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규슈여행-제2신... 팝콘처럼 터져버린 벚꽃에 취하다

입력 2015-04-13 15:08 수정 2015-04-20 10:30



후쿠오카의 쇼핑 명소, 캐널시티(Canal City)에서 눈요기를 끝내고

벚꽃이 절정이라는 후쿠오카 성터로 이동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때마침 후쿠오카는

사쿠라 마츠리(Sakura Matsuri, 벚꽃축제) 기간이다.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한 성터로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 들었다.

깔판과 도시락을 챙겨든 가족단위 상춘객들, 까만 정장의 퇴근 길 샐러리맨들,

그리고 벚꽃 보겠다고 현해탄을 건너온 우리 일행들까지.

 





일본의 도시는 대개 城主가 거처하는 城을 중심으로 발달한

성하 도시(城下町)의 형태를 띤다.

성주들은 유난히 벚꽃과 동백꽃을 좋아했다고 한다.

후쿠오카를 다스렸던 성주 '구로다 나가마사' 역시 예외는 아닌 듯,

후쿠오카 성터에도 해자(垓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를 따라 벚나무가 지천이다.

평지 성곽이 많은 일본은 '해자'가 잘 발달해 지금도 대부분

성곽에는 해자가 남아 있다.

('구로다 나가마사'는 스물다섯 나이로 일본 제3대장이 되어 임진왜란 때 1만 2천명을 이끌고 김해를 침입, 추풍령으로 북상하며 온갖 만행을 저지른 원흉이기도 하다)

 

벚꽃은 한 번의 바람결에도 덧없이 지고 만다.

절정의 순간에 끝을 예감케 한다.

주군에게 미련없이 목숨을 바치는 것처럼.

동백꽃 역시 무사의 칼에 모가지가 댕강 떨어지듯 단숨에 진다.

동백을 일러 '춘수락(椿首落)'이라 부르는 이유다.

 



라이트업이 시작됐다. 한층 화려함을 더한다.

축제기간에 맞춰 일정을 잡은 건 아닌데, 와서 보니 운좋게도

라이트업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축제기간(3월 27일~4월 5일)이었던 것.

벚꽃의 꽃말은 '순결'이고 '절세미인'이다.

순결한 절세미인의 유혹에 이끌려 성터 안으로 들어섰다.

 




축제기간이어서인지 포장마차가 줄지어 판을 벌이고 있다.

다코야끼, 야끼소바, 라멘, 바나나쵸코 등등...

벚꽃의 유혹만큼이나 먹거리의 유혹 또한 만만찮다.

 



팝콘처럼 터져버린 벚꽃 사이로 성벽과 성루가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낸다.

성터의 흔적만으로도 후쿠오카성의 규모가 대단했을거라 짐작된다.

성이 온전했을 때 40개가 넘는 성루가 성곽의 요새마다 세워져 있었다는데

지금은 극히 일부의 성루만 남아 있다.

고색창연한 성루와 성벽은 벚꽃과 썩 잘 어울린다.

 

왕벚꽃 사이로 능수버들처럼 축 늘어진 벚꽃도 눈에 띤다.

벚꽃의 종류만도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종이 왕벚꽃이다.

바로 이 왕벚꽃을 두고 요즘 한중일 3국이 후끈 달아 올랐다.

서로들 자기네 나라가 원조라고 빡빡 우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은 일본의 왕벚꽃과 워싱턴

포토맥의 왕벚꽃 샘플을 채취해 수차례 DNA 검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 제주 왕벚꽃이 원산지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 학자들은 제주 왕벚꽃나무는 교잡종이라 주장했고

중국은 당나라가 벚꽃의 원산지라며 원조 논쟁에 가세했다.

한중일'벚꽃 삼국지'의 전개가 자못 흥미롭다.

 

성벽 사이로 미로처럼 이어진 밤벚꽃길은 꿈길과도 같다.

'라이트업'을 받아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일순 바람이 일더니 꽃비가 내리고, 여기저기서 탄성 연발이다.

봄을 시샘하는 이별의 손짓일까, 고갤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화사한 벚꽃 사이로 드러난 밤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늦은 밤부터 봄비가 예고 된 터라, 어쩌면 이 밤이 새고 나면

만개한 벚꽃은 길바닥을 하얗게 뒤덮을 것이리라.

화사하게 왔다가 덧없이 스러져가는 벚꽃에서

아쉬움과 무상함이 교차된다.

 

우리나라의 어느 벚꽃길로 착각이 들만큼 온통 한국인들이다.

후쿠오카는 인천에서 비행기로, 부산에서 배로

접근성이 매우 좋은데다가 인근에 유명 온천지역이 있어

한국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일본의 관광 명소이다.

게다가 바로 벚꽃이 절정인 시기라 더욱 그러하다.

 

현지인들은 주로 벚나무 아래 비닐깔판을 깔고 삼삼오오 둘러앉아

도시락(벤또)을 까먹으며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이다.

 



일본인들은 '집행유예'를 '벤또모치(도시락을 얻음)'라고 한다.

감옥에 당장 끌려가지 않고 풀려난 것이 도시락을 받은 것처럼 기쁘다는 의미이다.

벚꽃놀이와 불꽃놀이를 즐기면서도, 각종 전시회장 안에서도,

가부끼(歌舞伎) 공연을 보면서도 도시락을 까먹는다.

그만큼 벤또문화가 발달해 있고 벤또 사랑은 각별하다.

 

그많은 사람들이 벚나무 아래서 도시락을 까먹고 가도

앉았던 자리가 깨끗하다. 그 안에 질서가 있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런 것에서 일본이 다시 보인다.

 

후쿠오카 성터 벚꽃길 산책을 끝내고 첫째날 숙소인

클리오코트 하카타 호텔(Hotel Clio Coart Hakata)로 향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시내풍경은 잘 정돈된 느낌이다.

포장마차가 간간이 눈에 띤다.

어라~ 일본엔 포장마차를 비롯한 노점상이 없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하카다에는 노점상이 있다.

일본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후쿠오카만의 풍경이다.

 



주로 하카다역을 중심으로 나까스강변을 따라 포장마차가 나와 있다.

일본의 포장마차는 축제기간 아니면 함부러 나와 영업할 수 없다.

그래서 하카다 포장마차가 특별한 것이다.

저녁에만 나와 지나가는 샐러리맨들의 발길을 잡는다.

 

호텔은 하카타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선술집도,

포장마차도, 편의점도 하고많다.

체크인 후 짐을 들여놓은 다음, 호텔을 나와 선술집 순례에 나섰다.

입구에 예외없이 실제 메뉴의 사진과 함께 가격이 적혀 있어

취향대로 쉽게 고를 수 있어 좋다.

 

짝꿍과 함께 하카다역 인근 선술집 골목을 거닐며, 생뚱맞게도

영등포역 앞 술집골목의 무질서한 입간판과 보행에 방해가 될만큼

보도를 점령한 포장마차들이 오버랩 되는 건 왜일까?

 

<다음 편으로 계속 됩니다>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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