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저는 죽는 방법을 가르쳐 왔습니다.

“제가 가르친 것은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 아닙니다. 자신이 죽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특수부대에서는 부하들에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적군을 제거하는 고도의 기술을 훈련 시킵니다. 하지만 저희 요원들이 받는 특수부대 이상의 혹독한 훈련은 그 목적이 다릅니다. 자신을 죽이는 훈련입니다. 저희가 모시는 분을 위해 자기 몸을 언제든 던질 수 있도록 훈련하고 또 훈련하는 것입니다.”

 

 천안에 있는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박종문원장이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면서 유독 날카로운 눈을 번쩍이며 해준 이야기입니다. 박원장은 일년 전 이곳 수련원으로 오기 전에 대통령실 경호처(현 대통령경호실)에서 30여년간 경호와 후배 경호관 훈련을 담당하였다고 합니다.  경호관의 임무는 국가원수를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하는 것입니다. 훈련 내용 중에는 총성이나 폭발음이 들리자 마자 그쪽으로 몸을 날리는 동작을 무수히 반복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훈련인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잘 알려진 예는 1981년 있었던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저격 사건 현장입니다. 워싱턴의 힐튼 호텔에서 행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리무진을 막 타려는 레이건대통령에게 존 워크노 힝클리라는 청년이 순식간에 권총 6발을 발사하였습니다. 이때 백악관 경호원 티모시 멕카시는 총성이 들리자 마자 그쪽으로 돌아서며 몸을 활짝 폅니다. 그리고는 대통령을 향해 날아 온 총알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던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간의 가장 강한 본능을 거슬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사람을 영웅이라 부릅니다. 일본 도쿄 지하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故이수현씨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또 영등포역에서 아이를 구하고 자신의 두 발을 잃은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 물에 빠진 초등학생을 구하고 자신은 생명을 잃은 故이재홍 학생 등 우리 곁에서도 많은 영웅들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런 영웅들의 교훈을 통해 우리는 세상이 결코 자기만을 위하며 사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나누며 살아야 결국 나도 살고 우리도 살 수 있다는 진리 말입니다. 이것이 인간은 물론이고 모든 생물들이 진화 발전해 온 비밀입니다. 개체의 발전만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종(種)들만이 존속하고 발전해 왔음을 진화생물학에서 많은 사례들로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박종문원장은 평생 누군가를 위해 자기 목숨을 던지는 삶을 살아와서 인지 희생과 봉사에 대한 의지가 남다릅니다. 이른 아침부터 필자를 초청하여 수련원 전 임직원에게 사회공헌 특강을 열고, 원장 자신도 맨 앞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청강하는 본을 보입니다. 또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간 날 때 마다 지역 촌로(村老)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실행합니다. 자신과 기관이 힘들더라도 이런 노력을 통해 지역 공동체와 함께 발전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수련원을 떠나며 필자는 정말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습니다. 

“경호 업무를 담당할 때 자신의 생명까지 바칠 수 있게 하는 동인(動因, motivation)이 무엇입니까?” 
그분의 대답이 참 의외였습니다.

“명예입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명예’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자신의 삶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목숨보다 더 중요한 명예는 어디에서 얻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만큼 남을 소중히 여기고, 더 나아가 자신보다 남을 더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발아(發芽)할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물어 봅니다.

나의 명예는 무엇이며, 나의 명예가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가 라고 말입니다.

 

ⓒ김도영20131108

 

 

자타가 공인하는 기업 사회공헌 전문가이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국내 1호 "사회적 샐러리맨" 칼럼니스트이다.
SK에서 사회공헌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고, 기업 사회공헌담당자 370여명이 모인 CSR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사회공헌포럼 전문위원, 행자부 자원봉사진흥실무위원, 국민연금공단 사회적책임경영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 사회공헌 지침서인 "김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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