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경제학!!

입력 2014-08-29 11:50 수정 2015-03-12 10:43
 

아는 사람 중에 사진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3천만원 어치의 장비를 구입한 사람이 있었다. 사진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아마추어가, 그것도 10여 년 전에….

니콘 F4를 기본으로, 라이카, 핫셀블라드까지 라인업하고 600미리 ED렌즈를 비롯, 다수의 렌즈를 장만한 것이다. 이른바 ‘자세’부터 잡으려고 한 것이다.

이 분의 경우는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 준거로 삼은 대상이 조류사진 작가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새의 눈까지 자세히 찍으려면 초점거리가 엄청난 망원렌즈가 필요하니 장비에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덕분에 렌즈를 빌려 쓰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분의 조류촬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20~30% 깎인 값으로 장비를 환금조치 했다.

 

사진뿐만 아니라 모든 취미생활에 있어서 먼저 질러놓고 시작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취미생활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을 구입하는 데에도 ‘잘 모르면 비싸게 줘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경제적 여건이 아무리 좋아도 제품을 선택할 때는 ‘필요성’을 고려하는 것이 전제 조건 아닌가.

초등학교 때 부친께서 캐논 EE17이라는 하프사이즈 카메라(필름 한장으로 두 장을 찍는 소형 카메라)를 사오셨다. 필름 한 통을 넣으면 50장이 넘게 나오니 참 경제적인 카메라였다. 그럼에도 함부로 셔터를 누르지 않아, 어떤 경우에는 필름 한 통 안에 여름 사진과 겨울 사진이 같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을 그리 자주 찍지 않고, 크게 확대할 일도 없다면 이 카메라로 충분한 것이다. 그래도 이 카메라는 거리와 조리개, 셔터 스피드를 조정해야 하는 나름대로 어려운 카메라였다. 그래서 나는 그 카메라에 손댈 수가 없었다.

 

중학교 진학을 하자, 학교에 사진반이 있었다. 집에 있는 카메라를 제대로 써보겠다는 단순한 동기로 가입을 하게 되었고, 그 카메라로 열심히 찍었다. 사진을 알수록 카메라의 한계를 느끼게 되자 거의 매일 꿈 속에서 카메라를 새로 사는 꿈을 꾸게 됐다. 마침내 고등학교 들어가자 마자 단식투쟁을 하며 카메라를 사달라고 졸라댔다. 집안이 넉넉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카메라는 재산이 될 수도 있고, 나의 열정을 부모님이 알고 있던 터라, 결국 꿈에 그리던 SLR 카메라를 얻게 되었다.

 

당시에 생각하고 있던 카메라는’ 아사히펜탁스 스포트메틱’이었다. 고등학교 사진반 선배들은 대다수 거리계 연동식 2안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사진을 잘 찍는 한 선배가 그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카메라 가게에 가서 산 것은 아사히펜탁스 KM이었다. 스포트메틱보다 진 일보 한 수동 카메라였다. 같이 나섰던 아버님이 지르신 것이다.

 



 

당시에 펜탁스의 M시리즈와 함께 인기를 구가했던K시리즈 중 수동적 기능이 탁월했던 K

너무 기쁜 나머지 한 달 이상을 밤마다 만지고 닦고 핀트 맞춰보고, 껴안고 자기도 했다. 그래서 그 카메라는 정말 눈감고 찍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사실상 그 카메라로 구도 잡고 노출 맞추고 거리 맞추는데 1~2초면 충분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스냅사진을 찍으려면 그 정도의 스킬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카메라는 그런 정성을 배반하지 않고 좋은 사진을 선사해줬다. 결국 군대에 가서 사진병으로 근무할 때도 이 카메라를 가지고 갔다.

 

요즘 DSLR 카메라 열풍이 불고 있다. 처음 나왔을 때 현재의 ‘똑딱이’ 카메라 스펙에도 못 미치는 기능으로 천만원에 가까운 고가였지만 지금은 더 우수한 기능으로 100만원 안팎까지 가격이 떨어져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지만 100만원이 아마추어들에게 그리 싼 가격은 아닐 것이다.

주위에 DSLR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 중엔 자동(P)에 놓고 더 이상의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럴 거라면 가격면이나 휴대성 등을 고려할 때 ‘똑딱이'''' 카메라가 훨씬 낫지 않은가...

‘去華就實’ 화려함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는 말이다. 이는 기업이나 가정에서도 새겨야 할 말이지만 사진을 새로 시작하거나, 새로 카메라를 구입할 때 자신의 사진의 목적과 부합되는 카메라를 고를 필요가 있다. 정말로 기능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껴졌을 때 그 때 투자를 해도 늦지 않다.

“내 돈 내가 쓰는데 뭔 소리?”라 반문할 수 있겠지만, 겉멋으로 사진을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카메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사진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봤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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