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자네가 먼저 밟으라구, 어서.

 “그 후배사원, 선배에게 좀 과하던데. 지그시 밟아(?)주세요.”
예의 없이 사사건건 선배에게 들이대는 후배를 보다 못한 옆 팀 지인이 조용히 해준 말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만난 신문사 간부 S씨가 얼마 전 겪은 일이라며 해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S씨는 후배를 밟아(?)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수긍해주고 옹호해 준다고 합니다. 자신이 경험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S씨는 어린 시절부터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자랐고, 또 성격도 직설적이라 신문사에 입사해서 한 성격하는 기자로 소문났었다고 합니다. 특히 자신의 상사와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를 때엔 논쟁을 마다않고 자기주장을 관철 시켰고요. 대부분 자신에게 지고마는 상사가 무능해 보이기도 했답니다. 물론 상사를 밟아(?)주는 쾌감도 짭짤했겠지요.

 그런데 작년 송년모임 때 S씨는 얼근히 오른 술의 힘을 빌려 예전 상사에게 그때의 무례함을 용서해 달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니 자기가 마음껏 주장을 펼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책임은 상사가 뒤에서 져왔다는 것을 자신도 선배의 위치가 되니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간 상사는 자신에게 ‘밟힌 것’이 아니라 넉넉히 ‘밟혀준 것’이라는 비밀을 알게 된 것이지요.

 최근 직장인들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니 부하직원의 상사에 대한 불만족도가 49%였습니다.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 불만족 이유 1위였습니다. 이에 반해 부하직원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답한 상사는 35%였습니다. 상사의 불만족은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것이 업무 외 항목 중 1위였습니다. 한마디로 부하직원은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 주었으면’하고 상사는 자신을 ‘존중해 주었으면’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 원인은 자기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 때문입니다. 부하직원을 애틋하게 생각하지 않는 상사가 어디 있으며 상사를 어려워하지 않는 부하직원이 어디 있겠습니까?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하는 소박한 마음이 본의 아니게 서운함을 키우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사회적 샐러리맨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은 바로 공감능력입니다. 공감은 허심탄회하게 자기를 표현하는데서 시작됩니다. 공감해야 신뢰가 시작됩니다. 신뢰가 쌓여야 조직이 행복해지고 효율성도 오릅니다.

자, 상사들이여! 용기를 내서 먼저 고백해보면 어떨까요? <고맙다>고 말입니다.
후배사원들이여! 오늘 입을 열어 봅시다. <감사하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서로 <밟는 관계>에서 기꺼이 <밟혀주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요?
 
“선배님이 먼저 밟으세요.” “아냐, 자네가 먼저 내 등을 밟으라구. 어서.”  뭐, 이렇게 될까요?

ⓒ김도영 20130207  (dykim99@nate.com)

기업 사회공헌 전문가이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국내 1호 "사회적 샐러리맨" 칼럼니스트
SK에서 사회공헌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고, 기업 사회공헌담당자 370여명이 모인 CSR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사회공헌포럼 전문위원, 행자부 자원봉사진흥실무위원, 국민연금공단 사회적책임경영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 사회공헌 지침서인 "김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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