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남도에서 만난 민족의 기상


                                  육지와 진도 사이 급한 조류와 좁은 해협의  명량대첩 격전지 울돌목

일행은 목포역에서 버스로 바꿔탔습니다.  저는 프리랜서 기자로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분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1%로 승부하라”는 신간을 낸 이근미작가님과 나란히 짝이 되었습니다. 남도의  유적과 풍경이 주는 감동과  한우물을 파온 작가님과 만나는 인연의 즐거움이  더해졌습니다. 그 사이 일행이 도착한 곳은 명량대첩이 해전지 울돌목이었습니다.

해설사의 긍지가 담긴 설명에 빠져들어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거북선과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순신은 원균이 지휘하던 함대가 왜군에 크게 패한 후 겨우 남은 12척 함선과 사람들을 추스렸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결의에 찬 추상같은 목소리로 두려움에 떠는 자들에게 이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병법에 이르기를
  전쟁에 임하여 반드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
  살길만을 찾고자 하면 죽는다   
  한 명의 군사로도 길목을 지킨다면    
  천 명의 적도 두렵게 할 수 있다 하였으니      
  이것은 곧 오늘의 우리를 두고 한 말이다   
  너희 여러 장수들이 이 명량에서
  조금이라도 군령을 어긴다면 즉시
  균률에 의해 엄벌한 것이니    
  비록 작은 일일망정 추호도 용서하지 않으리라

  – 이순신 난중일기 정유년 9월 15일 일기중에

 

왜선은 숫적으로 열 배 이상 우세했습니다. 이순신은 기세 등등한 왜세가 서해로 진격하기 위해선 울돌목을 지나쳐야 함을 헤아렸습니다. 그래서 좁고 조류가 급하며 시간에 따라 조류의 방향이 바뀌는 지형을 이용한 전략을 세웁니다. 마침내 130척의 왜선이 진격해 오자 용기를 잃은 조선 수군은 전의를 상실하고 두려워 합니다. 그때 이순신이  앞장서 싸워 나가자  다른 이들도 왜군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조류가 왜군의 진격방향과 반대로 바뀌고 이틈을 노려 왜군을 맹렬히공격하였습니다.  조선의 공격에 좁은 해협에서 뒤엉킨 왜선들은 큰 타격을 입고 12척의 함선으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수군이 승리합니다. 명량대첩의 현장 울돌목을 바라보니 물살과 지형이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 듯 생생합니다.  위태로운 순간에도 흔들림없이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 이순신의  비장한 승리와 절박함이 가슴을 깊게 울립니다.  오늘의 우리는 뒷날 사람들 가슴에 어떤 역사를 남겨주게 될까 새삼  삶을 돌이켜 봅니다.

일촉즉발의 어려운 상황에서 승리를 독려하는 이순신 장군의 결의에 찬 목소리가 힘겨운 일상과 업무에 치어 나약하게 살아가는 제게도 큰 힘을 주었습니다.


버스는 거센 조류로 물속에 교각을 세우기 어려워 양쪽 해안에 69 m의 강철교탑(鋼鐵橋塔)을 세우고 강철 케이블로 다리를 묶어 지탱하는 사장교 형식으로 만들어진 연육교인 진도대교를 건넜습니다. 진도대교 일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녹진 전망대에서 새로 만난 해설사는 이동하는 내내 진도아리랑 가락에 남도의 역사와 여인들의 삶의 애환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야기의 절절함은 뒤에 앉아 있던 저를 앞자리로 옮겨 앉게 했습니다. 남도의 이야기와 가락에 푹 빠져들 무렵 버스는 진도 안쪽에 자리잡은 운림산방에 도착했습니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첨찰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진도의 운림산방은 전통 남화의 성지입니다. 또 지방기념물 51호로 지정되 있는 곳입니다. 조선조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유(1808~1893) 선생이 1857년 49살 되던 해 이곳으로 낙향하였습니다. 이후 이곳에 산방을 세우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며 불후의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소치 허유의 집안은 5대에 걸쳐 화맥이 이어져 오는 유서 깊은 집안입니다. 소치의 아들 미산 허영, 미산의 아들 남농 허건, 손자 임전 허문까지 200여 년간 화풍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1982년 소치의 손자 남농 선생이 허물어져 가는 산방에 소치선생 생가와 화실, 연못과 운림사를  복원했습니다.  영화<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주인공 배용준과 전도연이 뱃놀이를 즐기는 장면이 촬영된 운림산방의 연못 가운데는 소치 선생이 심었던 백일홍이 있어  운치있는 경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치기념관에는 5대에 걸쳐 이어오며 시대에 따라 변화 발전한 뿌리깊은 예술혼과 예맥의 전통이 담긴 작품이 전시되  있습니다. 한 가문의 5대에 걸친 재능의 축적과 변천사를 부러움과 존경의 마음으로 감상했습니다. 유서 깊은 화맥을 이어온 소치 선생과 자손들을 자취를 통해 5대에 걸친  열정과 예술혼을 상상해 보는 것은 특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운림산방 안에 있는 진도역사관에서는 남도의 한과 삶의 애환이 승화된 진도아리랑과 전통공연이 있었습니다. 양반사회이며 유교사회에서 외침에 시달린 서민들 삶의 애환이 가락으로 승화되 전해진 진도아리랑을 들으니 슬픔과 기쁨의 묘한 가락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슬픈 중에도 자조적인 위로로 삶을 극복하는 조상들의 끈기와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잘 보관되 있었습니다. 도심에서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바둥대며 접한 문화와 다른 우리의 전통과 역사속에서 이어진 정서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수 많은 질곡속에서 이겨내고 해학과 가락으로 승화시킨 우리 문화가 뿌듯하고 애잔하게 마음을 채웁니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적으로 도약하고 발전하는 힘의 근원과 뿌리를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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