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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렌즈는 왜 비쌀까?

카메라 렌즈는 왜 비쌀까?

왜 우리나라에선 못 만들지? 이런 의문을 가끔 가졌었다.

요즘은 삼성 케녹스나 일부 회사에서 만들고 있다고 들었지만,

아직 SLR 카메라용 고가의 렌즈는 만들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유리를 틀에 부어서 빡빡 찍어내면 될 텐데… 뭐가 어려울까…

 

렌즈는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깎는 것이라 그렇다.

주물로 하면 가장자리와 중앙부의 밀도가 달라져 굴절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것도 완전한 구면으로 깎아야 하기 때문에 렌즈가 커질수록 만들기가 힘들어진다.

 

또한 카메라 렌즈는 한 두 장의 조합도 아니고 많게는 10장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물론 렌즈 수가 많아지는 건 렌즈의 수차를 조절하기 위함인데, 렌즈 수가 많아지면 빛 투과율만 낮아져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여기에 멀티코팅을 하여 렌즈 표면의 반사율을 줄이기도 한다.

또한 렌즈 수차를 컴퓨터로 계산해서 만든 비(非)구면 렌즈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렌즈가 비싸진다.

 

지금은 똑딱이 카메라든, SLR 카메라든 화각 조절이 되는 줌렌즈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구입할 때 껴주는 기본 단렌즈(표준렌즈)만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불편하기는 해도 렌즈의 해상도만 본다면 이 렌즈들이 지금의 줌렌즈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렌즈가 밝기 때문이다.

 

이른 바 ‘쩜4, 쩜8’ 등으로 표현을 했었는데, 이는 SLR 50미리 표준렌즈의 밝기(F1.4, F1.8)를 일컫는 것이었다.

렌즈가 밝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두운 데 촬영에 유리하고 빠른 물체 찍기 용이하다는 점도 있지만, 해상도가 높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둔다.

망원이든 광각렌즈든 ED렌즈나 L렌즈 공히 F2.8 수준이다. F1.4면 정말 훌륭한 수준이다.

 

한 예로, 같은 초점거리의 망원렌즈라 해도 F4와 F2.8은 가격이 5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조리개 수치 1스톱 차이인데 이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해상력이 5배 좋아지는 건 결코 아닌데도 말이다.

그렇지만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드는 세상이다.

 

수치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두 렌즈를 실물로 비교해 보면 덩치(구경)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렌즈의 구경이 클수록 만들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원가가 많이 들어간다.

렌즈의 밝기(F)는 초점거리를 유효구경으로 나눈 것이므로, 수치를 낮추려면 초점거리가 짧던지, 유효구경을 넓혀야 한다.

..그런데 F2.8 망원렌즈를 위해 아낌 없이 투자하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F1.4의 표준렌즈 사용은 왜 꺼릴까…

물론 렌즈의 특수 효과, 편의성이 우선일 테지만, 사진 외의 목적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폼생폼사)

 

표준렌즈는 왜 표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1. 과거 기본렌즈로 붙여 나왔기 때문?

2. 사람이 보는 것과 뷰파인더 상의 크기가 같기 때문?

3. 사람의 눈의 화각과 같기 때문?

이런 추측들을 많이 하는데, 정답은 ‘사람 눈의 원근감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표준렌즈의 초점거리는 135(24*36)카메라는 45~50미리지만, 중형(120)카메라(6cm*6cm)의 경우는 85~90미리 정도다.

DSLR의 경우는 30~35미리, 똑딱이 디지털은 그보다도 짧다.

이렇게 카메라에 따라 표준렌즈의 초점거리가 다른 것은 촬상면(필름, CCD)의 크기 때문이다.

촬상면의 대각선 길이가 그 카메라의 표준렌즈 초점거리라고 보면 무방하다.

카메라 렌즈는 왜 비쌀까?

F1.4 표준렌즈

표준렌즈보다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는 먼 피사체를 가깝게 당겨 찍는 것이 본래의 기능이지만,

찍사들은 부수적인 기능에 더 열광한다. 즉 원근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로 야구 중계 시 뒤에서 잡은 장면을 보면, 피처와 타자의 크기가 비슷하다. 거리도 가까워 보인다.

