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사온 천원짜리 크리스마스

입력 2008-12-15 11:00 수정 2011-04-27 16:46
 
 
나에게 이제 크리스마스는, 연말이면 찾아오는 휴일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는 교인도 아니면서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왜 그리 마음 설레고 들떴었는지…
이제 그런 느낌은 없어진 지 오래 됐다.   

 아내가 사온 천원짜리 젤리가 역광을 받아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주말 한밤 중에 아내가 단 것이 먹고 싶다며 집 앞 제과점엘 가더니
치즈케이크 한조각과 스틱에 꽂은 젤리 하나를 사왔다.
트리 모양의 젤리를 나에게 내밀며,
“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졌나 봐. 이쁘지?”라고 물었고,
“음, 그런 모양이네…”라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아내는 그 젤리를 요리조리 보다가 짧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 오, 이것 봐… 이렇게 보니까 색깔이 너무 이뻐.”
천장 조명을 역광으로 받은 반투명한 젤리가 설탕옷과 더불어 제법 예쁘게 보였다.
이쯤 되면 카메라를 뽑아 들어 주어야 한다.
아내는 아까 그 각도에서 꼼짝 않고 젤리와의 광선 각도를 유지해주었고,
나는 열심히 셔터를 몇 번 눌렀다. 

형광등 밑에서 평이한 조명을 받은 젤리 

‘요것봐라…제법…’ 욕심이 점점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작은 트리 모양의 젤리가 작은 크리스마스를 선사해주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 크리스마스하면, 캐롤보다 먼저 연상되는 것이 ‘빛’이다.
아마도 어렸을 때 교회에 화려하게 치장된 꼬마전구들에 많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도 그 느낌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집에 있는 모든 조명기구에 이 작은 크리스마스를 갖다 대기 시작했다. 사
용하지도 않는 것들까지 꺼내서 찍었다.
두 사람이 아주 신이 났다.  

조명을 직접 배경으로 하면 노출차가 심해져 실루엣만 남는다

조명 갓에 한 번 반사된 빛은 그리 강하지 않다.

측광을 받으니 눈(?)이 하얗게 나온다.

조명색이 변하는 시계 앞에서 포즈

산 조명 앞에서 방긋

조명 뒤에서 방긋.

순광으로 한컷

반 역광으로 한 컷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밤 중에 방문한 작은 손님 덕분에,
잊고 살았던 동심이 되살아난 듯했다.
촬영이 끝난 후 그 작은 손님은 지체 없이 짧고 화려한 삶을 마쳐야 했다.

아내의 이 말과 함께…
“ 맛은 별로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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