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2.0 이라는 말이 단지 소수점을 달고 있는 여느 숫자가 아니라, 아주 중요한 트렌드 키워드가 되어버렸다. 낙지 빨판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사회전반에 큰 영향력으로 확산되는 아주 무시무시한 녀석이 되어 우리의 삶을 바꿔놓으려 덤비고 있기도 하다. 2.0 트렌드는 새로운 산업적 기회를 만들어내려는 정치적 신드롬이기도 하고, 개인의 능동성이 커지면서 생긴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고, 말붙이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말장난 이기도 하다. 하지만 2.0 신드롬이 유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2.0이라는 숫자가 뒤에 붙는 것은 버전을 의미한다. 원래 소프트웨어에서 버전을 숫자로 표기하면서 초기 버전과 점차 진화되는 버전을 구분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디지털화의 보편화가 사회변화의 패러다임 구분을 함에 있어서도 소프트웨어의 버전 숫자처럼 표기하게 만든 셈이다. 우리는 늘 과거와는 다른 현재, 그리고 현재에 기반한 미래를 그려낸다. 그것을 연장선상으로 보기도 하지만, 과거와 질적으로 진화한 현재를 두고서는 과거와의 단절하고 분리한다. 그래야만 더 현재가 더욱더 혁신적인 것 같고, 현재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더 밝게 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과연 2.0이란 실체는 무엇일까?

2.0의 의미는 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사용자의 능동성이다. 그동안은 공급자 중심의 시대였고, 사용자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사용자가 참여와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능동성을 제대로 발휘하는 상황이자 시점이 곧 2.0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사회구조의 패러다임이 수직적 하향구조인 1.0이었다면, 이제는 수평적 쌍방향 구조인 2.0 인 셈이다. 일방적이고 관성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은 1.0 스타일이다.
그런 점에서 대칭점에 놓여있는 2.0 스타일은 뭔가 개입하고 참여하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바꾸려하는 것이다. 2.0의 실체는 바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진화한 우리들 자신이다. 더 이상 나약한 개인이 아니라, 언제든 소통하고 개입하고 참여하여 우리에게 유리한 것을 얻어내려는 강한 개인으로 바뀌어진 것이다. 디지털화가 우리의 소통과 개입의 여지를 확대시켜주었고, 이것이 결국 본질적 차원에서의 2.0의 실체인 셈이다.

웹에서도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구조, 인터넷기업이 서비스를 만들어놓으면 사용자는 이용하기만 하는 구조가 웹1.0이었다면, 사용자가 직접 컨텐츠도 만들고, 직접 여론도 형성하고, 정보 생산과 유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웹2.0인 것이다. 사용자가 직접 참여해서 질문과 답변이 만들어지면서 검색서비스가 이뤄지는 대표적인 지식검색 서비스인 네이버의 지식인도 웹2.0인 셈이고, 자신의 컨텐츠를 올리고 스스로 컨텐츠 공간을 홍보도 하고 컨텐츠도 확산시키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나 각종 블로그도 웹2.0인 셈이고, 유튜브나 판도라TV처럼 사용자가 직접 만든 동영상 컨텐츠가 활발히 유통되어지는 것도 웹2.0인 셈이다.
이미 우리는 오래전부터 인터넷에서의 2.0 스타일을 원해왔고, 그것이 하나씩 이뤄지는 있는 상황에서 웹2.0 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웹2.0이라는 말 때문에 최근의 트렌드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지고 있던 트렌드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준 것이 웹2.0인 셈이다.

2.0 신드롬, 네 시작은 불손했으나 결과는 유쾌하리니?

