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자가 승리하는법

입력 2014-09-23 09:58 수정 2014-09-23 09:58

지식과 권력이 무기인 세상은 지났다.


이제는 순수와 신성(神性)이 무기가 되고 있다. 신성은 아는 것도 모른다. 모르는 것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순수한 배짱의 경지. 인간은 어디서 나고 어디로 가는 곳을 모르는 태생적 유한자지만 저마다 신과 호흡하는 신성이 있다. 우리는 몸(형상) 속에 에너지를 담고 있어 수시로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양심이 있다. 안다는 자는 자기 에고로 똥 막대기에 금빛 휘장을 두르고, 겸손하게 모른다는 자는 똥 막대기를 똥으로 취급하여 에고를 차단한다. 안다는 자는 볼 수 없는 것도 마치 본 것처럼 허풍을 떨고, 모른다는 사람은 보고 있으면서도 변한다는 것을 알기에 침묵한다. 안다고 하는 순간 시비의 늑대들이 몰려오기에 통찰하기 전에는 안다고 하지 마라.

 

...난 몰라요.


고민과 갈등, 잡념과 상처가 생기면 모른다고 선포하자. 모른다고 하는 것은 책임회피나 발뺌이 아니라 혼란스런 마음을 지우는(리셑) 과정. 모른다고 하면 태고(太古)의 한 점, 빅뱅이전의 에너지상태, 태어나기전의 영성체로 돌아간다. 모른다는 순간에 우주와 신, 부모와 친구도 곁으로 달려온다.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순수함에 동참하기 위해서 말이다. 자아여! 하나뿐인 ‘놔’라는 친구여! 삶에 혼란이 생기면 암송하자. 모름의 세계인 태고(太古)로 돌아가 모름의 자궁인 우주의 중심에서 활동하자.

 

난 알아요.


안다는 것은 인지(認知)작용이지만 상대의 마음도 모르면서 무엇을 안다고 하지 마라. 무엇을 안 다고 하는 순간 그 아는 형상에 잡히고, 모른다는 순간에 전체와 하나가 된다. 검색 창을 통해서 알게 된 지식으로 예측하지 마라. 안다고 나대는 순간에 운명은 반대로 간다. 4대 성인(聖人)이 보고자 했던 궁극의 세상을 모르면 성인을 안다고 하지마라. 아픔과 고통의 원인을 알려고 하지 마. 알려고 할수록 미움과 오해만 생긴다. 안다는 기운이 생기면 암송하자. 통찰의 세계로 진입할 때까지는 철저하게 모름의 시공을 사랑하자.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62명 34%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122명 66%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