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소통은 마음이다

kbs 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

사진 = kbs 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 유튜브 영상 캡쳐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만 말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취업, 결혼과 같은 자기의 운명을 바꾸어주는 말하기는 물론이고, 요즘 페이스 북을 시작하였는데 더 많은 인간관계를 맺어 가면서 소소한 말하기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매체는 글로만 소통되는 말하기라서 더 말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불특정 다수와 이야기하지 않아도 친한 사람과 일상의 대화 속에서도 잘 말해야 하겠죠 .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아무리 친하고 마음을 나누는 사이라 할지라도 분명 ‘너’와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당연히 서로의 생각도 다르고, 소통의 방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친한 사이일수록 한번 틀어지면 회복하기가 힘든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타인과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간격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의사소통이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함’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의사소통은 몇 가지 측면에서 암호 해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화자와 청자가 말을 주고받는 과정을 생각해 보죠. 화자는 청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언어기호라는 일종의 코드로 바꾸는데 이것을 코드화라고 합니다. 한편 청자는 코드를 해독함으로써 전달된 내용을 이해합니다. 이것을 코드 해독이라고 합니다. 즉, 코드화는 ‘개념을 말소리로 바꾸는 것’이고 코드 해독은 ‘말소리를 개념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때 전달되는 언어기호의 연속체를 메시지라고 하고 화자가 코드화한 메시지가 전달되어 청자가 코드 해독하는 과정을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코드화하는 과정에서 화자는 의도를 언어로 바꿈으로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암호화합니다.

 

예를 들면 요즘 같은 날씨에 ‘추워요’라는 말을 했다고 가정을 한다면 거기에 대한 답변은 다양하죠. 어떤 사람들은 “겨울이니까 춥지 ”하는 답변을 할 수도 있고 “ 옛날에는 얼마나 더 추웠는데 이 정도를 가지고 요즘 사람들은 너무 허약해” 라고 핀잔을 받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무한 공감을 표현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냥 나는 소위 말하는 “다음에 만나요”와 마찬가지로 친교의 인사의 일종인 날씨에 대한 말을 한 것뿐인데 이 말 한마디에도 이렇게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청자에게 보내진 메시지가 언제나 화자의 의도대로 해독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욕구, 감정, 가치, 신념, 취향 등에 비추어서 메시지를 수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암호해독과 같은 말하기를 우리는 다들 무리없이 행하는 것을 보면 거의 마술에 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그렇다면 이 암호 해독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 물론 많은 것들이 필요로 하겠지만 이런 사례를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달변이 화제인데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마음껏 선보인 그의 화법은 한국에도 ‘기적의 스피치’로 소개될 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정작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중 전설로 기록된 것은 지난 2011년 1월에 일어난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연설이었습니다. 이 연설은 21세기 들어 최고의 명연설로 꼽히지만, 사실 연설의 포인트는 ‘침묵’이었습니다. 일명 ’51초의 침묵’ 연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희생당한 9세 소녀 크리스티나를 추모하며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한 뒤, 감정을 추스르며 51초 동안 연설을 중단했습니다. 이 침묵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감동을 주며 정파를 초월한 지지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연설 영상을 자세히 보면, 침묵하는 동안 그는 잠시 먼 곳을 응시합니다. 그러다가 청중을 바라보고 한숨을 쉽니다. 그리고 다시 원고를 보다가 입술을 깨물고, 고통스러운 표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연설을 통해 침묵으로서 메시지를 전하는 능력을 보여준 셈입니다.침묵의 연설. 바로 그 침묵의 시간이야말로 그의 진심이 표현되는 시간이었고, 그 진심이 그와 미국 국민들 사이의 소통을 이끌어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바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진심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진정한 소통이란 결국 나와 타인 사이에 놓여 있는 모든 차이들을 뛰어넘어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했고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가족모티프와 근대시'가 있습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