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표절 아니면 논문도 못 쓰는 사람이 웬 창조경제?

표절은 남이 창조한 가치를 몰래 도둑질하는 것이다.

 

현재와 미래는 지식경제 사회이다. 지식의 창조에 의한 컨텐츠·소프트웨어가 부를 창조한다. Brand Finance라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가 최근 발표한 세계 Brand 순위는 1위 Apple, 2위 삼성, 3위 Google, 4위 Microsoft, 5위 Walmart이다. Top 5에 대부분 창의력이 핵심역량인 컨텐츠·소프트웨어 기업이 포진하고 있으며 과거 1위를 독차지하던 세계 최대의 유통 그룹 Walmart의 brand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현재 5위에 머무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참으로 시의 적절하게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를 창조경제로 정하고 그 기본명제를 “창의성과 상상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로 정의했다. 선진국의 성공사례를 뒤따라가는 추격형 경제방식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공식석상에 참석할 때마다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중이다. 지난 4월 3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두 축으로 선도형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4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업무보고에서도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창조경제”라며 일상생활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각 정부부처는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구상하느라 분주하다. 기획재정부는 ‘범부처 창조경제 태스크포스’를 구상 중이고 금융위원회와 합동으로 ‘창조경제를 위한 예산·세제·금융 지원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창조경제는 보이지 않는 가치 인정이 시작”이라며 “창조경제가 어려운 경제 환경을 든든히 보호해주는 우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융합인재 통한 창조경제 R&D 창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연구기관과 단체들도 창조경제에 관한 토론회를 연달아 개최하며 개념 정립과 실천방안 모색에 나섰다.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창조적 가치를 존경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마음가짐과 환경 조성이다. 표절은 논문, 신기술, 아이디어, 신제품 등 남의 사고력과 창의성의 순수한 결정체인 창작품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도둑질하는 범죄로서 창조경제의 기초를 허물어뜨리는 최대의 적이다.

 

먼저 최근 논문표절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인물 가운데 논문 표절이 여러 건 제기되었다. 당사자들도 표절 사실을 인정했으나 누구도 이 문제로 사퇴하지는 않았다. 점점 강화되어야 할 인사청문회 기준이 오히려 완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을 쓰는 문제는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지만 그 기준이 중요하다. 정부 인사 등 공적인 관계에서는 사적인 인간관계나 개인적 충성심보다 그 인사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표절하지 않으면 가장 소중한 논문인 자신의 학위논문도 쓸 역량이 없는 사람. 이 사람이 어떤 가치를 창조할 수 있을까?

 

창조경제를 이끌어 가야 할 청와대, 장관 등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논문 표절에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공공기관의 책임자로 추천하는 사람과 시스템. 논문 표절에 죄의식을 못 느끼고 끝까지 공직에 연연하며 매달리겠다는 사람. 구정물을 뒤집어 쓰고 냄새 풍기며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나? 도무지 개전의 정이 없다. 내가 낸 세금이 그런 사람들 인건비에 쓰이는 게 너무 아깝다.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학자들은 그렇지 않다. 엄격한 업적평가제도 하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소위 SCI나 SCOPUS 등재 학술지로 불리는 국제저명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실어야 한다. 국제저명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하여 수년에 걸친 장시간의 노력과 더불어 수준 높고 엄격한 review system을 통과해야 하므로 하늘의 별따기이다. 표절이 들어설 공간이 없으며 표절이 적발되면 학자로서의 생명은 영원히 끝난다. 최근 김혜수·김미화·김미경씨 등 연예인이나 유명인들도 학위논문 표절이 논란이 되자 진행하던 방송 프로그램을 그만두거나 학위를 반납하는 등 나름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은 논문표절에 대하여 더욱 엄격하다. 무역수지 흑자가 세계 최고로서 중견기업의 창의력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역량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2명의 장관 교체를 단행하였다. 지난 2월 아네테 샤반 연방교육장관이 30여 년 전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라는 이 대학 심사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학위를 박탈당하고 교육장관직에서도 물러났다. 2011년 3월에는 30대 젊은 나이에다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높던 구텐베르크 국방장관이 2007년 바이로이트 대학에서 취득한 법학박사 학위논문이 표절이었다는 대학 조사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박사학위가 취소되고 국방장관직에서 사임했다. 두 장관 모두 메르켈 총리의 최측근 인사로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물러난 샤반 독일 교육장관은 재임 시절 그 능력을 높이 평가받던 인물이었고 메르켈 총리와의 각별한 인간관계는 같은 당 소속이라는 동지애 차원을 넘어서 정신적 동반자 관계로까지 알려져 있다(시사IN. 메르켈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다른 점. 박상기. 2013.4.6.).

