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린 비로 인해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동창(東窓) 건너편, 머리에 흰 뭉게구름을 얹은 불암산의 초록이 싱그럽습니다. 갓 떠온 샘물로 만든 오이냉국 맛처럼 청량하고요. 불경에 나오는 칼라빙카(Kalavinka)의 노래 소리처럼 청아한 풍경입니다.

칼라빙카는 눈 덮인 히말라야에 사는 상상의 새로 목소리가 맑고 깨끗해 하늘도 흉내낼 수 없으며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염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흔히 가수 이미자의 목청이 이처럼 곱다고 하지요.

오늘 같은 날은 아미라 빌리하겐(Amira Willighagen)의 낭랑한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아미라는 지난 2013년 혜성처럼 등장해 전 세계 음악 팬들을 매료시킨 소녀 가수입니다. 당시 9살이었던 그는 네덜란드의 '홀란드 갓 탤런트'(Holland's Got Talent)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푸치니 오페라 '자니스키키'의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를 불러 심사위원과 방청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처음 이 소녀가 무대에 나타나자 심사위원들은 무슨 장르의 노래를 부를 거냐고 묻습니다. 소녀가 오페라라고 답하자 모두 웃습니다. 그러나 그 웃음은 곧 경악으로 바뀝니다. 청아한 목소리에서 뿜어져나오는 세련되고 성숙한 노래 솜씨 때문이지요. 곡이 끝나자 모든 방청객은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심사위원들은 결승으로 직행하는 골든 티켓을 줍니다. 아미라는 결국 프로그램 우승자가 되지요.

더욱 놀라운 점은 평소 소녀가 정식으로 노래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교사도 없으며 혼자 유튜브 영상을 보며 따라 연습했다는 건데요. 이래저래 소녀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2014년에는 'Amira'라는 타이틀로 앨범까지 내놨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외국을 돌며 자선 공연을 펼치고 있어 더욱 많은 박수를 받고 있습니다.

자! 그럼…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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