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좀 더 된 작년 11월,
몽롱한 정신상태에서 짧은 글을 하나를 끄적거려 난생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리 오래된 과거는 아닌데, 지금 시점에 그 첫 글을 보니 조금 생소한 느낌마저 든다.
새삼스럽게 내 블로그의 첫 글을 다시 찾아보게 된 이유는,
영광스럽게도 한경닷컴에서 선정한 올해의 블로거 대상을 받았기(12월 23일) 때문이다.
개설 당시엔 무슨 생각으로 블로그를 만들었는지 기억을 더듬고 싶었다.
 
 ‘블로그를 열며’라는 제목으로 써놓았는데, 이런 글이다. 

필카.. 이른바 아날로그 시절에 사진에 대한 정열을 불 살았던 터라
파일화된 사진은 최근 몇 년 디카로 찍은, 다소 성의 없는 사진들뿐이어서
블로그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삶에 찌들어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가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과거의 필름을 스캔하는 것도 그리 용이한 작업이 될 것 같지는 않고…
다만 블로그 작업이 과거의 사진을 한 번 들추어 보게 하고
빛을 찾아 나서는데 작은 동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지나가는 행인들이 글 한 줄 남겨준다면 또 다른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자신감도 없고 방향성도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당시의 심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요약하면. 사진을 오래하긴 했는데, 실을 사진이 마땅치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하는 데까지 한 번 해보겠다는 그런 심정이었던 것 같다.

‘초심’이 뭐 이런가…

사실상 블로그를 만들게 된 것은 자의 반 타의 반…도 아닌 타의가 90%였다.
블로그에 대한 개념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시작하게 된 것은,
한경닷컴의 윤모 이사의 권유(강권)에 의해서였다.

이분은, 블로그 개설 1년 남짓 동안 ‘제이와 에스’라는 필명(이름의 이니셜)으로 조회수 160만을 넘은 진짜 슈퍼 파워 울트라 캡숑 왕 짱블로거다.
대상은 당연히 이분이 받아야 하는데, 주최측이라는 이유로 양보가 된 듯하다.
이분 역시 시작할 때 자신의 블로그(http://blog.hankyung.com/jsyoon)가 이 정도까지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을 것 같다.

당시 윤이사는 신문에서 닷컴으로 보임이 변경되어, 블로그 활성화의 일환으로, 자신도 블로그를 만들고,
사진에 취미가 있던 나에게 블로그 개설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10년 된 인연, 그것도‘갑과 을의 관계’에 있던 인연을 배경으로 해서…

사진은 취미로 30년 넘게 했지만, 당시(현재)는 그리 열심히 하고 있지는 않는 상태라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블로그라니… 제법 스트레스를 받았다.
시작을 해놓으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글을 하나 올리고 그 동안 찍어 놓은 필름들도 정리를 했다.
처박아놓은 스캐너도 끄집어 내고, 틈만 나면 집에서 스캐닝(100시간 이상 투자)도 열심히 했다.

블로그는 글을 올리는 곳이니, 그쪽은 놔두고 포토로그에 열심히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이런 거 만들었으니 들어와서 사진 구경하라고 커뮤니티 게시판 또는 개인메일을 통해 알렸다.

처음 시작한 후 하루에 몇 명씩, 10여명씩 그러다가 수십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경을 많이 쓴 포토로그에는 하루에 1~2명밖에 들어오질 않았다.
포토로그에 700여장을 포토로그에 올릴 즈음 이런 걸 느꼈다.

‘내가 아무리 이 블로그가 사진 블로그라고 악악대도 포토로그에 클릭을 하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요즘 시대에 한 번의 클릭을 더 요구하는 것은 무척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포토로그에 있는 사진을 블로그에 끌어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30년 동안 배우고 터득했던 것들을 정리하면서 포토로그에 있는 사진들을 예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러는 과정에서 그 동안 산산이 흩어져 있던 사진적 이론이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은 블로그를 만든 것 이상 가치 있는 일들이었다.

오래된 사진촬영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포스팅한 것도 사진감각을 되찾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한경닷컴에서는 최대한 내 블로그를 최대한 노출 시켜주었고, 덕분에 방문수가 늘어났다.
그리고 포스팅에 대한 동기부여는 커져만 갔다. 
하루에 수백명 수천명이 들어올 정도의 블로그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했다.

특히 포스팅을 한 달씩 안 해도 들르는 사람이 매일 수백명씩 된다는 사실에 미안한 감정과 함께 책임감까지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나…
주식에 투자할 땐 여윳돈으로 하라는 말이 있듯이, 블로그도 여유 있는 시간에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소재도 사진에서 더 이상 확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런 이유는 그만큼 포스팅을 오래 하고 싶어서이다.
물론 열심히 포스팅을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過猶不及… 내가 사진을 오래 취미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진에 대한 기대나 욕심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난 내 사진을 판 적이 없다. 아마추어임이 다행스럽다.
요즘 담배를 끊었다. 술도 많이 줄였다.
이것 역시 술을 오래 마시기 위한 조치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내게 있어 블로그 만큼은 초심 때보다 열심히 하고 있고 더 열심히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런 귀중한 경험을 시작하게 해준 한경닷컴과 ‘제이와 에스’님께 감사 드린다.

 

김수섭 한경닷컴 사장님 감사합니다. 함께 수상한 홍재화님, 김향숙님 축하합니다.

요즘 사진 찍히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살 빼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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