 OLED 산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기존 산업 구조가 ‘친환경’이란 변하고 있고, 덕분에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교토의정서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 사업, 청정개발체제 사업 등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에너지 소비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EU는 2020년까지 에너지소비 20% 감축 계획을 발표했고, 제품에 그에 준하는 친환경 기준을 만들었다. 에너지 소비 감축은 어느나라도 피해갈 수 없는 미션이고, 결국 방법은 각종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기를 안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쓰긴 쓰되 기술적 진화로 에너지 소비 자체를 절감시켜주는 것이 된다. 즉, 사람들이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즐거움을 뺏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진화가 저전력으로 구동되는 기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령, 미국 보잉사가 지난해 7월에 공개한 차세대 항공기 ‘B787 드림라이너’는 길이 57m, 높이 17m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친환경 제품이다. 거대한 크기와는 달리 가벼운 탄소복합 소재와 고효율 엔진을 사용해 같은 크기의 다른 기종에 비해 20%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이 비행기는 주문을 해도 몇년은 기다려야 하고, 원한다고 아무 항공사나 주문을 하지도 못할만큼 인기가 있다. 비행기라는 상품의 최고 경쟁력이 바로 연료절감임을 보여준 셈이다.
그동안 자연보호나 친환경 등은 기업에서는 소극적이었다. 왜냐면 이런 활동이 모두 비용 증가를 이루는 요소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연보호나 친환경은 시민사회운동단체들에서 많이 요구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바뀌고 있다. 친환경을 통한 기업의 비용 절감과 친환경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장 때문에, 자연보호나 친환경이 기업의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를 만드는 영역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지못미 지구, 결자해지!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사건에서 보듯이 바다에 기름이 대량으로 유출되면 생태계가 파괴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이에 과학자들은 석유를 분해하는 박테리아를 번식시켜 바닷물 위에 뜨는 석유를 없애는 연구에 힘쓰고 있다.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문제도 연구 대상이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려면 수백년이 걸리는데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박테리아를 찾기위해 연구하고 있다. 이밖에 농수산물에 중금속이 쌓이지 않게 하는 연구나 유독가스를 없애는 연구 등도 진행 중이다.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자연을 해치는 것들에 대한 복원책이나 방지책들이다. 인간은 지구에 해로운 것을 많이 만들어냈고, 이제 과학자들은 미래를 위해 인간이 만든 해로운 것들을 없애는 연구를 진행 중인 것이다.
결자해지라고, 문제를 일으킨 인간이 자연보호와 자연복원에 앞장서는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인간이 자연을 복원한다는 오만을 품어선 안된다. 자칫 자연보호나 복원 프로그램이나 관련 기술들이 오히려 자연에 해가 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자연보호와 복원 방법은 자연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일종의 방치인 셈인데, 자연에 인간의 손길을 지우는 것이다. 지구의 나이 45억년을 24시간으로 줄여보면 인간이 존재한 시간은 고작 30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 미미한 존재의 시간 동안 인간은 지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변화시켜왔다. 멀쩡한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위기로 내모는 주범은 결국 우리들 인간이라는 점이 안타깝고 또 미안할 뿐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상기 칼럼은 삼성SDS 사보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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