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새로운 매체는 대체가 아닌 확장이다

“이 엄청난 새 시스템의 가치는 그 규모나 효율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바로 인간 역사상 최초로 우리가 수백만의 사람들과 동시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오락과 교육적인 내용을 제공받고, 국내 문제, 사건, 민주주의를 보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처음에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이 인터넷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위의 말은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을 맞은 대통령으로만 기억되는 허버트 후버의 말이다. 그가 한 말이니 인터넷일리는 없고 위에서 얘기한 시스템은 바로 라디오를 지칭한 것이었다. 라디오가 나왔을 때 식자들은 사람들이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다. 이어 TV가 나오자 라디오의 시대는 갔다고 했다. 또한 사람들이 더 이상 영화관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영화 <Back to the Future>를 보면 1950년대의 가정 풍경에서 아버지가 TV를 들여놓아 식탁 앞에 설치를 하면서 ‘자, 이제 우리도 밥 먹으며 TV를 보는 거야’하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게 TV가 식탁 앞에 설치되고, TV를 시청하며 먹기 좋은 음식까지 완전포장으로 나오면서 ‘TV가 식탁에서의 대화를 앗아갔다’고 개탄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TV가 나온 이후에도 건재한 영화에 의아한 눈길을 보내던 사람들이 비디오가 나오자 진정으로 영화의 시대는 끝났다고 소리쳤으나, 비디오의 출현 이후 블록바스터 영화의 수익 단위가 억$로 올라갔다.

 

‘90년대 초반의 미국 어느 잡지에서 식탁에 컴퓨터 모니터를 올려놓고 밥을 먹으며 그것을 보고 있는 남편에게 부인이 ‘당신이 식탁에서 신문을 읽던 때가 차라리 나았어요’하고 말하는 카툰을 본 적이 있다. 그 남편은 아마도 이제는 밥 먹으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것이다. 지하철에서 모두가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며 개탄조 혹은 조롱조로 얘기들 한다. 사람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는다고 혀를 찬다. 그러자 어느 친구가 1950년대 모든 승객들이 신문을 보고 있는 미국 동부의 통근 열차 풍경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었다. 어느 시인은 ‘전화 때문에 편지가 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 전화로 할 얘기와 편지로 전하고자 하는 것이 달랐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메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사람들이 직접 얼궁르 맞댈 필요가 없어 출장이 줄고 해외여행 자체가 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있었다. 정보교환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얼굴을 마주하는 빈도가 늘어서 출장이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모바일화된다고 얘기했으나 대부분의 사무직들의 책상 위에는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이 놓여져 있다. 그들의 가방 속에는 또한 태블릿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새로운 매체들이 출현했을 때 사람들은 기존의 매체를 대체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새로운 매체를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좋아서 그럴 수도 있다. 실상은 새로운 매체는 기존의 매체에 ‘+α’로 부가되는 식이다. 온라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며 기존의 오프라인 마케팅은 전혀 쓸모없고 효과도 측정할 수 없이 돈만 먹는 하마라는 식으로 폄하하는 이들이 있다. 온라인 마케팅만 한다는 것은 공군으로만 잔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공군 전투기로는 일시적으로 적의 진격을 멈추게 하는 식의 타격을 입힐 수는 있다. 그러나 공군만으로 공고한 승리를 쟁취할 수는 없다. Val Morgan이라고 영화나 스트리밍 광고하는 업계 당사자라 조사에 의심이 가기는 하지만, 그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상품에 대하여 TV광고만 할 때 구매를 고려하겠다는 사람의 비율이 43%인데 , TV와 온라인광고를 함꼐 진행하면 그게 소폭 올라서 47%가 된단다. 그런데 TV와 영화광고를 함께 하면 그 비율이 62%로 올라가고, TV+영화+온라인으로 진행하면 66%로 영화광고의 위력이 크다고 나타났단다. 영화광고를 부각시키려 한 의도가 적나라하게 나타나지만, 광고를 집행하는 미디어 믹스의 중심으로서 TV가 자리잡고 있으며, 다른 매체와 함께 어울렸을 때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후버가 위의 얘기를 하기 십여년 전에 이미 라디오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디오는 원래 해군에서 고안이 되어 나왔다고 한다. 바다의배들 사이의 통신기구로서 사용된 것을 육지에 가지고 온 것이다. 그래서 라디오는 융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공공 매체로 먼저 인식이 되었고, 보급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데이비드 사르노프는 다르게 생각했다. 라디오로 음악을 내보내라고 했다. 오페라가 라디오를 탔고, 복싱과 애구가 라디오로 중계되기 시작하며 라디오는 미국의 가정 필수품이 되었다. IBM의 토마스 왓슨은 전 세계에 컴퓨터 수요는 다섯 대 정도일 것이라는 유명한 예측을 했다. 컴퓨터가 아예 없던 시절도 있었으니 순수하게 정보 연산용으로만 쓰인디면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정보나 사무용으로만 쓰인다면 컴퓨터가 지금처럼 보급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컴퓨터의 급속하고 넘치는 보급을 가져온 것은 바로 게임이었다.

 

매체 관련하여 두 가지를 기억하자. 새로운 매체가 기존의 매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부가되어 매체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신규와 기존 매체의 최적의 조합을 만들도록 해야지, 완전히 대체해버린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호모루덴스’라는 말이 있듯이 유희는 인간의 본성이다. 매체를 이용하는 습성도 그러하다. 어떤 매체에 어떤 정보를 싣든지 오락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런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을 만족시켜 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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