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규슈여행-제4신... 맥주공장에 들러 엔젤링을 즐기다.

입력 2015-04-27 09:50 수정 2015-04-29 16:55



"서울타워는 못 올라봤어도 도쿄타워는 올라 봤다"

"한강 유람선은 못 타봤어도 세느강 유람선은 타 봤다"

오늘 딱 그 짝이다.

우리나라 맥주공장은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면서 뜬금없이

일본 맥주공장을 견학하게 생겼으니, 나 원 참~

 

일행을 태운 버스는 난조인(南藏院)이 있는 마을, 사사구리마치(篠栗町)를 벗어나 아사히맥주회사 하카다 공장으로 향했다.

 

아사히(Asahi) , 기린(kirin), 삿포로(Sapporo), 산토리(Suntory)를 흔히 일본의 4대 맥주로 꼽는다.

일본 최초 맥주회사는 ‘기린’이다.

매출 1위의 '기린'은 1987년 '아사히'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슈퍼드라이’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다. ‘슈퍼드라이’는 보리 75%가 들어간 일반 맥주다.

목 넘김이 쌉싸래하면서도 혀에 착 감기는 맛이 또 한잔을 부른다나...

그러나 시장에서 영원한 건 없다.

 

자존심 구긴 기린이 칼을 갈고 있다.

기린은 100% 맥아에서 맨 처음 짜낸 맥즙을 쓴다는 의미의

보리향이 강한 ‘이찌방시보리’를 출시해 야구선수 ‘이찌로’를 모델로 내세워

아사히의 ‘슈퍼드라이’를 맹추격 중이다.

여기에 ‘구로 라벨’이 상징인 ‘삿포로’가 2~30대를 겨냥해 보리 100%의

고급 맥주인 ‘에비스’를, 그리고 위스키로 유명한 산토리 마저

맥주시장에 가세했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Suntory Premium Malt's)는 거품에 승부수를 걸었다.

맥주를 따르는 순간에 거품이 아주 크리미(Creamy)하게 쫙 올라와

거품뚜껑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마시는 동안 신선함이 유지되어

목 넘김이 좋다는데, 실제 마셔 보지 않아서 더 이상은... 패스!

 



일본의 맥주시장은 ‘거품 전쟁’이라 할 만큼 거품에 집착한다.

맥주를 마시고 나면 거품 자국이 잔에도 입술에도 엔젤링처럼 남아야 한다.

우리의 치맥 시장에도 어느새 크리미한 엔젤링이 대세라 한다.

그래서 ‘차줌마’도 외친다. ‘엔젤링을 즐겨라’라고.

 

차창을 오지게 때리던 빗줄기는 조금 잦아진 듯 했다.

그러나 비구름은 여전히 낮게 드리워져 하시라도 심술을 부릴 기세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는 산야는 봄비를 머금어 생기가 넘쳐난다.

두 칸짜리 열차가 들판을 가로질러 달린다. ‘난조인’으로 가는 꼬마열차다.

우리의 마을버스처럼 시골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귀요미? 열차다.

 

오전 11시경, 아사히 맥주 하카다 공장에 도착했다.

‘제사 보다 잿밥‘이라고, 우선 시원한 한 잔 생각이 앞선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으로 오는 동안 가이드로부터 맥주에 관한

이론 수업을 단단히 받은 터라 이제 실습(?)만 남아 있다.



1층 로비에는 공장 견학을 위해 또 다른 팀도 대기 중이다.

막간을 이용해 벽면에 게시된 아사히비루 창업 110주년 社史를

더듬더듬 읽고 있는데 갑자기 로비가 소란스럽다.

우리 일행인 너 댓 명 어린이가 뛰고 구르고 고함을 지르고...난리가 아니다.

‘아이를 보면 부모가 보인다’ 했던가, 슬그머니 부모를 쳐다봤다.

아이들의 부모는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잠시 후 단정하게 차려입은 女안내원이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또르르~’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다.

아마도 고막이 이게 웬 호사인가 싶었을 게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카다 공장은 역사가 매우 깊다. 지금으로부터 95년 전에 세워진 공장이다.

아사히맥주 공장 중 124년 전에 만들어진 오사카 공장이 가장

오래되었고 두 번째가 이곳 하카다 공장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맥주 양은 350ml 캔을 기준으로 연간 8억 1천개에 달한다.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두를 정도의 엄청난 양이다.

