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쯤으로 기억됩니다.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는데 낯선 사람이 툇마루에 걸터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이상하게도 차림새가 추레해서 자세히 보니 시커먼 거지였습니다. 아니 거지가 어찌 우리 집 마루에 앉아 우리 숟가락 젓가락을 쪽쪽 빨면서 맛나게 밥을 먹고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당시에는 거지가 참 많았습니다. 가정집 대문 앞에서 깡통을 팔에 걸고 큰소리로 구걸 하는 모습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면 아낙네들은 찬밥과 반찬을 깡통에 개밥 주듯 얼른 부어주고는 대문을 잠가 버렸지요. 거지 중에 문둥병 환자가 있어서 아이들을 잡아가서 간을 빼먹는다는 등 험한 소문도 돌았기 때문 입니다. 거지는 동정 보다는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 거지를 어머님은 집에 들여서 밥상을 차려 내곤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거지들은 우리 집 앞에서 만큼은 큰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또 그리 자주 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들만의 감사표시 방법이 아니었나 추측해 봅니다. 아무튼 거지에게 조차 사랑이 넘치셨던 어머니를 보면서 참 천사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밈(mem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라는 저서에서 소개한 용어입니다. 유전자처럼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복제되고 전달되는 이른바 ‘문화 유전자’를 뜻 합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하는 정보의 유형, 요소, 양식 등이 바로 <밈(meme)>이라는 것입니다. 싸이의 말춤이 전 세계를 휩쓴 것도 <밈(meme)>의 요소를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아마도 어머니의 나눔 사랑이 <밈(meme)>으로 우리 식구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필자는 사회공헌업무를 평생의 업으로 일하고 있고, 동생 둘은 사업 틈틈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또 동생 한명은 제 3세계에서 선교사로 헌신하겠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버님까지 교통사고 보험금 전액을 가족 모르게 필리핀 오지마을을 위해 희사하셨으니 가히 우리 가족 모두 어머니의 <밈(meme)>에 지독하게 감염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도 사랑의 <밈(meme)>에 옮아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는 자신만의 <밈(meme)>으로 진화시켜서 또다시 주변사람을 전염시켜 봅시다.
우리 모두가 세상을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사랑의 숙주(宿主)>가 되어 보면 좋겠습니다.  ⓒ 김도영 20130501 (dykim99@nate.com)
기업 사회공헌 전문가이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국내 1호 "사회적 샐러리맨" 칼럼니스트
SK에서 사회공헌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고, 기업 사회공헌담당자 370여명이 모인 CSR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사회공헌포럼 전문위원, 행자부 자원봉사진흥실무위원, 국민연금공단 사회적책임경영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 사회공헌 지침서인 "김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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