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1차 세계 대전과 국가 브랜드

구세주 미국, 대동아공영 일본, 억척같은 중국···전쟁의 끝, 국가 브랜드를 낳다

 

한 대륙을 넘어서 여러 대륙의 국가들이 참여한 세계의 전쟁으로 1차 대전은 국가들의 브랜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외부에 보이는 국가의 이미지가 바뀌거나 국가적인 지향점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이다.

미국은 자칭타칭 ‘정의의 수호자’내지 ‘구세주’로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자기 멋대로 한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프랑스의 ‘마지노선’은 전략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특유의 미학적 포장술로 인해 긍정적 이미지를 획득했다.

영국은 ‘잃어버린 영광’의 대명사가 됐으며, 중국과 일본은 각각 ‘더럽고 험한 일도 마다 않는 사람들’과 ‘탈아시아를 꿈꾸다 엇나가 버린 2차 대전 전범국’이 돼 버렸다.

이러한 국가브랜딩과 이미지 형성이 100년 후를 사는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은 빠르게 확 변하지 않는다. 트렌드 읽기라는 ‘새로움’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은 ‘연속성’을 깨달을 때 제대로 성과를 낸다. 바로 역사라는 큰 호수가 우리 앞에 있다. 100년이 지난 옛날의 사건이 아닌 끊임없이 신선한 물을 제공하는 원천으로 1차 대전은 서구 제국을 넘어 동아시아 현재에도 살아 있다.

 

많은 푸른 잎 가운데 한 송이 붉은 꽃

[萬綠叢中 紅一點(만록총중 홍일점)]

 

사람을 움직이는 봄빛 많은들 무엇하리

[動人春色 不須多(동인춘색 불수다)]

왕안석(王安石)의 ‘詠石榴花(영석류화)’란 시 구절이다.

 

사람들의 춘심을 자아내는 것은 산을 덮은 푸른 잎들이 아닌 그 가운데 핀 한 송이 붉은 꽃일지 모른다. 브랜드가 그러하다. 기업이나 국가의 모든 것을 담고 나타낼 수는 없다. 어느 한 부분을 부각시키고 그것과 결부시켜 해석되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브랜딩은 견강부회의 행위로 치부되기도 한다.

1차 대전이라는 역사의 큰 흐름을 사소한 해프닝이나 소수 특정 인물로 일반화시킨다는 비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원컨대 국가의 브랜드가 형성되거나 바뀌는 ‘홍일점’을 1차 대전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찾아보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영국에서는 1차 세계대전을 ‘Great war’라고 부른다. 더 큰 규모의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어도‘Great’란 형용사는 1차 대전의 몫이었다.

엄청난 인명손실을 포함해 심대한 영향을 끼친 문자 그대로 ‘큰 난리’란 의미도 있겠으나 ‘Great Britain’이란 명칭에서와 같은 향수가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프랑스어로 1차 대전은 ‘a premiere guerre mondiale’란 지극히 건조하고 객관적인 명칭으로 불리는데 ‘premiere’가 ‘premium’으로 읽히며 역시나 향수나 자부심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국에서는2차 대전 전까지 1차 대전을 ‘유럽전쟁(European War)’이라고 했다.

 

유럽으로 지역을 한정함으로써 자신들의 땅 바깥과는 거리를 두고 싶었던 미국의 전통적 고립주의의 영향이 읽히는 브랜딩이다. 2차 대전으로 자신들도 세계 정세의 사슬 속에서 떨어져 있을 수 없고 적극적으로 지도적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며 ‘유럽전쟁’이라는 용어도 ‘1차’라는 보편적인 용어로 바뀌었다.

 

중국과 일본에서‘대전(大戰)’ 앞에 굳이 ‘세계(世界)’라는 단어를 덧붙인 것은 자신들의 존재까지 그 전쟁을 통해 부각시키려 한 것은 아닐까?

 

1차 대전은 한 대륙을 넘어서 여러 대륙의 국가들이 참여한 세계의 전쟁으로 국가들의 브랜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곧 외부에 보이는 국가의 이미지가 바뀌거나 국가적인 지향점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이다. 그런 궤적이나 편린을 브랜드적인 관점에서 짚어 봤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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