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일(ill) 터'에서 '일(逸) 터'로...

  작년 여름 회사 직원들과 네팔에 봉사활동 갔을 때 일입니다. 봉사활동중 하나가 현지 NGO 단체의 건물 외벽을 칠하는 일이였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3일.  NGO 책임자는 최소 일주일정도 작업해야 끝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끝내지 못할 것이니 천천히 안전하게 작업하라는 당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이 시작되자 30도가 넘는 땡볕에서도 봉사단원들은 쉬는 시간도 없이 페인트칠을 해댔습니다. 하루가 끝날 무렵 어찌나 혼신을 다했던지 다들 기진맥진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일주일 걸린다던 페인트 작업은 하루 반 만에 끝이나 버렸습니다. 네팔인 책임자가 놀라 자빠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이런 ‘빨리 빨리‘ 근성 덕분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죠. 그러나 너무도 열심히 했던 까닭에 다들 페인트칠에 질려 버렸음은 물론입니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고들 입을 모으더군요.


  그런데 함께 일을 하던 네팔 사람들은 좀 달랐습니다. 정신없이 일하는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일하는 내내 화기애애하였습니다. 아니 우리 눈으로 보면 히히덕거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말 한마디 없이 일에만 열중하던 우리와는 달리 일하는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  많이 낯설어 보였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일은 과업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한 아주 좋은 ‘놀이’인 것 같았습니다.

  최근 산악 동호회원들과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지인이 있습니다.  2년 동안 주말등산으로 달성한 성과입니다.  그런데 함께 시작했던 회원 중 많은 수가 중간에 포기했다고 합니다.  포기한 사람 대부분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산을 타던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반면 산을 오르며 주변을 즐기고 또 함께 하는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며 행복하게 산을 오르던 사람들은 대부분 끝까지 종주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현대를 사는 직장인들에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해야 할 일들은 늘 버겁기만 합니다. 아마 오늘도 사무실 PC를 마주하며 외로운 경주에 혼신을 다하고 있을 것입니다.  한번 주위를 둘러봅시다. 나와 같은 처지에서 애쓰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봅시다. 서로 마음을 나누며 함께 갈 때 우리의 <일터>가 살만한 곳으로 변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일터>가 스트레스로 병이 나는 <일(ill)터>가 아니라 늘 편안한 <일(逸)터>가 될 테니 말입니다.

ⓒ김도영 20130220 (dykim99@nate.com)

자타가 공인하는 기업 사회공헌 전문가이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국내 1호 "사회적 샐러리맨" 칼럼니스트이다.
SK에서 사회공헌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고, 기업 사회공헌담당자 370여명이 모인 CSR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사회공헌포럼 전문위원, 행자부 자원봉사진흥실무위원, 국민연금공단 사회적책임경영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 사회공헌 지침서인 "김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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