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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개방형의료법인을 허용하면 의료관광이 산다?

 

현재 우리나라에 의료관광객이 증가하여 2012년 기준 15만 7000명에 달하고 있지만, 외국환자 유치를 국가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는 태국(2010년 156만 명), 인도(2010년 73만 명), 싱가포르(2010년 72만 명) 등과 비교하면 국가 인프라와 의술의 수준으로 볼 때 상당히 안타까운 숫자이다.


WTO 자유경쟁 체제 하에서 시장개방의 범위가 상품→서비스→인력으로 확대되면서 APEC 관광산업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04년 28%에서 2020년까지 44%로 증가할 전망이며 이와 더불어 의료관광이 관광의 새로운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의료관광산업은 동남아시아 및 동북아시아 경제발전에 따른 고소득층 증가와 고급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 미국 등 선진국의 무 의료보험자들 해외 원정치료 증가, 병원 및 의료진 공급이 부족한 유럽권 및 중동권 환자들의 해외 원정치료 증가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의료관광 현황과 외국인환자 유치전략.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조유진. 2010). 의료관광은 연계산업으로서 호텔관광산업, 요식업, 문화산업, 쇼핑업계, 외국투자유치 등을 활성화시켜서 고용 유발 효과도 크다.


그런데 정부와 일부 경제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의료관광산업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이유가 기득권층인 의료인들의 반대로 투자개방형의료법인(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투자개방형의료법인은 투자를 받아서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책적 핵심을 노치고 그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투자개방형의료법인은 의사에게도 새로운 기회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병원에 투자도 해주고 의사들도 앞으로 프로스포츠선수처럼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하는 시대가 올 텐데 말이다. 단지 수익성 위주 진료로 인하여 진료비 상승, 사보험의 등장 등 기존의 사회적 의료보장제도와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을 우려하는 것뿐이다(‘주식회사 병원’, 이익을 볼 사람과 손해를 볼 사람. 프레시안. 2011-11-30. 박길홍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수). 또한 의료관광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척박한 수익구조와 공급과잉에서 생존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의료인들이 마지막 희망을 안고, 그 동안 사실 정부보다는 민간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개척해 온 새로운 시장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는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사회적 의료보장제도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의술로 국민 입장에서는 의료의 낙원이다. 집 앞에 나오면 바로 의료기관이 있고 아이들 간식비용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욱이 저소득층 의료보호대상자는 무상의료, 희귀병 등 차상위계층은 의료비의 대폭 절감 혜택을 받고 있다. 그리고 요즈음은 선진국의 환자들도 자국에서 진료를 받은 후 우리나라에 와서 second opinion을 구하고 다시 진료를 받는다.


하지만 현행 의료보험수가제도 하에서 의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었다. 실제 전체 개원의 중 하위 20-30%는 시설투자비의 금융이자를 갚는데 급급한 수준이다. 정부 주도 하에 일방적으로 책정된 보험 급여항목의 보험수가는 비현실적으로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어서 비급여항목의 도움으로 전체적인 진료비가 적정하게 산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급여와 비급여를 모두 합산하여도 우리나라의 진료비는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수준이며(미국의 약 1/10~20 수준), 진료비가 현재보다 낮아지는 경우 의료기관은 적자경영을 면할 수 없다. 투자개방형의료법인은 이렇게 어려운 경영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융통성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데 투자개방형의료법인을 허용하면 의료관광이 활성화될까? 현재에도 우리나라는 의료시장의 공급과잉 상태로서 의료관광객을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과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으나 의료관광 실적이 기대에 미흡하다. 따라서 투자개방형의료법인을 허용하면 진료환경의 최적화는 좀 더 진행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의료관광이 급격히 활성화될 이유가 없고 자칫 의료 서비스의 공급과잉만 심화시킬 수 있다. 핵심은 의료관광 활성화의 방법론이다. 즉 의료관광 상품의 패키징과 글로벌 마케팅의 문제이다. 기득권층인 의사들의 반발로 안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 의사들은 이미 기득권층도 아니다.


태국은 경쟁우위 산업인 관광을 적극 활용하여 치료 + 휴양 컨셉의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고 상무부와 관광청의 적극 후원 및 홍보로 의료관광산업을 성장시켜 왔다.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Raffles Hospital)은 샴쌍둥이 수술 등 대규모 국제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여 외국인환자 비율이 30~5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자연유산 제주도라는 더욱 우수한 관광자원과 세계 10위권의 강력한 국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류열풍으로 대변되는 강력한 경쟁력의 문화자원과 ICT 강국으로서 최첨단 주변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무형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여 의료관광을 국가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진지한 고민과 대책의 마련이 요구된다. 첫째, 경쟁력 있는 분야의 의료관광 상품 개발과 수요자 위주의 서비스 패키징으로 타겟 계층을 공략해야 한다. 둘째,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이다. 한류열풍과 세계적으로 으뜸인 관광자원을 잘 포장하여 적극적으로 접목해야 한다. 또한 실질적으로 세계 최상위권인 우리나라 의료수준에 대한 홍보를 위하여 샴 쌍동이 수술 같은 상징성 있는 소재를 창조해야 한다. 셋째, 온갖 규제를 위한 규제를 모두 철폐해야 한다. 사실 이제는 정부와 시장 중 누가 더 똑똑한지 알 수 없다. 그냥 시장에 맡겨라. 넷째, 의사소통 문제 해결, 병원 내 비자연장 데스크 설치 등 user-oriented된 행정과 편의제공. 마지막으로 유헬스(ubiquitous healthcare)를 접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초일류 ICT application 기술을 접목한 의료 서비스로 전 세계 환자를 상시적으로 관리/유치하고, 우리나라에서 진료를 받고 자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지속적인 follow up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

사실 과학기술의 꽃은 생명과학이고 그 중심에는 의학이 있다. 현대문명의 지향점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건강과 행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이공계 최고의 엘리트들이 의과대학에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인적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보다 진지한 정책적 고민과 적극적 지원으로 의료산업과 연계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화하여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의료,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세상만사의 진실과 대책을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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