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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르다 - 오해의 기술

 

명심보감 언어편 6장에 보면 봉인차설삼분화 (逢人且說三分話)하되 미가전포일편심(未可全抛一片心)이니 부호생삼개구(不虎生三個口)요 지공인정양양심(只恐人情兩樣心)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사람을 만나거든 말을 세 마디만 하되 자기가 지니고 있는 한 조각 마음을 다 버리지 말지니 호랑이에게 세 입이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사람의 두 가지 마음을 두려워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사람을 만나서 말을 하게 되거든 세 마디만 하되 그나마도 마음 놓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호랑이에게 세 개의 입이 있는 것보다도 사람에게 두 가지 마음이 있다는 것이 더 두렵다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방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말하기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들을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 말은 “아” 다르고“ 어”다르다. 그것은 의사소통의 도구로 언어만 사용해야 하는데 우리는 말에다 눈짓 , 몸짓, 억양을 더하고 그러다보니 거기에 따라 다양한 의미들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말에도 온도도 있다. 이러다 보니 의사소통이 어렵고 많은 오해가 생길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

요즘에 2001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한용국 시인이 첫 시집을 냈는데 그 시집 속에서도 이런 고민에 대한 시가 있다.

 

오해의 기술

한용국

1

돌은 웃지 않고 , 나무는 걷지 않는다

모든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일 뿐이다

오늘도 의미없는 문장에서 시작해서

어두컴컴한 보도불럭 사이에서 끝날테지

내 인생에 대해서 그냥 말하자면

사람처럼 웃었으나, 짐승처럼 우매했다

위의 문장에서 일어난 일도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 뿐

사실은, 속았다

약속한 날들은 오지 않았지만

안 온다던 고도는 도처에 와 있다

잘 살기 위해서는

반대로 말하고 , 캄캄하게 웃어야 한다.

 

2

다리를 건넜을 뿐인데

말은 돌이 되어 미간에 박혔다

칼인가 했더니

둥글고 하얀 보석이었다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거기서 작은 코끼리들이

밤마다 태어나 울었다

세월이라는 게 지나가고

나는 코끼리 울음에 갇힌 존재가 되었다

사람을 만나러 가서 비스킷을 얻었다

모든 일은 술을 마시고

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일어났지만

코끼리 울음을 찢고 나오는데

세월이라는 게 또 지나가고

나는 모든 다리를 의심하는 이상한 표정을 가지게 되었다

 

3

그냥 가고, 그냥 왔다

고인 물에서 다른 얼굴이 자랐다

모든 것은

사랑에서 비롯해서 오해로 끝난다 .

진리는 고슴도치처럼

나쁜 주인들에게 순종하고

나는 매일 밤 털을 가지런히 빗었다

내일도 의미 없는 문장에서 지각하고

나뭇잎들 아래서 파랗게 질리게 될 것다

내 인생에 대해서 다시 말하자면

나의 것이 아니었다고

다른 얼굴로 고백할 수 있다.

모든 게 “내 탓”이 아니었다

우리는 코끼리처럼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다

방법은 캄캄하게 말하고 반대로 웃는 것이다.

『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 』,천년의 시작 , 2014.

 

우리도 별거 아닌 사소한 오해로 인해서 곤욕을 당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그 오해를 푸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시인은 “모든 것은 내 탓이 아니야”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해서 다시 말하자면 나의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일단 책임을 모두 남의 탓으로 전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오해의 기술로 승화시켜 방법론을 제시한다. “캄캄하게 말하고 반대로 웃는 것이다. ”라고 말이다.

여기서 시인의 재치가 보인다. 이것이야말로 오해를 좀 해야 하는 구절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해를 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오해를 안 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늘 웃음으로 말하고 진심을 다해 다가가라는 뜻일 것이다.

오해가 생길 때가 많다. 그렇다고 그게 두려워서 시인처럼 말 안하는 코끼리를 부러워하면서 코끼리처럼 살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몰라서 늘 조심하면서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냥 시인이 가르쳐 준 오해의 기술을 한 번 뒤집어 보면 어떨지 ……..

 

한용국

1971년 강원도 태백 출생.

2003년 『문학사상 』을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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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했고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가족모티프와 근대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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