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열매를 달까 생각하느라 나무는 고개를 숙인다

그 힘으로 저녁이면 과일이 익는다

향기는 둥치 안에 숨었다가 조금씩 우리의 코에 스민다

사람 아니면 누구에게 그립다는 말을 전할까

저녁이 숨이 될 때 어둠 속에서 부르는 이름이

생의 이파리가 된다

이름으로 남은 사람들이 내 생의 핏줄이다

하루를 태우고 남은 빛이 별이 될 때

어둡지 않으려고 마을과 집들은 함께 모인다

어느 별에 살다가 내게로 온 생이여

내 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나무가 팔을 벋어 다른 나무를 껴안듯

사람은 마음을 벋어 타인을 껴안는다

어느 가슴이 그립다는 말을 발명했을까

공중에도 푸른 하루가 살듯이

내 시에는 사람의 이름이 살고 있다

붉은 옷 한 벌 해지면 떠나갈 꽃들처럼

그렇게는 내게 온 생을 떠나보낼 수 없다

귀빈이여 내게 온 생이여

네가 있어 삶은 과일처럼 익는다

 

- 이기철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꽃들의 화장시간』시집 중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간 관계속에서 고민도 하고, 그 어떤 일보다도 사람들과의 좋은 만남 속에서 기뻐하기도 하면서 산다. 시인도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속에서 성숙되고 향기나는 삶을 꿈꾸며 이 시를 쓴 것 같다.
시인은 어떤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면 제일 먼저 그 사람의 이름을 떠올린다는 생각을 하며 누군가가 소중해지는 저녁시간, 그 많은 이름 중에서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또한 그 사람들을 통해 “ 핏줄” 을 통해 혈액과 영양분이 공급되듯 그리운 사람의 이름이 내 삶의 핏줄이 되어 나를 지탱해 나감을 시인은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시인은 “ 내 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으로 타인들을 껴안는다. 그리고 “너가 있어 삶은 과일처럼 익는다” 고 한다. 나만이 아닌 타인들과의 조화속에서 삶은 향기롭고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를 읽으면 지금 옆에 있는 너가 누구보다 그립고 소중한 사람이고 그 사람으로 인해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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