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은 오르면 청와대가 보이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어서,
          보안을 중요시 하던 군부시절엔 등반을 금지시켜(68년 김신조 청와대 침투 이후)
            ‘태산’보다 높은 산이었으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년 3월, 25년 만에 일반인들이 오를 수 있게 허가되었다.
         오를 수 있게 된 이후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를 때까지 나는 인왕산을 올라가보지 못했다.
         오르지 못한 산이 그 산뿐이겠는가마는, 서울시내에서 남산보다 가깝고 접근성도 좋은 산이 인왕산이다.
         그런데 인왕산엔 케이블카가 없어서 오르기 꺼려하던 산이다.

 

사직공원에서 바라본 인왕산--단풍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 지 오래되어 블로그에 가끔씩 들러주시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있을 즈음
           지인으로부터 인왕산 등반 제의가 와서 사진도 찍을 겸 따라 나서게 되었다.
           오르는데 30분이면 된다는 말에도 솔깃했다.
 
           말의 신뢰도에 관한 이야기인데,
          잘 알려진 3대 거짓말(노인, 처녀, 장사꾼) 외에도 과장이나 축소가 일반화된 경우들이 좀 있다.
          죽어서도 급격한 성장을 하는 생물체가 ‘낚시꾼이 잡은 붕어’라는 말이 있다.
          말할 때마다 크기가 자꾸 커진다는 말이다.
          초행 산을 오를 때 하산하는 사람에게,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보면
         거의 100% ‘다 왔다’ 또는 ‘바로 저 고개만 넘으면 된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 말에 힘을 얻어 올라가다 보면 바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늘 속지만 또 묻게 된다.

은행잎은 햇살을 받아 푸르름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풀잎 역시 여름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인왕산 등반은 짧지만 계속되는 ‘깔딱고개’로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은 코스였다.
  별 것 아니라는 말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에게 쉬운 산은 없다.
  그러나 산을 오르다 문득문득 뒤돌아 보면 시내의 모습이 한 꺼풀씩 열리고 있어 피곤함을 잊게 해줬다. 

산을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서울의 모습이 등뒤로 나타나기 시작

 

역광 상태라 시내의 스모그가 더욱 강조됐다.

 

경복궁도 한 눈에 들어오고...(우측 광화문 공사가 한창이다)

 

시내 건물들을 망원으로 당겨봤다.--
중첩효과가 나타나 롯데호텔, 파이넨스빌딩, 동아일보 빌딩 간의 거리가 가까워 보인다.

 

산봉우리에선 등산객들이 시내를 조망하느라 모여있다 --단풍이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작은 결실들이 가을을 열고 있다.

 

이젠 남산이 발밑에 있는 듯하다.

 

정상이다. 자리가 좁아서 올라가지 않았다.

 

가을은 가을이다.

 

서울의 북쪽(홍은동?)...주택가의 경계가 칼로 자른 듯...호텔과 대비를 이룬다.

 

서울 북쪽의 아파트 밀집지역...저 멀리엔 재개발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하다.

 

정상 부근에서... 자신의 집을 찾아 보고 있을까...인생무상을 느끼고 있을까..

 

  10월이니 부분적으로나마 단풍이 좀 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아직 단풍을 감상하기엔 이른 시절인 것 같다.
  그러나 여기저기 녹음 사이에 숨어서 수줍게 빛을 발하는 단풍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왕산엔 선바위를 비롯해 특이하게 생긴 바위들이 많다.
  그런데 이번 산행은 워낙 짧은 코스로 다녀와서,
  안타깝게도 재미있는 바위의 모습들을 담아내지 못했다.

 

 

정상 부근에는 비둘기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작은 열매들과 시들어가는 잎새들이 가을 분위기를 낸다.

 

 

절벽 쪽에 가을이 수줍게 붙어 있다.

 

여름내 고생했던 흔적도 보이고..

 

가을은 담쟁이 넝쿨로부터 오는 듯하다.

 

단풍도 역시 역광으로 촬영해야 제 색이 난다.
 

마지막 잎새가 생각 난다.

 

기차바위 부근 이런 형상의 바위도 있고..

 

아이스하키 마스크 같이 생긴 바위도 있고...

 

하산하며 바라본 기차바위
 

  서울은 두 겹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형태를 이루고 있다.
  바깥쪽으로는, 남쪽 관악산, 서쪽 덕양산(행주산성), 북쪽 북한산 등 4개의 산은 에워싸고 있고,
  안쪽으로는 북쪽 북악산, 동쪽 낙산, 남쪽 남산(목멱산), 서쪽 인왕산 등 4개의 산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 4개의 안쪽 산을 연결해 도성을 쌓았다.
  10여 년 전부터 성곽 복원작업에 착수해,
  이제는 도심이나, 큰 도로가 관통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이 옛모습을 찾은 듯하다.

 

원 성곽과 복원된 성곽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알박기 보수...

생명은 복원된 성곽에서도 이어져가고 있고..

역사는 또 이렇게 이어져 가고 있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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