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신: 동해항 출발, 日 사카이미나토항 도착! 



남해 금산 보리암 신년 해맞이 산행 후 귀경길 버스 안에서 
M트레킹 대장이 불쑥 일본 힐링 트레킹 상품을 꺼내 들었다.
 
목요일에 동해항에서 배로 출발, 일요일에 돌아오는 3박 4일이라 했다.
하산주로 적당히 불콰해진 상태라 넙죽 구두 약속을 해버렸다. 
 
그렇게 2월을 코앞에 둔 어느날, 여권 카피본을 보내 달란 문자를 받았다.
"아차! 그랬었지."
바쁜 회사일로 깜빡하고 있었던 것.
어느 지역을 어떻게 걷는지, 스캐줄을 보내 달라고 했다.
 
"아니, 여태 카페 공지를 확인해 보지도 않았나벼~"
"이런, 고객이 넋 놓고 있으면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닌가베~"
 
그렇게하여 확인한 3박 4일 트레킹 스캐줄은 이러했다.
 
02월 06일
18시 00분, 동해항 출발(DBS 크루즈 페리)
19시 00분, 선상 석식 후 숙박
 
02월 07일
09시 00분, 일본 사카이미나토항 도착
10시 20분~11시 00분, 일본식 정원 유시엔(由志園) 관람
11시 30분~12시 30분, 점심(스따미나太郞)
13시 30분~15시 30분, 오니노 시타부루(鬼の舌震) 트레킹
17시~17시 30분, 이즈모 타이샤(出雲大社) 방문
18시 00분, Hirata Maple Hotel 체크인, 석식(시마네 와이네리)
 
02월 08일
08시 00분, Hotel 체크아웃
09시 30분~14시 30분, 이와미 긴잔 銀鑛길 트레깅
12시 30분~13시 30분, 점심(요즈쿠노 사토 마을에서 도시락)
16시 30분~17시 00분, 菓子의壽城 방문
17시 30분~18시 20분, free shopping
19시 00분, 사카이미나토항 출발(DBS 크루즈 페리)
19시 30분, 선상 석식 후 숙박
 
2월 09일
09시 30분, 동해항 도착
 

강원도 동해항까진 개인 출발이다.
2월 6일, 날씨는 푹했으나 하늘은 오만상이다.
현지 날씨를 검색해 보았더니 비 또는 진눈개비를 예보했다.
모처럼 나들이인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을 모양이다.
 
12시 00분, 동서울터미널에서 이번 걷기여행에 함께 할 몇몇 지인을 만나
동해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동해버스터미널에 내려 다시 택시로 동해항까지 이동했다.
말이 국제여객선터미널이지, 인프라는 허술했다.
휑하던 터미널 안은 출국수속이 시작되자 여행객들로 채워졌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세계자연유산, 이와미긴잔 트레킹'이다.
각 산악회서 나눠 모객해 60여명으로 연합팀이 꾸려졌다.
 
배를 타고 해외를 나가 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비행기 탑승 때처럼 물품 휴대가 까탈스럽진 않다.
당연히 흉기가 될만한 물품 휴대는 금물이고.
배낭 깊숙이 들어 있던 맥가이버 칼이 투시 검색장비에 나타났다.
'맡겨 놓고 입국 때 찾아가라'며 물표를 교환해 주었다.



부두에 정박 중인 'DBS크루즈훼리'호가 해질녘이라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객을 맞고 있다.
'DBS'는 동해(Donghae), 블라디보스톡(Vladivostok), 사카이미나토(Sakaiminato)의
이니셜을 따서 붙인 이름이라는데 그렇다면 'DVS'라야 맞는 게 아닌지. 
 



이 배는 1만 4천톤급으로 52개 객실에 458명을 수용하며 면세점, 히노끼탕,
나이트클럽(비록 동네 노래주점 수준이지만)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20피트 컨테이너 130개, 자동차 60대를 적재할 수 있어
불라디보스톡과 동해, 사카이미나토를 오가며 화물도 나른다.
 
지구본을 돌려봤다. 사카이미나토항은 경남 울산과 위도가 같다.
거리는 386km, 밤바다를 가르며 약 14시간 내달려야 한다.
 


배정 받은 룸 넘버는 '3203-1'이다. 3층 203호 1번 침대칸을 뜻한다.
항구를 벗어나자, 배의 흔들림이 정도 이상으로 느껴진다.
갑판에 서니 몸이 휘청일 정도로 바람 또한 세차다.
뱃전을 때리는 거센 파도는 연신 포말을 일으키며 하얗게 부서지고...
 
객실 입구 바닥엔 이미 한 무리가 둘러앉아 그림 맞추기 삼매경에 빠져 있다.
배 흔들림 따윈 상관치 않는다. 어떠한 조건에서도 가능한
대한민국 독보적 놀이문화?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들이 점령해 버린 시끌벅적한 객실 입구를 피해 2층 호프바를 찾았다.
의외로 분위기 좋고 가격 또한 착했다. 친절하고...
그 바람에 친구 J와 권커니 잣커니 자정까지 이어졌다.
배 흔들림으로 메스껍던 속은 알콜 기운으로 가라앉혔다.
 




후텁지근한 객실을 나와 어스름이 걷힌 갑판에 섰다.
진눈개비가 흩날리는 으스스한 날씨다.
저멀리 수평선 위로 아른거리던 희끗한 산능선이 바짝 다가섰다. 
배는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을 잇는 철교 밑을 지나 사카이미나토항에 접안했다.

<계속>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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