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일상은 생존 싸움


생명체가 살아가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생존과 종족보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이기적인 싸움을 한다. 인간이 끝까지 생명을 붙드는 모습, 호랑나비 날개의 점박이 가짜 눈, 나무에 쌓인 독소를 안고 떨어지는 낙엽은 다 생명체의 진화 방식. 사실 진화론은 창조론을 입증하는 설계도에 불과. 지구상의 150만 생명체는 저마다 최종 상태이기에 종(種) 간의 우월성 비교는 의미가 없다. 참나무가 햇살을 찾아 줄기를 굽혀가면서 숲을 헤치고 나오는 모습과 우리가 악조건을 이기려고 무진 애를 쓰는 게 다르지 않다. 암반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소나무에 붙은 이끼를 통해 물을 먹고 살아가는 모습과 우리가 악착같이 사는 자세가 같다.
 

자기와의 싸움


산에는 풋풋하고 억센 잡초들, 칡넝쿨을 뚫고 나오는 잡목들, 빛을 찾아 원줄기마저 비트는 참나무 등 여러 생명체가 자연선택을 받기 위한 싸움을 한다. 자연은 우수한 것만 살아남도록 경쟁을 붙이지만 개체의 생명 의지에 개입하지 못한다. 억센 잡초도 생명작동을 한 시간만 멈추어도 시들고, 인간은 3분만 호흡을 중지해도 생을 달리한다. 생명의 본성과 의지가 생명체를 유지한다. 가장 다루기 어려운 상대는 남이 아니라 자신이며 나의 친구이자 적(敵) 또한 자신. 자기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닌 것은 바로 멈추고, 불리해도 정도와 정직을 지키며, 마음이 상해도 긍정하고, 귀찮아도 즉각 행동하자. 자기 싸움으로 자기의 소우주를 정비하자.

 

서로를 살리는 싸움


산에는 참나무, 산 뽕, 야생 벚나무 등 무수한 이름의 나무, 사암과 화강암, 암벽과 자갈 등 수많은 이름의 돌들, 그리고 산에는 풀과 새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산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형체와 소리 등 다양한 개체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산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형용사와 동사들이 하나로 어울려서 거대한 작품을 만든다. 봄 산은 꽃과 나무들이 오묘하게 어울리듯 자아와 타자(他者)가, 종교와 과학이 서로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 서로가 살기 위해 상대가 있어 나도 즐겁다는 상생공명의식을 갖자. 상대가 어떤 제안을 하면 ‘네. 좋은 생각입니다.’ 라고 상대의 소우주를 인정하고 상대가 반대하면 헤아리고 때를 기다리자.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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