웹2.0은 닷컴 버블 붕괴후 침체된 인터넷산업 전체를 일시에 부흥시킨 가장 역사적인 정치 전략이라는 시각도 크다. 2004년 미국의 IT 전문 출판 미디어인 오라일리(O’Reilly)사는 닷컴버블 붕괴에서 살아남은 인터넷 기업들의 성공 요인의 공통점을 제시하는 컨퍼런스를 제안했는데, 그것이 바로 ‘웹2.0 컴퍼런스’ 였다. 닷컴버블의 붕괴로부터 살아남은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했던 가치로 ‘공유’, ‘참여’, ‘개방’ 등을 들면서 인터넷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붐업시키는 메시지로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웹2.0에서 추구하는 공통가치가 사실상 인터넷 초기부터 계속 추구되던 것이었다. 과거 실패한 기업들이 공유와 참여, 개방을 추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역시 십년 전부터 웹2.0 스타일을 추구했지만 현실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채 막연한 미래가치에만 기대며 규모만 키워왔던 것이 실패로 이어진 주요 원인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결과를 가지고 과정을 재단하는 오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어떠랴. 웹2.0 컨버런스 이후 웹2.0이란 말은 신드롬 처럼 번지며 인터넷산업에 투자자들의 발길을 불러모았다. 결국 웹2.0을 내세운 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를 받게 되었으나 아직까지 특별히 성과를 드러낸 기업은 드물다. 나중에 웹2.0 신드롬이 부추긴 투자열기도 제 2의 버블로 판명된다면, 그때는 또 누군가가 웹3.0을 내세울지도. 사실 이미 웹3.0을 말하는 이들도 있기도 하다. 2.0이 참여와 소통이었다면, 3.0은 보다 진화해서 고도화된 개인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무엇이 되었던간에 웹2.0 신드롬은 티핑포인트인 것이지,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이미 과거에도 존재했고, 또 과거에도 지향했던 것들이 디지털화의 보편화로 인해 사회환경과 개인들의 참여와 소통환경이 원활해진 덕분에 이제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게 된 것뿐이다. 어쩌면 시기를 적절히 만난 정치적 의도가, 티핑포인트가 되어 사회 전반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결국은 보다 진화된 사회구조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하는 셈이다.


2.0은 만능키인가?

원래 트렌드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한번 대세인양 부각되면 그 다음부터는 맹목적 경향이 생기기 마련이다. 2.0 신드롬을 촉발한 것은 웹2.0이지만, 이제 2.0은 웹을 떠나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젠 뭐든 2.0을 붙이면 된다. 이것은 바로 뭐든 새로운 것으로 재해석되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고, 동시에 진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변해야 한다. 과거와 다른 뭔가 질적으로 새로운 것으로 변해야 한다.
2.0 신드롬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갈구이다. 필름2.0, 비즈니스2.0, 모바일2.0, 미디어2.0, 디자인2.0 등에서부터 심지어 결혼2.0, 재테크2.0, 회식2.0 등 뭐든 사용자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차원에서 2.0 이라는 접미사가 유행어처럼 되어버린다. 이미 2.0이 붙은 잡지도 여럿 있는데다가, 기업이나 정부에서도 2.0 이라는 말을 변혁이나 진보의 또 다른 단어로 쓰고 있기도 하다.

방송국이 보내주는 일방적인 방송을 채널 선택만 하면서 보던 것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컨텐츠를 원하는 시간대에 볼 수 있는 주문형비디오나 방송을 TV에 저장하여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보게하는 디지털TV나 데이터방송, 보다 사용자의 능동성이 확대된 IPTV 등도 미디어 2.0이라 할 수 있다. 시각적 접근 중심이던 디자인이 이제는 기업의 경영과 마케팅의 중심이 되면서 디자인을 먼저하고 나중에 제품의 기능과 기술을 구현하는 디자인 퍼스트를 비롯해 사용자의 사용성을 전방위적으로 고려하는 유니버셜 디자인, 디자인이 제품이 아닌 서비스나 마케팅으로도 구현되는 것을 두고 디자인 2.0이라 할 수 있다.

관성적으로 나이차면 결혼하고 이혼도 두려워하던 결혼관에서, 자발적으로 독신을 고수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결혼했어도 서로 맞지 않으면 이혼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도 결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보다 능동적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결혼 2.0이라 할 수 있다. 술만 마시던 회식 문화에서 공연문화 즐기고 맛집을 찾는 회식 문화로 변해가고 있다고 이것을 일컬어 회식 2.0 이라고 하고, 재테크에 안달하던 사람들이 돈을 모아두기 보다 자신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자테크를 하면서 재테크의 목적이 돈이 아닌 자신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새로운 변화라는 차원에서 2.0을 가져다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2.0은 만능키는 아니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좋은 힘이 될 수는 있다. 그동안 일방적이고 관성적인 수용, 수직적 하향성, 소통의 단절, 자본과 조직의 논리 등이 지배하던 사회에 대한 유쾌한 반항이자, 그동안 우리들이 상상해왔던 즐거운 미래를 앞당기는 비장의 카드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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