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으로 본 현대차의 10조 투자

입력 2014-09-22 10:23 수정 2014-09-22 10:23
심리학은 인간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학문입니다. 앞에 “사회”란 수식어를 붙이면 사회적 맥락에서 탐구하는 학문이 됩니다. 사회적 맥락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도 사회심리학의 중요한 연구주제 중 하나입니다.

사회적 맥락을 중시하는 점에서 또 다른 의사결정의 학문인 경제학과 구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도 의사결정에 대해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기도 하는데, 이를 행동경제학이라고 합니다.

의사결정을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인간의 의사결정은 온통 비합리적인 것 투성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전력공사 삼성동 본사 건물


 

평가금액이 3조원대인 한국전력 삼성동 터를 무려 3배가 넘는 10조원대를 투자한 현대차의 의사결정은 그 자체로만 보면 비합리적입니다. 아무리 경쟁상대가 있고, 그 부지가 절박하게 필요했어도 두 배 정도인 6조원이면 충분히 많은 금액입니다. 삼성 측에서 써낸 금액이 5조 원대라고 하니, 6조원만 써냈어도 무려 1,000,000,000,000원이나 많습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증권가에서는 “10조원이 너무 비싸다”며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대차 계열의 하이투자증권조차 현대차그룹 컨소시엄 참여 기업의 목표주가를 각각 20%나 내려 잡았습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틀로 보면 현대차에 투자한 펀드 운용자는 “자다가 한대 얻어 맞은 격”이고, 기존 주주는 “배신을 당한 격”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늘 비합리적입니다. 현대차뿐 아닙니다. 늘 비합리적이다 보니, 인간은 행동을 합리적이라고 전제하고 예측하기 보다 비합리적이라고 전제하고 예측하는 게 더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듀크대학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그의 베스트셀러 제목이 Predictably Irrational(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인)입니다. (국내에는 “상식 밖의 경제학”이라고 번역됐습니다. 책 내용의 진수를 버린 번역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애리얼리의 접근은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냉소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그의 후속 저서 The Upside of Irrationality(비합리성의 밝은 면)은 인간이 비합리적 의사결정의 긍정성을 강조했습니다 (국내에는 “경제심리학”이라고 번역돼 출간됐습니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경제학적 접근보다는 사회심리학의 접근이 더 유용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진화론의 틀을 사회심리학에 적용한 진화심리학이 잘 설명해 줍니다. 진화의 틀에서는 어떤 현상의 원인을 분석할 때 근접인(Proximate cause)과 궁극인(Ultimate cause)으로 구분합니다. 근접인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작용하는 원인이고, 궁극인은 간접적인 장기적으로 작용하는 원인입니다.

인간은 손해를 피하고 이익을 취하는 방향에서 의사결정하는데, 늘 단기적으로 즉각적인 이익을 추구하지만은 않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존과 번영에 도움이 되면 단기적인 손해는 감수합니다. 또한 의사결정이 반드시 한 개체의 이익만을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개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기도 합니다. 이는 사회적 동물의 이타적 행위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논리입니다. 근접인으로 보면(따라서 의식하는 수준에서는), 이타적 행위는 순수한 동기가 작동하지만, 궁극적으로는(따라서 무의식적으로) 이타적 행위가 희생하는 본인에게도 득이 됩니다.

그렇다면 현대차의 비합리적인 10조원 투자를 어떤 점이 합리적일까요? 정몽구 회장의 “정부에 사는 것이라 마음이 가벼웠고, 국가 재산이 기여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소회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차가 10조원대에 한전부지를 구매하는 덕에, 한국전력은 부채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전기요금 인상부담을 덜게 됐습니다. 즉 10조원이 전력이라는 국가 기간 산업에 투자돼 돈이 돌기 때문에, 그 혜택을 전 국민이 나줘 갖게 됩니다. 결국에는 그 이익이 현대차로 돌아옵니다. 근접인으로만 본다는 현대차는 한전부지에 과도하게 투자한 것이지만, 궁극인으로 본다면 현대차는 자신들의 존립근거가 되는 사회에 적절하게 투자한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이익 극대화가 분기와 같은 단기간의 극대화가 돼서는 안됩니다. 100년, 20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이익극대화가 돼야 합니다. 전자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금융위기를 반복하다 멸망할 것이고, 후자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번영할 것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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