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관을 다녀왔습니다.

윤동주 문학관은 서울 종로구 자하문 터널 위쪽, 청운동에서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곳에 있었습니다. 원래 청운동 일대 아파트에 물을 공급하는 가압장이었는데 2008년 용도폐기가 되면서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시절 김송이라는 소설가의 집에 하숙을 하며 종종 인왕산에 올라 시를 쓴 점에 착안하여 청운 수도가압장을 종로구가 리모텔링하여 윤동주 문학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 1전시실에는 윤동주시인이 소장하던 도서와 윤동주의 사진과 학적부 육필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 많은 유품이 전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시인을 책 속의 사람이 아니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공간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두 번째 공간은 원래는 물탱크였는데 위의 천장을 뜯어내고 그곳에 열린 우물을 조성하였습니다.

 


 
自畵像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이 시를 모티프로 하여 구조물과 연관하여 리모델링을 하였다고 합니다. 시속에서는 한 사나이가 우물을 들여다보며 자아성찰과 자기 연민을 하는데 이 구조는 내가 우물 속에 들어가 하늘과 바람과 나무를 들여다보는 구조로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시의 의미가 전달되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정원이 있는데 겨울이라 썰렁하였지만 그곳을 지나 세 번째 공간으로 들어서면 콘크리트로 둘러싼 암흑의 방이 나옵니다. 이곳은 후쿠오카 감옥을 나타내는 곳으로 깜깜한 공간 , 물때 묻은 벽면을 이용하여 윤동주의 일대기와 시를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 사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다른 시들보다  이 시가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일본 유학을 결심하면서 창씨개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 그 상황에 대해 작은 낙서들을 통해 그의 심경을 살펴볼 수 있는 영상 자료를 보면서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시인의 울분, 서러움 등 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후 그의 죽음과 이 시가 연결되면서 시의 의미가 새삼 절절히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윤동주 문학관은 단순히 시인의 책과 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건물 자체가 윤동주 시인의 시세계와 일대기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재탄생되어 있었습니다.

 

 



 

이 박물관 뒤쪽으로는 시인의 언덕이 조성되어 있는데 서시가 조형물로 서 있고 돌담끝 산자락밑에 서울을 보며 만약 밤에 왔다면 하늘과 바람과 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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