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병원으로 달려가는 길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하늘은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부활절에 저 세상으로 갔으니 행복이라고 달랬지만 슬픔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꽃은 져도 다시 피지만 사람이야 어디 그런가.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장지에서 큰 형이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어서 묻힐 게 뭐 있나.

뼈를 산이나 강에 뿌리는 것이 좋은 것 같애.

저렇게 납골당에 갇히는 것도 나는 안 좋아.

잘 사는 것도 좋지만  잘 죽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장지에서 돌아오는 길, 미당의 귀촉도가  머리속을 맴돈다.

 

 
눈물 아롱아롱

피리불며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오는 서역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리

 

신이나 엮어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나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서정주 '귀촉도'

 




 
작가 / 카피라이터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