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과연 시간이 빨리 가는 사람인가? 아니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사람인가?
시간이 빨리 간다고 여기는 사람이나 느리게 간다고 여기는 사람 모두 자신의 시간에 불만이 많다. 그렇다면 시간을 거래할 수는 없을까? 늘 시간이 모자라는 사람에게는 시간을 절약해 모자라는 시간을 채워주는 거래, 시간이 많고 한가로운 사람에게는 남는 시간을 노동과 성취로 바꿔줄 거래가 필요하다. 두 부류 모두 시간 거래를 필요로 하고 이들은 마케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루가 24시간밖에 안 되는 것이 원망스럽다고?

현대인의 생활이 점점 바빠지고 복잡해지면서 일상의 잡다한 시간을 절약해 그 시간을 좀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서 그러한 욕구가 많이 분출되고 있다. 이들은 회사일, 양육, 집안일, 자기계발 등 챙기고 신경 쓸 것이 산더미라 늘 시간에 쫓긴다. 그래서 이들은 돈으로 시간을 사는 데 주저함이 없다. 심지어 한 사람의 월급이 고스란히 양육과 집안일에 대한 아웃소싱 비용으로 지출되는 경우도 있다.

당장의 경제적 계산으로 보자면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과 양육을 담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직장은 한번 나오면 다시 들어가기 어렵고 혼자 벌어서는 가정경제를 꾸리기 힘든 경제적인 상황을 배제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자신의 노동으로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아웃소싱을 하며 시간을 버는 구조가 일상화되고 있다.

그나마 각종 일상생활에 대한 아웃소싱이나 24시간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과거에는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시간 시장이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해도 아주 고가였으니 말이다.

정년퇴직 후, 그들의 여유시간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일본에 ‘마이스터 60’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는 예순 살이 넘어야 입사자격이 주어진다. 정년퇴직한 사람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상품화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마이스터 60은 공장과 기업에 대한 설비설계 기술 자문이나 경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개 몇 십 년간 관련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이라 전문성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가령 공장의 기계 설비가 고장 났다면 수십 년간 그 분야에서 일한 마이스터 60의 직원은 몇 가지 징후만 보고도 무엇이 고장 났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이미 그런 경험을 수없이 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공장에 10명이 파견되어야 한다면 마이스터 60의 직원과 자회사의 젊은 기술자를 함께 보낸다. 노인의 경험과 청년의 패기 및 힘을 결합하는 셈이다. 그러니 고객사 입장에서는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1990년 20명으로 창업한 마이스터 60은 2002년 도쿄증시에 상장되었고, 2007년 기준으로 직원 수만 600명에 이른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나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50년에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고령인구(65세 이상)가 72명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이는 세계 평균(25명)은 물론 선진국 평균(45명)보다 높은 수치이다.

하지만 이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마이스터 60의 사례처럼 고령자만으로 회사를 차린다는 역발상으로 그들의 여유시간, 전문성, 경험을 거래 대상으로 만들어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고령 인구에게는 풍부한 시간 여유와 오래 축적된 전문성 및 경험이 있다. 따라서 기업은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나아가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활동의 확대는 그들을 거대한 소비군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순 살에 은퇴하고 여든 살까지 산다고 가정해보자. 20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17만 5,200시간이다. 이 중에서 잠자고 밥을 먹는 생리적인 일에 하루 14시간을 소요한다고 치면 10만 시간이 된다. 그렇다면 남은 7만 시간에는 무엇을 할까? 그것은 말 그대로 여유시간이다. 7만 시간이라는 엄청난 여유시간에 무엇을 할까? 돈이 많든 적든 사람들은 대개 7만 시간에 무언가 일을 하고자 한다. 그것이 돈을 버는 일이든 아니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거나 성취를 위한 일이든 말이다.

노인들이 변했다?

시대가 바뀌면 사람이 바뀌듯 상속에 대한 노인들의 개념도 많이 바뀌었다. 재산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고 가는 노후설계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노인세대와 달리 요즘의 노인세대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 물론 미래의 노인은 더욱 부유할 것이다. 해외여행이나 명품 소비, 문화생활을 맘껏 누리는 부유한 노인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여유시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들의 여유시간을 돈으로 바꿔줄 마케팅 접근이 절실한 것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 본 칼럼은 제가 쓴 책 <소비자가 진화한다 (김용섭 저, 김영사, 2008. 3)>의 내용을 참조했습니다.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궁금하시다면 책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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