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은 대표적인 안과 질환입니다. 눈에서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져서 앞이 뿌옇게 보이다가 끝내 실명까지 하게 되는데요. 다행히 백내장 수술은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해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도 극빈층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이렇게 간단한 수술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도에는 1,000만 명이 넘는 시각장애인이 있는데 그 중 80% 이상이 가난 때문에 제때 백내장을 치료받지 못해서 평생 고통의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질병의 고통은 물론 시력을 잃은 채로 돈을 버는 일도 쉽지가 않으니 가난 때문에 시력도 잃고 꿈도 잃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인도 아라빈드(Aravind) 안과병원.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Gonvindappa Venkataswamy) 박사가 돈이 없어 백내장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이웃을 위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입니다. 미국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으려면 1,800달러가 있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100분의 1 값인 18달러로 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병상의 절반 이상을 극빈층 환자에게 기꺼이 내주고 2011년에는 31만 5,000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은 무료로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1976년 11개 병상의 작은 병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7개 병원을 운영 중이고 전체 고용 인원만 3,000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안과 병원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라빈드 안과병원이 사회적 기업의 세계적인 모델로 존경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멀리 보고 널리 보는 비전입니다

병원을 설립한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박사는 ‘예방할 수 있는 시각 장애를 없애자’는 비전을 가지고 개인 재산을 털어 병원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명확하고 뜨거운 열정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습니다. ‘닥터 V’라 불리던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 박사는 2006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굳건한 철학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낯설지만 혁신적인 시스템입니다

아라빈드 병원은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는 감성적 접근이나 사회가치를 실현하니 경영성과가 미진해도 외부 지원으로 운영하리라는 안이한 생각을 제쳐두고 철저한 경영 혁신을 추진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맥도널드식 수술 시스템의 개발입니다. 표준화된 햄버거 생산 과정에 힌트를 얻어 수술 과정을 표준화 그리고 분업화한 것입니다.

수술대 2개에 의사 1명과 간호사 4명을 배치하고 수술에 필요한 현미경은 수술대 사이에 하나만 설치합니다. 의사가 한 편의 수술대에서 인공수정체 교체 등 난이도가 높은 수술을 마치면 비교적 간단한 다음 과정은 간호사들이 처리합니다. 그 사이 현미경을 반대편 수술대로 돌려 놓고 의사는 다음 환자를 수술합니다. 이렇게 표준화된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같은 수술 시간이더라도 다른 병원에 비해 무려 6배나 많은 환자를 수술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비전을 꿈꾸는 파트너십입니다

백내장 수술에 필요한 인공수정체는 한 벌에 100달러에 달하는 고가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가 의료 상품을 판매하는 오로랩(Aurolab)이라는 사회적 기업과 제휴를 맺어 병원 옆에 최첨단 백내장 수술렌즈 생산시설을 세우고 신제품 개발에 함께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100달러 하는 인공수정체를 단 10달러로 낮추게 되었습니다. 1,800달러의 수술 비용을 18달러로 낮출 수 있었던 이유, 이제 아시겠지요?

 

사람을 향한 철학입니다
설립자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 박사는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병원을 이끌어왔습니다. 극빈층 환자를 도와준다는 감상적 시혜가 아니라 그들도 본인과 같은 인간으로 인식하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철학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그러한 철학에 구성원들이 깊이 공감해 환자를 위한 경영의 문화가 정립된 것입니다.

 아라빈드 안과병원 사례를 보면 사회적 기업이 단순히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기업’이라는 편협한 개념만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기업들이 애타게 추구하는 ‘비전과 협력과 철학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기적 같은 혁신을 만들어가는 이상적인 기업’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원동력은 경영의 우선순위를 재무성과에만 두지 않고 보다 높은 사회적 가치 즉 인간에 대한 경외와 사랑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신념과 믿음이 있을 때 진정한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며 이 부분이 바로 우리가 사회적 기업으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입니다.

ⓒ김도영 20130728 (dykim99@nate.com)


“우리의 영적인 자각이 성장하면 우리는 자신과 세상의 모든 것을 동일하게 여기고 어떤 것도 착취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돕는 것도 우리 자신이고 우리가 치료하는 것도 우리 자신이니까요.”  
                                     - 아라빈드 안과병원 설립자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 박사 -

 

 
기업 사회공헌 전문가이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국내 1호 "사회적 샐러리맨" 칼럼니스트
SK에서 사회공헌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고, 기업 사회공헌담당자 370여명이 모인 CSR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사회공헌포럼 전문위원, 행자부 자원봉사진흥실무위원, 국민연금공단 사회적책임경영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 사회공헌 지침서인 "김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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