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힐링 트레킹...제3신, '귀신의 혀떨림((鬼の舌震)' 계곡을 걷다.

입력 2014-02-28 15:48 수정 2014-02-28 16:25



일본 회유식 정원, 유시엔(由志園)을 나와 이즈모(出雲)시내로 이동했다.
식당 '스타미나다로(すたみな太郞)'에는 예약시간인 正午 보다 20분 전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일러서인지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던 가이드가 나오더니 '준비가 덜 됐다'며
'버스 안에서 12시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어김없이 예약된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게 일견 철두철미해 보이긴 하나
문화 차이인지는 몰라도 어째 좀 융통성이 없어 보이기도 하다.
 
'스타미나다로'는 일본의 뷔페 레스토랑 체인점이다.
레스토랑 이름에 일본 남자 이름으로 자주 쓰이는 '太郞'가 붙어 있다.
짐작컨데 '잘 먹고 건강하라'는 뜻이겠으나 웬지 '정력男'으로 읽혀지니...원! 
 




이곳에선 와규(일본 쇠고기)를 비롯해 스시, 튀김, 야채 등
100여 가지 메뉴를 골고루 양껏 맛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죽치고 먹을 순 없다. 90분 시간제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식문화는 우리와 조금 틀리다.
우리나라 주발은 밑이 넓고 크고 무거운데 반해 일본 국그릇이나 밥그릇은
잡기 편하게끔 대개 밑이 좁고 작고 가볍다.
손에 들고 먹는 문화라 밑이 넓으면 뜨겁기 때문이란다.
숟가락도 없다. 젓가락을 사용한다. 국도 입에 대고 후루룩 마신다. 
 



일본인들은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젓가락은 잘 사용하지 않을려고 한다.
대부분 음식점이 1회용 젓가락을 내놓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일본 아주머니들은 여행 다닐때 대추나무나 박달나무를 깎아 만든
자기만의 젓가락을 휴대하기도 한다. 
 
일반 식당에선 식사 도중 김치나 단무지 등 반찬을 더 요청하면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밥은 예외다. 밥그릇이 작아서일까, 더 달라고 하여도 추가 비용은 없다.
우리는 밥그릇을 들고 먹거나 쩝쩝 소리 내 먹으면 쌍놈 소릴 듣는다.
이들은 일부러 후루룩 소리 내 먹는다. 맛있게 먹는 방법이란다.
 
정확히 12시, 음식 셋팅이 끝났으니 들어와도 좋단다.
뷔페 음식이란 게 어디나 고만고만하다. 일본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무지 다양한 것 같아도 정작 담다 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무지 많이 먹을 것 같아도 정작 먹다 보면 금새 질린다.
와규(和牛) 두어 점, 초밥과 튀김 조금씩, 야채샐러드와 미소 된장국을 담았다.
식탁 칸막이마다 음식물을 싸 가지 말라고 붙여놓은 문구가 자못 협박조?다.
식탁마다 경고성 문구를 써붙여 놓아야 할 정도인지는 몰라도 
맛나게 먹다가 이 문구 보게 되면 체할지도 모르겠다.  
 



'스타미나다로(すたみな太郞)'를 나와, 오후 일정인 숲길 트레킹을 위해 버스에 올랐다.
진눈개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다.
창가를 스치는 들녘 설경은 군더더기 없이 말쑥하다.
창가를 스치는 눈 덮인 마을은 그지없이 고요하고 아늑하다.
지붕 위 잔설은 한결같이 두 세줄의 흰 띠를 두른 모습이다.
경사진 지붕 위에는 쌓인 눈을 2~3단으로 재단하듯 떨어뜨려 흘러내리게 해놓은
독특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우리나라 지붕에선 볼 수 없는 장치다.
지붕에 쌓인 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행을 실은 버스는 '스타미나다로'에서 1시간 20분을 달려와  
'오니노시타부루이(鬼の舌震)' 계곡 주차장에 멈춰섰다.
흩날리던 진눈개비도 때맞춰 멈췄다.
주차장엔 오로지 우리 일행이 타고 온 버스 뿐이다.
그야말로 계곡 전체를 전세 낸 '황제 트레킹'이다.
적설량이 만만찮아 스패츠를 착용하고 계곡으로 향했다.   
 



오니노시타브루(鬼の舌震), 직역하면 '귀신의 혀떨림'이다.
아름다운 계곡과 어울리지않게 하필이면 '귀신의 혀떨림'일까?
 




미모가 뛰어나고 마음씨 고운 공주(히메)가 이곳 오꾸이즈모(奧出雲)에 살고 있었다.
이 공주의 미모는 먼 나라에까지 소문이 자자했다.
그 소문을 사람이 아닌 상어가 듣고 공주를 사모하게 되었다.
연정을 품은 상어는 물어물어 이곳까지 찾아 왔다.
그러나 공주는 괴물같은 상어가 자신을 쫓아오자 기겁을 하며 계곡으로 도망쳤다.
상어가 계속 따라 올라오자, 공주는 큰 돌을 던져가며 계곡 깊숙이 들어갔다.
상어는 결국 공주가 던진 돌에 맞아 죽고 말았다.
그 상어가 죽을 때 혓바닥을 달달 떨었다하여 '귀신의 혀떨림'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어느 나라나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는 이처럼 황당무계한가 보다.
 



바위 위에 항아리 바위가...



'오니노시타부루이' 계곡은 일본 시마네현 동남쪽,
오꾸이즈모(奧出雲)에 있는 현립 자연공원이다.
약 3㎞에 이르는 계곡과 그 주변 산들로 이루어져 있다.
V자 협곡사이에는 급류에 깎이고 풍화된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주변은 너도밤나무ㆍ서어나무ㆍ정금나무ㆍ단풍나무 등의 광엽수림으로 뒤덮여 있다.  
 



계곡 오른쪽 길을 따라 걷다가 다리를 건너 왼쪽 木道로 돌아내려와
다시 '사랑의 다리'를 건너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한겨울인데도 얼어붙지 않은 옥빛 계류가 넘쳐 흐른다.
 
아무도 밟지 않은 異國의 숲속 눈길이라 설렘도 크다.
일본은 治山治水를 잘 하는 나라다.
한국의 겨울 산과 일본의 겨울 산은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 산의 수종은 잎이 떨어지는 낙엽수가 대부분이다.
겨울에도 푸른 빛을 띠는 건 소나무가 고작이고 사철 푸른 나무가 별로 없다.
그래서 겨울이면 벌거벗은 듯, 산의 모습이 황량한 느낌이다.
그러나 일본 산은 그렇지가 않다.
삼나무(스기)와 편백나무(히노기)가 많아 사시사철 푸르다.
그래서 겨울이어도 황량하지 않고 푸근함이 느껴진다.
특히 푸르른 삼나무와 녹나무, 편백나무에 눈이 내려 앉으면 그대로 그림이다.



 사랑의 다리(길이 160m 높이 45m)

그렇게 눈덮힌 계곡길, 5km를 걸으며 삼림 테라피를 즐겼다. 
 
<계속>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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