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장애 어린이를 발가벗겨 놓고..

 회사에 입사한 해에 운 좋게도 해외출장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해외에 다녀오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었던 시절이고, 또 처음으로 외국에 가보는 것이었으니 얼마 설렜겠습니까? 캐나다라는 멀고 먼 나라에 도착하고 보니 모든 것이 신기하고 또 신기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활동사진을 찍듯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던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 갔더니 이런 것들이 있더라. 너희들은 모르지? 나 대단하지?“라고 자랑하고 싶었던 치기어린 마음에서였을 겁니다. 서울에 와서 보니 사진 인화비용에만 눈물 쏙 빠질 정도가 지출되었습니다. 촌스럽게도 기념사진은 수북이 쌓였지만 여행지에 대한 추억은 도통 남은게 없었습니다. 카메라에 눈을 들이댄 기억만 있었죠.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 성장기인 2000년대 초반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좋은 일 한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해서 또 이 보람된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안달을 했습니다. 그때는 사회공헌활동은 곧 사진 촬영이었습니다. 현수막은 물론이고 얼마를 기부한다고 큼지막하게 써놓은 보드판이 필수품이었습니다. 쌀가마니 앞에서 찍고, 라면박스 놓고 찍고, 옷가지 쌓아놓고 찍고, 심지어는 장애 어린이를 발가벗겨 놓고 목욕시키면서도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참으로 낯 뜨거운 일입니다.

 

 그래도 신문에는 거의 매일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사진과 함께 보도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당사자들 말고는 그 사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돈 몇 푼 지원해주려고 엄청난 홍보비를 낭비한다고 시민단체들로부터 호되게 욕을 얻어먹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 내부에서도 “사회공헌 그거 꼭 해야 되나?” 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곤 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본질에서 벗어나면 아니 한만 못한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특히나 사회공헌 같은 일은 더욱 그러지 않겠습니까? 남에게 보이려고 홍보에 열중하면 치졸하게 될 뿐입니다. 알리고 싶은 조급함보다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공감을 배워 가야 합니다. 진정성 있는 마음은 항상 통하기 마련입니다. 성심으로 선행을 쌓다 보면 아무 말 하지 않더라도 어느 샌가 모든 사람이 알게 됩니다.

 

 사회공헌 한다며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무안한 행동은 이제 접어 둡시다. 대신 마음의 렌즈로 사랑을 담아봅시다. 그 마음의 사진은 평생토록 가슴에 남아 주위 사람들에게 까지 향기를 솔솔 발할 테니까요.

ⓒ 김도영 20130612 (dykim99@nate.com)

기업 사회공헌 전문가이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국내 1호 "사회적 샐러리맨" 칼럼니스트
SK에서 사회공헌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고, 기업 사회공헌담당자 370여명이 모인 CSR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사회공헌포럼 전문위원, 행자부 자원봉사진흥실무위원, 국민연금공단 사회적책임경영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 사회공헌 지침서인 "김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가 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