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진화하는 한국적 자본주의


삼성의 이건희 회장께서 6월 7일 38만여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新경영의 포부를 밝혔다. “더 높은 이상과 목표를 위해 새롭게 출발하자”. 그리고 “이제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야 할 때”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이웃과 상생”을 주문했다.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서 가치와 자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사설. 20년 만에 또 다른 新경영 꺼낸 이건희 회장. 2013.6.8).


삼성은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을 마련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1조2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협력사 지원 확대 내용은 1. 1차협력업체 지원으로 글로벌 강소기업 50곳 육성, 2. 2차 협력업체 지원으로 제조 경쟁력·프로세스 혁신, 3. 상생협력아카데미 설립으로 1·2차 협력사 교육, 컨설팅 강화, 4. 중소벤처형 특허 공개 확대이다. 삼성은 정보기술(IT) 활용도가 낮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역량을 높여서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활동도 병행한다(매일경제. 삼성 협력사에 1조2천억 투입. 황인혁·이경진 기자, 2013.6.6).


또한 삼성은 최근 대규모 직무발명 인센티브, 비축한 현금의 신기술 투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쟁업체에 대한 지분투자 등을 추진하며 몸소 경제민주화의 시범을 보이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체질화되어 창의성을 대접하고 사람과 자본에 공정한 수익분배가 이루어져야 경제가 활성화된다. 현재는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어 대한민국 최상위 1%를 제외한 서민은 쓸 돈이 없어서 지갑을 닫고 그 결과 경기침체, 물가하락, 기업 수익감소, 고용감소, 소득감소의 악순환에 점점 더 깊이 빠져 들고 있다.


우리 민족은 조선시대 말기에 이르는 동안 왕족과 고관대작, 탐관오리들에게 가혹하게 수탈당하고 일본 제국주의 통치 35년과 6·25 전쟁으로 전 국토가 폐허가 되었다. 그 후 대한민국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창조적인 철학의 리더쉽을 시작으로 60여 년 동안 세계의 최빈국에서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경제부국으로 성장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였다. 한민족 반만년 역사에서 처음 맞이하는 감격스러운 나날들이며 이렇게 단기간의 경제성장 성공신화는 세계근대사에서도 유일하다. 그 선봉장은 전쟁과 같은 세계 시장경쟁에서 승리를 거둔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자본과 기술의 축적이 일천한 상태에서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 잡기 위하여 세계시장의 market leader가 아니라 2nd strongest 혹은 excellent follower로 대변되는 창조적인 전략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며 종자돈을 키웠다. 심지어 세계 초일류기업과 법정소송을 벌려서 기업 브랜드 가치를 초스피드로 성장시키는 전략도 구사하였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기업 애플을 상대로 스마트폰 관련 특허소송을 진행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애플에 이어 세계 2위로 깜짝 도약하였다. 3위가 Google, 4위 Microsoft, 5위 Walmart이다(CNN, Most Valuable Brands, Richard Quest, London, 2013).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 아래 역대 정부의 지속적인 대기업 위주 정책 기조도 든든한 뒷받침이 되었다. 고환율 등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수출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에게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보장해 주었으며 국민은 물가인상, 내수 위주의 수입 중소기업은 영업이익 악화를 기꺼이 감내하였다. 외환위기 등의 경제위기에서는 국민 세금을 수혈하여 부실을 덜어 주기도 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 대한민국은 제2의 도약을 위한 자본과 기술 infra의 축적을 달성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업의 경영철학은 아직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이다. 정부와 국민의 배려로 시장에 구축된 절대적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약자를 상대로 한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유용, 부당 단가인하, 대금결제 지연 관행,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 행위뿐만 아니라 허점을 보이는 기업의 사냥까지 칼만 안 든 강도가 따로 없는 ‘시장폭력’은 현재에도 성황리에 지속 중이다. 그리고 이런 행위에 대한 제제를 이들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규제”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와 공정·투명한 시장거래의 틀·제도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재벌들이 공정거래 제도의 정립을 규제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천민자본주의 속성에 찌들어 있는 탐욕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제는 초일류 세계 중심국가의 건설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제시하였고 기업들이 성공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기업들도 성장하는 길이다.


그 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한 모방경제와 공정거래를 하면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적 경영 관행은 동네 뒷골목에서는 두목 노릇을 할 수 있지만 큰물에서는 안 통한다. 수출 드라이브를 위한 고환율 정책, 정책금융 등 대기업 위주 정책도 세계시장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영업이익이 20% 가량 되어서 생산성과 수익성이 일본보다 크게 우수하다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원화가 20% 평가절상되거나 엔화가 평가절하되면 경쟁력을 잃고 적자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기업의 현 주소이다. 지금의 엔저 파동에서 잘 볼 수 있다.


2008년 미국의 자산 디플레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시작된 미국, 유럽, 중국 등의 구매력 감소와 경기침체, 엔저로 인한 수출 감소, 내수 부진에 의한 경제침체, 이로 인한 저성장의 늪에서 생명줄은 기술 창조에 이은 수요와 시장 창조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수요와 시장을 창조하며 인류 문명의 진화를 선도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베껴 만든 상품·서비스로는 세계시장의 market leader가 될 수 없다.


대한민국 창조경제가 세계 전략 제품 시장 쟁탈전을 주도하려면 기술·서비스 개발과 신규 사업 진출이 절대적이다. 이를 위하여  R&D 투자와 기술적 혁신, 창의성에 대한 대가 지불이 중요하다. 글로벌 경쟁은 생태계 경쟁이다. 공정한 수익분배 없이 경쟁력 있고 충성스러운 생태계 구축은 욕심이다. 생태계의 파이가 커지면 수익분배 비율은 작아질 지라도 총수익은 증가한다. 상생의 지혜이다. 삼성의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투자 활성화와 성장,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서로 적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틀 안에서 기업 투자 활성화와 성장이 이루어져야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현재의 총체적 경제위기는 이윤의 불공정 분배에 의한 양극화 심화, 이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경기침체도 주요한 원인이다. 대기업이 수익을 독차지한 후 현금을 창고에 쌓아 놓고 있고 국민과 중소기업들은 소비할 돈이 없는데 어떻게 경기가 활성화되나?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서민의 구매력 향상으로 내수 진작, 경기 부양에 이어 기업의 수익성 증대, 투자·고용 활성화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상생의 길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수익분배 비율을 높이자는 경제 민주화가 오히려 경제를 짓누르는 규제로 변질됐다는 우려도 있다. 이것은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 민주화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하청이 위축될까 봐 걱정을 하는 것이다. 즉 그 동안은 대기업이 협력·하청업체에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납품단가를 책정하다가 단가인상을 해 주기 싫으니까 발주를 안 낼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자독식 상거래 문화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사실 부익부빈익빈과 경기침체는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세계의 경제석학들이 그 해법을 찾기 위하여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으나 상이한 목소리만 우후죽순 튀어나올 뿐 아직 멋진 청사진을 얻지 못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존경받는 기업은 기업가 정신의 뿌리 위에 줄기와 잎이 자라난 것이며 그 핵심은 도전정신과 혁신성이다. 더불어 이들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업문화를 꽃 피우며 사회가 재충전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제공한다.


삼성이 추구하는 품격·창조·상생의 새로운 新경영이 한국적 자본주의를 창조적으로 진화시키고, 이것이 세계에 모범이 되어 새로운 상생의 이즘을 제시하며 대한민국이 품격 있는 명품 세계중심국가로 재창조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의료,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세상만사의 진실과 대책을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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