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의 폭력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돌발사건이 아니다. 오래된 병영의 권위주의와 폐쇄된 군대 문화가 만든 만성병이며, 누적된 적당주의와 보신주의가 빚은 사고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폭력을 다루는 집단에서 내부 폭력은 죄의식 없이 진행이 되어왔다. 마치 수술 칼을 다루는 의사집단에서 내부 군기를 정당화했듯이 말이다. 삼국 시대 군대에도 병영 폭력은 있었고, 미군부대도 폭력은 있다. 다만 엄정한 군기와 군법으로 다루기에 문제가 없어 보일 뿐이다. 군과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에서 내놓은 대책은 순환기에 문제가 있는데 자세교정을 하겠다는 꼴이다. 병사에게 핸드폰 허용, 구타 재발부대 해체, 구타 고발 제도, 동기 내무반 편성 등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는 행정이다. 배가 아픈데 소독약 발라주는 수준의 처방전이다.

 

 

자체 문제분석의 문제점

 

지금 군에서 분석하는 구타의 이유 중 공감할 수 없는 2가지는 학교폭력의 군대 유입과 병영의 구타문제를 일본 군대의 잔재로 보는 것이다. 너무도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발언이다. 조직화된 군대에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의 부실 때문에 구타가 유발된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발언이며, 광복된 지 70년이 되는 한국군이 지금도 일본군대의 잔재 때문에 구타문제를 척결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헤쳐 나갈 힘이 없다는 것을 시인하는 격이다. 악조건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군기와 훈련을 병립해온 선배 군인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대책을 살펴보자.

 

1. 군의 조치는 신중해야 한다.

군은 동호회나 연예인 조직이 아니다. 군은 전시(戰時) 정당한 폭력을 행사하여 국가를 지켜야하는 냉엄한 조직이다. 국가방위를 위한 폭력관리 집단인 군이 폭력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여론에 휘둘려 끌려가고 있다. 언론과 여론은 질타 수준이 아니라 모욕 수준이다. 현대 군대가 여론을 의식 안 할 수는 없지만 수뇌부까지 너무 여론을 의식하는 것은 품격이 없는 짓이다. 군은 당당하게 드러낼 것은 드러내어 협조를 구하고, 부대해체 같은 민감한 사안은 사기와 보안 문제를 고려 조치 후에 발표하고,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전투력 약화, 군사 법정 문제) 문제는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근본조치를 해야 한다.

 

2. 국민과 함께하는 개방된 병영 문화.

군은 그동안 어항속의 금붕어라고 표현을 하면서도 권위와 권한문제는 구중궁궐보다도 깊고 폐쇄적인 공간이었다.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들조차 병영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과거 전시(戰時)를 기준으로 상정한 군기와 내무생활 규정을 신세대 장병에게 맞게 현실화시키고, 엄정한 군기를 빙자한 방어조치들도 이제는 개방하고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받는 군대가 강하다.

 

3. 군대에서 병사는 최고의 고객이다.

징병제 군대에서 병사는 군의 모체다. 간부는 내부 고객인 병사를 훈련시키고 내무생활을 지도하고 정신적 무장을 시키는 안보조직의 주인, 혹은 안보 집단의 전문가들이다. 군은 계급사회라는 자명한 구조 때문에 간부 중심의 권위적 문화로 유지해왔다. 모든 게 간부와 지휘관 중심이다. 상담(相談)을 한다고 하면서도 꼭 불러서 애로를 물어보고 면전에서 기록으로 남긴다. 군의 언어는 자체가 질서요 폭력인데, 불러서 물어보면 누가 마음속의 말을 하겠는가? 상담을 하려면 찾아가야 한다. 민간 조직은 오너도 현장을 찾아가서 대화를 하고 관찰을 한다.

 

4. 군기와 교육훈련 분리

현재 군은 지휘관 무한 책임의 시스템이다. 큰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게 지휘관 책임이다. 지휘관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절대 권위를 부여하는 방편이지만 그 책임이 무서워 때로는 거짓말을 하고 은폐를 할 수밖에 없다. 선진 군대처럼 분야별 개인 책임 소재를 법과 내규에 명시하고 위반하면 처벌을 해야 한다. 군기와 내무생활지도는 구체화시켜서 부사관 단에서 책임을 지고, 교육훈련과 정신무장은 장교단이 책임을 지는 2원화 운영시스템으로 재정비하고, 군기와 내무생활을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전투력으로 연결하려면 권한에 맞는 처벌권도 같이 주어야 한다. 지도는 부사관 단에서 하고 처벌은 장교단이 한다면 군기가 설 수 없다.

 
5. 구타(毆打)용어를 폭력으로 변경

구타라는 용어 자체가 일제의 잔재다. 군은 지금도 인권을 침해하고 현대 개념에 맞지 않는 많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민관군병영혁신 위원회에서 병영생활 언어를 다루어야한다. 군인복무규율부터 용어를 정비해야 한다. 예를 들자. 구타 대신에 폭력으로 용어를 통일하고 세부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폭력이란 타인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 물리적 가해, 욕설 등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로서 아군의 내부 단결을 저해하고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利敵)행위. 폭력을 행사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형법에 적용하여 엄히 처벌한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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