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에 아버님께서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사고가 커서 팔과 다리에 수술을 여러 차례 받으셨습니다. 노인 분이셔서 회복이 더딘 관계로 근 일 년 가까이 병원에 계셨습니다. 덕분에 자주 모이지 못하던 형제자매들이 거의 매일 병실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이런 경우인가 봅니다. 가족들이 아버님 병상을 중심으로 더 화목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병원비가 문제였습니다. 초반에 1인실 특실에 계시다가 적적하시다고 나중에는 6인실로 옮겼지만 다달이 청구되는 입원비가 만만치 않았지요. 장남인 제가 우선 부담을 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혹시라도 제가 부담이 될까봐 보험사와 합의가 마무리 되면 모두 갚아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셨습니다.

일 년 가까운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하신 몇 달 후 아버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보험금 받았다. 병원비다. 그간 수고 많았다.”며 흰 봉투를 턱 내 놓으시는 게 아닙니까? 그런데 예상외로 봉투가 얇았습니다. 수표려니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와 열어보니 납부했던 병원비 총액의 10분의 1정도밖에 안되었습니다. 좀 서운했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렇게 잊혀질듯 했던 보험금의 비밀은 일 년쯤 후 어머님의 푸념으로 밝혀졌습니다. 내용인즉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상금 대부분을 필리핀 빈민촌 학생들 장학금과 또 그들을 위한 센터를 만드는데 기부하셨다는 것입니다. 어머님은 평생 자식들에게는 무정하셨던 아버님이 다른 나라 애들에게 그렇게 큰 돈을 썼다는 것이 많이 섭섭하신 것 같습니다. 눈물까지 글썽거리셨습니다.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용돈으로 쓰실 수 있는 적잖은 노후자금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아버님의 만용에 가까워 보이던 기부는 참 멋진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빈민촌 청소년들이 대학을 다니게 되었고 또 마을에 코코넛 오일 제조 센터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희 형제자매도 센터 건립과 운영을 위해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의미있는 일로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니 얼마나 재미나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이런 모습에 어머님도 요즘엔 활짝 웃으십니다.

 보험은 어려운 때를 대비해서 준비하는 지혜입니다. 하지만 나눔의 보험은 한번만 들어 놓으면 즉시 그리고 평생 동안 행복을 연금처럼 내어주는 멋진 상품인 것 같습니다. 아버님이 가입한 나눔 보험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어떠십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눔 보험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행복 보험금의 비밀을 함께 맛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도영 20130321 (dykim99@nate.com)
기업 사회공헌 전문가이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국내 1호 "사회적 샐러리맨" 칼럼니스트
SK에서 사회공헌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고, 기업 사회공헌담당자 370여명이 모인 CSR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사회공헌포럼 전문위원, 행자부 자원봉사진흥실무위원, 국민연금공단 사회적책임경영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 사회공헌 지침서인 "김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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