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계선편 제 3장을 보면 장자 왈 (莊子曰) 일념불념선(日不念善)이면 제악(諸惡)이 개자기(皆自起)니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하루라도 선을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악이 절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사람의 양심이란 이를 굳게 지켜서 놓치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으나 만일 이를 놓치면 없어진다는 것이다. 즉 일상의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잠시라도 선(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마음이 여러 가지 나쁜 생각을 하게 되고 따라서 나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명심보감에 보면 착하게 살라는 말이 참 많다. 자본주의 시대와 문명이 나날이 진보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 덕목은 진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본다. 차라리 이 보다는 지식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 문제가 우리에겐 더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에 상연된 영화 중에 <엑스 마키나> 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칼렙은 블루북이라는 회사에 근무한다. 이 회사는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 회사라고 할 수 있는데 어느 날 회사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에 당첨된다. 그것은 회장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그는 부푼 마음을 안고 회장인 네이든을 만나러 헬기를 타고 그가 살고 있는 별장같은 곳으로 간다. 그러나 사실 칼렙을 부른 이유는 인공지능을 가진 에이바를 만나 튜링테스트를 하기 위해 데려 온 것이다. 이 영화는 칼렙과 에이바가 만나 튜링테스트를 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칼렙은 에이바를 이성으로 느끼며 급기야는 네이든에게 나를 유혹하도록 프로그램밍 했나요 ? 라고 하면서 화를 낸다. 그러자 네이든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처음 만난 남자가 당신이니 자연스러운 거라고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그러면서도 칼렙은 점점 에이바에게 끌린다. 이런 감정을 이용해서 에이바는 칼렙에게 네이든을 조심하라고 하며 자기를 도와 달라고 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에이바는 네이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외모와 사랑이라는 것을 통해 칼렙을 유혹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답게 화려한 볼거리도 없고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영화보다도 진지하게 인간다움이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든가 이런 감정들은 인간의 전유물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공지능인 에이바에게도 이런 감정들이 나타난다. 특히 사랑이라는 것이 검색 엔진 회사답게 빅테이터를 통해 프로그램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영화 속 현실이지만 정말 놀라웠다.
 

에이바는 결국 칼렙을 이용해 탈출한다. 탈출하는 과정에서 칼렙에게까지 무자비하고 인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것을 보면서 명심보감에서 그렇게 선과 양심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떤 분이 어머니에게 사물 인터넷에 대해 설명을 하였더니 “ 아이고 무서워라 ”라고 했다고 하셨다고 한다. 물론 그 뜻을 다 알기에는 인문학을 하는 나에게도 어려운데 어머니도 다 이해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 시대에 있어 윤리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다가 올 시대는 어머니의 표현처럼 “아이고 무서워라 ”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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