 

우리나라는 유독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표절이 많다. 그 원인은 가치를 창조한 인재보다는 충성심을 앞세운 정치꾼들이 인정받고 권력과 부를 차지하는 풍토에 있다. 이들은 남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논문 쓸 때 정치하느라고 논문 쓸 시간도 지식도 배양하지 못 하여 편법으로 남의 것을 복사하지 않으면 논문을 창조할 역량이 없다.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이 논문을 표절한 경우는 이들이 막강한 영향력으로 나라의 틀과 제도를 창조적으로 정립하는 소임을 띠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또한 취득한 학위로 인해 그동안 보직 등에서 부당한 혜택을 입었을 수도 있다. 이들의 논문표절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학벌주의·간판주의와 이를 달성시키기 위한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인한 연구 능력의 미비함, 소위 스펙 중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기는 하다. 사회와 개인이 순환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모든 문제의 원인이 개인에게만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위 공직자에게는 변명이 될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이 신기술, 아이디어, 신제품에 대한 표절이다. 이는 국가성장동력을 고사시키고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주범이다. 많은 융합인재와 중소벤처기업의 신기술이 재벌이 버티고 있는 시장 장벽을 넘지 못하고 도태되었다. 재벌은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신기술을 헐값에 사들이거나 뜻대로 안 되면 매장시켜 왔다. 우리나라는 현재 실질적인 의미에서 지적소유권이 보호되지도 않는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특허도 조금만 수정하면 신규 특허로 등록 가능한 것이 현실이므로 돈을 앞세운 재벌에게는 식은 죽 먹기이다. 이러한 행위는 창조가치를 강탈하는 중범죄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성공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또한, 자본과 사람에 대한 공정한 수익분배로 경제민주화를 이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풍토에서는 재벌기업이 신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막대한 부를 창출하여도 그 기술을 창조한 사람보다는 자본주가 불공정하게 많은 대가를 가져간다. 이는 창의인재를 싸구려 인력으로 치부하는 정신자세이며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장 환경과 기업풍토는 창의성과 상상력으로 미래를 설계하던 많은 창조적인 인재들을 노숙자로 전락시켰고 이에 따라 이공계 기피현상을 낳았다. 스티브 잡스, 래리와 세르게이, 저커버그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지금쯤 자신의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피눈물을 흘리며 지켜보고 있을 지 모른다.

 

근대국가의 존재기반은 경제와 국방이며 그 국가경쟁력은 과학기술의 수준과 그것을 창조하는 창의인재의 역량에 달려있다. 대선 기간 중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창조적인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창조경제 실현의 주춧돌”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갈수록 이공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중장기적 성장기반이 미약해졌다.

 

우리나라는 이제 창조경제로서 세계적인 선도형 선진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대수술에 이은 체질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기본적으로 창조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존경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마음가짐과 법·제도를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조경제는 표절의 덫에 걸려 발전적으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지 못 하고 과거의 많은 선전용 정치구호처럼 공허한 구호로 끝날 수 있다.

의료,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세상만사의 진실과 대책을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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