옛날엔 오사카 공장 것만 우리나라로 출하가 됐는데 이제는 이곳

하카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일부도 우리나라로 출하되고 있단다.

 

女안내원은 설명하고 동행중인 가이드는 통역을 했다.

공장 내부 모습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며 양해를 구한다.

 

설명들은 맥주의 제조공정을 요약, 정리하면 이렇다.

맥주의 가장 기본 원료는 보리와 호프 그리고 물이다.

샘플로 전시해 놓은 호프를 만져봤다. 향기로운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안내원이 볶은 보리 한 줌을 건네주며 맛을 보란다.



입 안에 넣고 오물오물 씹어 보았다. 고소했다.

이 세 가지 원료 외에 맥주를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쌀가루나

옥수수가루 등 부 원료를 더 넣는다.

부 원료를 더 넣으면 일반 맥주가 되고 안 넣으면 순수 보리 100% 맥주다.

또 이걸 좀 많이 넣고 보리는 25%만 들어가면 바로 발포주가 된다.

그러면서 맥주의 종류들이 다양해진다고 한다.

 

맥주는 말 그대로 보리술이다.

물에 보리와 호프를 넣고 부글부글 끓이면 보리 주스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효모를 넣는다. 효모는 달달한 보리 주스를 ‘먹고 싸고’를 거듭한다.

바로 발효 과정이다. 발효는 이렇게 일주일동안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알코올과 탄산가스가 생성된다. 이것을 탱크로 옮겨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되면 비로소 진한 호박색의 맥주로 탄생된다.

숙성용 탱크의 높이는 22m에 직경은 7m, 용량은 420킬로리터이다.

하루 350밀리리터 씩 퍼마시면 3천 3백년이 지나야 비워지는 양이다.

이러한 탱크가 이 공장 내에 130개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용기에 담아져야 비로소 완제품이 된다.

무균상태에서 밀봉된 빈 캔은 흠집이 나지 않도록 공기압을 이용해서

생산라인으로 운반되면서 캔 밑에 유통기한과 제조연월일이 새겨진다.

 

캔에 맥주를 채우기 전에 세정기로 캔 속을 깨끗이 씻는다.

캔 충진기는 컴퓨터로 제어되어 1회전하는 사이에 맥주가 충진 된다.

1분 간 350밀리리터 캔 1,500개를 충진 할 수 있다.

 

맥주가 담겨진 캔은 봉합기를 통과하면서 빠른 속도로 뚜껑이 덮여져

새지 않도록 봉합되고 캔 속의 맥주용량이 규정대로 들어있는지

검사과정을 거친 다음, 완성된 캔 제품의 일부는 상점에 진열하기 쉽도록

6개씩 종이팩으로 포장되어 상자에 담아져 창고로 운반되고 있다.

지금까지 캔 맥주의 생산과정 일부를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았다.

 

이제 혀끝으로 맛을 확인 할 차례다. 안내를 받아 시음코너로 들어섰다.

공장견학 분위기는 돌연 맥주 파티 모드로 바꿔졌다.

호박(琥珀)색 조명이 맥주 빛깔과 잘 어우러져 맥주전문점에 들어선 느낌이다.



한사람 당 3잔을 맛 볼 수 있다.

“공복에 낮술인데...”하며 점잔 빼던 일행들, 슬그머니 잔을 비우기

시작하더니 여기저기서 ‘건배’가 이어진다.

막 생산된 맥주라 신선도가 뛰어나 목 넘김이 예술이다.

7:3의 황금비율로 맥주잔을 채웠으니 ‘엔젤링’도 굿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맛좋은 이유는? 공짜 술이라서 ㅋㅋ



그렇게 연거푸 4잔(1잔은 짝꿍한테 빌림)을 마셨더니 알딸딸하다.

주어진 맥주 시음은 20분, 다음 팀에게 자릴 비워줘야 한다.

몇몇은 2% 부족한 듯, 입맛을 다시기도...

 

오후 일정은 구마모토 현 동부에 위치한 활화산, 아소산(阿蘇山) 투어이다.

버스로 두시간 반을 달려가야 한다. 한낮인데도 사방이 어둑하다.

먹구름이 몰려오는가 싶더니 또다시 비바람이 들이치기 시작했다.

 

<다음 편으로 계속 됩니다>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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