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갑자기 울먹이십니다. 팔십 평생 단 한 번도 당신의 감정을 식구들에게 보인 적이 없는 분이신데 말입니다.  몇 년 전 어머님 칠순 가족모임에서 일입니다. 모임 순서의 하이라이트로 아버님께서 어머님을 위한 시(詩)를 낭독하는 순서였습니다. 시를 전혀 쓰지 않으셨던 분이라 모두들 귀를 기울이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후반부 "고마웠소!" 라는 대목에서 울컥하시더니 눈물을 닦으며 겨우 겨우 시 구절을 읽어 내려가시는 게 아닙니까?




 아버님의 시는‘고희(古稀)의 찬가(讚歌)’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시작됩니다.

“여보 도영 엄마! / 그토록 청순하고 해맑은 만년소녀 당신이 어느덧 70 고희 할머니의 대열에 서있구려./ (중략) / 80평생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 무심한 남편이었다 할지라도 / 오늘만은 참 속 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소./ 여보 고양자 씨!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오./ 그리고 그 동안 고생 많았고 참으로 고마웠소.”(하략)




 칠십 평생 동안 네 자녀 키우며 풍족하지 못한 살림 꾸려 가느라 고생 많았던 어머님은 평생 아버님에 대한 서운함이 맘속에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엄격한 유생(儒生) 가문에서 성장하신 아버님이 아내에게 살가운 말씀을 할 줄 모르셨기 때문입니다. 그런 남편이 눈물을 흘리며 사랑을 고백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날 이후 어머님은 늘그막에 와서야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하루하루가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감사의 힘입니다. 한 평생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던 노부부가 진심어린 감사 한 마디로 그렇게 찾던 행복을 단박에 찾는 기적 말입니다. 누군가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표현하면 자기 자신 역시 그렇게 대접 받는다는 평범한 진리 말입니다. 다행히 아버님은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극적으로 찾으셨습니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말로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우선 감사할 일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봅시다. 탤런트 김혜자씨가 교도소에 강연 갔을 때 한 수형자가 “즐거운 일이 없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물었습다. 이에 김혜자 씨는 <감사노트>를 써보라고 권했다고 합니다. "1부터 1000까지 숫자를 적고 감사한 내용을 적는 건데, 일부러 조금씩 채워나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맑은 하늘과 예쁘게 핀 꽃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지고, 나를 응원하는 것 같더군요. 저는 다 쓰는 데 1년 반이 걸렸는데, 여러분은 조금 더 빨리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신에게 고마운 사람이 누구입니까?  부모님도 좋고, 아내도 좋고, 스승도 좋고, 상사도 좋습니다. 감사의 대상엔 딱히 규정이 없습니다. 오늘 당장 <감사노트>를 만들어봅시다. 그 사람 이름을 적고 감사한 일을 하나씩 적어 나가 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살아있어서 감사하다는 고백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필자 경우엔 적을 때 마다 괜스레 눈물이 나옵니다. 중년 남성의 호르몬 변화인지 아니면 부전자전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노트가 채워지면 어떻게 아내에게 전해줄지 참 고민스럽습니다. 식탁위에 살짝 올려놓고 출근할까요? 아니면 화장대 위에 놓을까요? ⓒ김도영20130129

(탤런트 김혜자씨 관련내용은 조선일보 기사를 편집하였습니다)
(dykim99@nate.com)

 
기업 사회공헌 전문가이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국내 1호 "사회적 샐러리맨" 칼럼니스트
SK에서 사회공헌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고, 기업 사회공헌담당자 370여명이 모인 CSR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사회공헌포럼 전문위원, 행자부 자원봉사진흥실무위원, 국민연금공단 사회적책임경영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 사회공헌 지침서인 "김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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