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폭력의 댓가로 얻은 대학교수? :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며

 

며칠전 모 방송국에서 방송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소위 ‘갑질’ 논란을 일으킨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을 다루었다. 그 내용을 보면서 필자는 자괴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땅콩회항의 본질은 오너가 자신의 고용권을 남용해서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항공기운항을 방해하고, 피해자와 국가기관을 금권으로 매수하려던 사건이다. 그래서 슈퍼갑질의 결정판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원래 대한항공 회항사건의 본질은 오너가 사원을 훈계한 것이 지나쳐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서 법을 어긴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솔직하게 인정을 하고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면 지금처럼 사태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된 거짓과 회유 협박의 진실이 폭로되면서 사건의 본질이 변했고, 땅콩회항이란 이름이 지어졌다.

 

필자가 목도한 대한항공측의 태도는 너무 안이하고 자의적이며 편법적이었다. 피해자는 물론이고 자기 회사 직원들에 대해 입단속을 시킨 것은 어찌보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을 수 있다고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 고의적으로 진실을 가린채 회유와 협박으로 거짓과 잘못을 거듭하는 꼴불견의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봉건제국처럼 가족으로 구성된 회장 사장 전무들의 임원진에 대해서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임원 모두의 잘못’이라고 물타기를 한다든지 ‘복수하겠다’는 식의 언행을 보거나, 국토부 조사관에게 “나를 믿어. 한 달만 있으면 다 잊혀지는 건데, 대신에 이번 일이 잘 수습되면 내가 잊진 않을게”라고 했다는 녹음 내용을 보면 그 의식수준이 의심스럽고 스스로 문제를 수렁속에 빠뜨려왔음을 볼 수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공자의 뛰어난 제자중에서도 가장 덕행이 빼어나 수제자로 불렸던 안연 조차도 실수를 했다고 한다. 그것은 신이 아닌 이상, 지상에 발목이 묶이고 오욕칠정에 눈이 멀기도 하는 인간이라면 겪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다. 하지만 안연은 실수를 하면 반성을 하고 그 잘못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바로 이 점에서 학자들은 인간 안연의 위대함을 칭송했던 것이다.

 

대한항공은 고장난 차를 아무 댓가없이 고쳐준 가난한 청년의 아름다운 선행이야기에 기원설화를 가진, 정말 유례를 찾기힘든, 멋진 기업이다. 필자는 그 창립자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전해듣고는, ‘그래 우리 한국인은 그런 사람이야!’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던 기억이 새롭다. 조선왕조에 속고 일제의 야욕에 짓밟히고 육이오의 비극속에서 갈갈이 찢겨진 민족의 수난사, 그속에서도 우리 민중들은 그렇게 자존심을 지켜왔고 눈물을 닦고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세웠다. 착한 이는 복을 받는다는 우리 흥부놀부전 같은 그 창립자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머나먼 전장터에서 목숨을 걸고 외화를 벌어온 輸送報國의 이념은 교과서에 실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전설같은 이야기이다.

 

그로부터 환갑이 지나니, 약발이 다떨어진 것일까? 하지만 이번 땅콩회항 사건을 보면, 이제 그 회사는 그런 전설같은 창립자의 이야기나 輸送報國이란 숭고한 기업이념과는 거리가 멀어져있다는 생각을 하지않을 수 없다. 이제는 일반 평민들과는 유리된 재벌가나 귀족이 된 것 같다. 더구나 한번 잘못을 했다면 얼른 반성하고 고치면 될 일을, 그냥 덮어버리려고 전전긍긍하다가 잘못을 계속범하면서, 점점 더 수렁에 빠져드는 양상을 보니, 황금의 미로속에서 미몽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좁은 비행기를 타고 14시간이나 걸리는 여행을 하려면 신경이 날카로와질 수도 있고, 오너로서 직원들의 무신경한 근무태도가 더욱 신경이 쓰였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봉건시대도 아니고 아날로그 시대도 아닌 디지털 시대이다. 순식간에 국내에 전파되는 것은 물론이고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확산되는 시대이다.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신중하게 대처를 해야지, 입막음을 하고 회유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거대 재벌이 근거없는 낙관론에 빠져있거나 우물안 개구리식의 생각에 사로잡혀있다면, 이는 같은 국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생각해볼 때도 지극히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정말 황당하고도 슬프게 만든 말은 피해 당사자인 스튜어디스와 사무장에게 “모기업 회장이 주주로 있는 대학 교수로 보내주겠다”고 회유했다는 말이다. 보도에 의하면 욕설을 하고 폭행을 가한 승무원에게 우리가 시킨 대로 없던 일로만 해주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대학의 교수를 시켜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마 저들의 행태를 볼 때 이전에도 자신들의 개인적인 용도로 저런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폭력의 댓가로 신성한 학문의 전당을 흥정하고 있다니!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교수채용에 학연 지연 혈연이 작용한다고 해서 종종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를 우리는 보아왔다. 하지만 폭력의 댓가로 얻는 대학교수직은 난생 처음듣는 이야기이다. 도대체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지, 이들을 믿고 배우겠다고 찾아온 학생들의 등뒤에서 이런 폭력배만도 못한 협잡이 이뤄졌던 것인지 참으로 혐오스럽다. 재벌가에서 폭력을 행사한 댓가로 돈으로 합의하려고 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재벌가가 폭력의 댓가로 교수직을 주고 합의했다는 것인지, 믿고싶지는 않지만 그런 자들이 있다면 교수든지 이사장이든지 모두 퇴출시켜 버려야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거듭나는 것이 그 기업과 대학이 살 길이고, 우리 민족이 살 길이다. 사정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

 

현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철학박사 , 주역과 도교철학을 중심으로 중국철학을 전공했으며, 중국문화 사상사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저서로는『주역 왕필주』, 『왕필의 老子注』, 『術數와 수학사이의 중국문화』, 『언어의 금기로 읽는 중국문화』등이 있다. 2011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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