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가을은 산 위에서부터 내려온다.
밑에서는 한창 가을 단풍잔치에 들떠 있어도,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깊은 가을을 느끼게 된다.
불과 해발 300여 미터밖에 안 되는 소금산(원주)을 오를 때도 같은 상황이었다.

 소금산은 등산로를 철계단으로 ‘창출’을 해놓은 곳이라 가파른 계단이 많다.
30여분이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코스지만
계속되는 계단과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을 오르다 보면 체력과 담력에 무리를 느끼기도 한다.

 

산을 오를수록 헐벗은 나무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건너편 산엔 아직 단풍이 많다. 

 정상부근에서 내려다 보이는 섬강과 기암절벽의 경관은 그 짧은 고생을 보상하는데 충분했다.
 하산할 때는 코스는 경사가 심하지 않은 능선을 택하였는데,
능선에는 드문드문 한 두 장 남은 ‘조각단풍’만 남아 있고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수북한 낙엽과 짙은 갈색톤…
그러던 중 이곳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빛’을 보게 되었다. 

능선으로 내려갈 때 좌측은 순광, 우측은 역광 상태였다.
--순광상태로 찍으면 을씨년 스럽기만 하다. 

 들락날락 하던 햇빛이 능선을 탈 무렵인 오후 3~4시 사이에는 능선을 꾸준하게 비춰주기 시작하였다.
능선의 나뭇잎들은 거의 낙엽으로 떨어진 상태였으나,
이 광선은 중간중간 외롭게 남아 있던 잎들을 보석보다 밝게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특히 능선에서 만난 빛은 머리에 떨어지는 빛이 아니라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이라서 많은 나무에 걸러진 빛이었다.
그래서 더욱 고귀한, 순도 높은 빛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이 잎들이 사진에 찍히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복 받은 잎들이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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