이는 외야석에서 망원으로 당겨 찍기 때문이다.

사람이 붐비는 거리, 차가 막혀 있는 모습을 뉴스 시간에 많이 보았을 것이다.

실제보다 사람이나 차의 간격이 더 붙어 보이기 위해 망원렌즈를 쓴다.

이른 바 ‘중첩효과’다. 영화의 한 장면..

주인공이 낙엽 떨어진 거리를 정면에서 걸어오고 있다.

배경은 아웃 포커싱(out of focus)되고…

천천히 걸어오는데 한참을 걸어와도 사람크기의 변화가 별로 없는 것, 이것이 망원렌즈의 효과다.

 

아웃 포커싱은 망원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기념사진을 찍어도 뭔가 ‘있어 보이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심도(depth of field)가 얕아, 즉 포커싱 되는 범위가 좁아 배경을 죽이고 주제를 확실히 부각시킬 수 있다.

역으로 그만큼 핀트도 잘 맞추어야 한다. 요즘은 AF시대니 그 걱정은 덜었다 하겠다.

그렇지만 가까운 사물을 찍을 때는 신경을 써야 한다.

얼굴을 꽉 차게 찍을 때, 코끝에 포커싱을 하면 눈은 아웃 포커싱 될 수 있다.

 

카메라 렌즈는 왜 비쌀까?

망원렌즈는 중첩효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초점거리가 표준렌즈보다 짧은 광각렌즈는 망원의 반대다.

좁은 공간에서 전체공간을 찍거나 한 번에 다 못 찍는 풍경(백두산 천지)을 한 컷에 담는 용도가 주 기능이지만 이 렌즈 역시 부수적 기능이 많다.

 

원근감이 강조되어 가까운 물체는 더 크게 나오고 먼 물체는 더 작게 나온다.

이는 사진기자들이 사진 한 장에 상황을 묘사하는데 요긴하게 쓰는 기능이다.

주제는 부각시키고 넓은 화각을 이용, 상황을 부수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공간(실내)이나 물체(건물)를 실제보다 넓고 거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심도가 깊어 관광지에서 기념사진 찍을 때도 유용하다.

왜곡현상을 잘 이용하면 우스꽝스런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는데,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많이 활용한다.

 

사람을 찍을 때 밑에서 위로(仰角) 찍으면 뚱뚱해 보이고 위에서 내려 찍으면(俯角) 날씬해 보이는 것도 이 이치다.

얼굴만 찍는 경우, 여기서 이른바 ‘얼짱 각도’가 나오는 것이다.

카메라에 가까운 눈은 크게 나오고 상대적으로 먼 턱 부분은 V라인으로 나온다.

대부분 휴대폰 카메라에 광각렌즈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렌즈는 왜 비쌀까?

일출촬영에서 해 자체보다 분위기를 찍으려면 광각렌즈가 유리하다

 

필자의 경우에는 칼라사진을 시작하면서 망원렌즈를 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망원이 칼라를 표현하는데 유리해서가 아니다.

흑백에서 칼라로 전환한 이유와, 표준에서 망원으로 전환한 이유가 같기 때문이다.

시간을 벌어준다는 것이다.

칼라사진은 암실작업을 생략시켜주었고, 망원은 걸어 다니는 시간을 대폭 줄여주었다.

 

사진이 본업이 아닌 이상 사진활동 자체가 피곤한 작업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좋아했더라도 생활에 부담을 준다면 점점 멀어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군대에서 사진병 생활을 마치고 복학하여 다시 작품사진을 찍겠노라고 카메라를 매고 나가니 도무지 셔터가 눌러지지 않았다. 맘에 드는 장면이 들어오질 않았다.

군대에서의 2년여 기간이 작품활동의 공백기가 되어 감각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그 슬럼프는 그리 오래가진 않았지만, 당시 느꼈던 것은 허접한 사진이라도 찍어보는 노력을 계속해야 사진과의 끈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망원렌즈에 DSLR 카메라를 쓰며 사진과의 가는 끈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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